전통시장의 이면: 허울뿐인 ‘전통’ 뒤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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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전통시장은 단순한 거래의 장을 넘어, 지역 공동체의 구심점이자 서민들의 생활 터전으로 자리해 왔습니다. 정겨운 흥정 소리, 넉넉한 인심, 대를 이어 가업을 지켜온 상인들의 이야기… 이런 장면들은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따뜻한 색채로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전통’이라는 말이 주는 따뜻한 감성은, 정치와 행정 영역에서 강력한 명분이 되어 막대한 예산과 정책적 혜택을 끌어들이는 수단으로 활용돼 왔습니다. 실제로 정부와 지자체는 전통시장의 현대화, 주차장 건립, 특성화 사업 등에 매년 수천억 원대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화려하게 단장된 간판과 시끌벅적한 홍보 이벤트 뒤에는 우리가 기억하는 전통시장의 낭만과는 거리가 먼 현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1. ‘전통’이라는 정치·행정의 갑옷

명분은 강하지만, 실질은 가려진다.

전통시장은 ‘서민 경제의 최전선’이라는 슬로건 아래 각종 지원 정책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시설 현대화, 화재 예방, 문화 행사, 홍보 사업 등이 줄지어 시행됩니다.

그러나 ‘전통’이라는 단어는 비판을 누그러뜨리는 갑옷이 되어, 실질적 성과와 무관하게 지원이 반복되는 근거가 됩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누가 진짜 혜택을 받는지에 대한 검증이 뒷전으로 밀린다는 점입니다.


2. 소유주와 임차인의 엇갈린 현실: 같은 시장, 다른 운명

자산 가치 상승의 과실은 소유주가, 부담은 임차인이.

겉으로는 모두 ‘자영업자’지만, 시장 내부를 들여다보면 점포 소유주(건물주)와 임차 상인이 뚜렷이 나뉩니다.

  • 점포 소유주: 일부는 직접 장사하지만, 다수는 임대업으로 수익을 올립니다. 시설 현대화와 환경 개선은 곧 자산 가치 상승과 임대료 인상으로 이어집니다.
  • 임차 상인: 보증금과 월세를 감당하며 영업하지만, 자산이 없어 임대료 인상에 취약합니다. 시장이 현대화될수록 오히려 생존이 더 어려워집니다.

3. 상인회·연합회의 두 얼굴: 영세 상인의 대변자인가, 중견 사업체인가

규모는 크지만, 대표성은 제한적이다.

상인회와 연합회는 연간 수억~수십억 원의 사업 집행권과 주차장·행사 수익, 정부·지자체 지원금을 다룹니다.

그러나 건물주나 특정 세력이 운영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영세 임차 상인의 의견은 의사 결정에서 쉽게 배제됩니다. 그 결과, 지원금의 방향이 본래 취지와 달라지고 구조적 불평등은 그대로 남습니다.


4. 소비자를 떠나게 하는 요인: 정가제 부재와 품질 관리 미흡

신뢰를 잃으면 발길은 돌아오지 않는다.

  • 정가제 미시행: 가격표 부착 의무가 있지만, 손님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관행이 남아 있습니다. ‘바가지’ 불안감은 재방문을 막습니다.
  • 품질·위생 관리 미흡: 원산지 표시 위반, 비위생적 보관 환경, 규격 미준수 등 기본 관리가 허술합니다.

소비자는 결국 정찰제와 품질이 보장된 대형마트, 온라인 쇼핑을 선택하게 됩니다.


5. 왜곡된 지원 구조: 혜택은 강자에게, 부담은 약자에게

시장 단위 지원은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전통시장 지원금은 시장 전체에 배정되기에, 영세 상인뿐 아니라 건물주·프랜차이즈 점포도 동일한 혜택을 받습니다.

시설 현대화는 편의성을 높이지만, 동시에 임대료 상승을 불러와 임차 상인을 내쫓는 부작용을 낳습니다. 결국 지원금이 자산가와 운영 조직에 귀착되는 구조가 고착됩니다.


6. ‘전통’이 만든 보이지 않는 장벽

명분이 변화를 가로막을 때.

‘전통시장’이라는 명칭은 서민 보호와 지역 문화 보존이라는 설득력 있는 명분을 제공합니다. 그러나 이 명분이 구조 개혁과 혁신 논의를 가로막는 장벽이 되기도 합니다. 변화하는 소비 환경에 맞춘 시도는 ‘전통’이라는 미명 아래 묻혀버립니다.


7. 지속 가능한 전통시장을 위한 변화

허울뿐인 ‘전통’을 넘어서는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

  • 지원금 조건 강화: 가격 투명성과 품질·위생 기준 준수를 의무화해야 합니다.
  • 선별 지원: 소유주와 임차인을 구분하고, 영세 임차 상인 중심 지원을 재편해야 합니다.
  • 운영 투명성: 상인회·연합회 회계 공개 및 거버넌스 개혁을 통해 모든 상인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합니다.
  • 정가제·품질 인증 확대: 소비자 신뢰 회복과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결론: 변화는 지금부터

전통시장은 지역 경제와 공동체의 중요한 축입니다. 그러나 ‘전통’이라는 이름이 모든 문제를 덮는 방패막이가 되어선 안 됩니다. 허울 뒤의 불편한 진실을 직시하고,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합니다. 이제는 소비자에게 신뢰받고, 영세 상인이 지속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드는 일에 사회적 에너지를 집중해야 할 때입니다.

여러분은 전통시장의 현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댓글로 의견을 나눠주시고, 이 글을 공유해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이 문제를 고민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