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포파(David Popa) 자연 위에 그린 한순간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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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 안료로 얼음과 바위, 포도밭 흙길 위에 초대형 인물화를 그리는 랜드 아티스트 데이비드 포파에 대해 알아본다.

 

<들어가며>
자연은 그의 캔버스다 포파는 흙과 숯과 분필가루를 물에 개어 바위와 갯벌 얼음과 포도밭 길에 초대형 얼굴을 그린다 완성된 전경은 오직 상공에서만 드러나고 비와 바람 조수와 계절이 곧 지우개의 역할을 한다 그는 뉴욕에서 태어나 현재 핀란드에 기반한 랜드 아티스트로 자연 속에서만 존재하다가 사라지는 ‘대지 프레스코’를 만든다 

 

<작가 소개 거리에서 자연으로>
포파는 뉴욕에서 자랐고 그래피티 1세대로 활동했던 아버지 알버트 포파의 멘토십 속에서 전통 회화와 스트리트 아트를 함께 익혔다 스튜디오 밖 모험과 도시 벽화 경험이 그의 현재 작업으로 이어졌다 이후 핀란드로 거처를 옮기며 콘크리트 대신 자연을 캔버스로 삼는 대전환을 택한다 

 

<대표 프로젝트 Power of the Earth 포도밭의 얼굴>
보르도 마고의 샤토 캉트낙 브라운과 함께 만든 대지 프레스코로 포도밭 흙 안료 분필 와인 침전물을 섞어 거대한 송이와 손의 형상을 포도밭 길 위에 그렸다 첫 비가 내리면 사라지도록 설계된 작품이며 와이너리는 ‘흙의 힘’이라는 제목으로 제작 과정과 의도를 공식 기록으로 남겼다. 

 

데이비드 포파의 핵심은 대상이 아니라 조건을 그린다는 데 있다 그는 얼굴을 그리지만 실은 얼굴이 출현하고 사라지는 시간과 장소의 조건을 회화의 주제로 삼는다 그래서 완성의 순간도 캔버스 위가 아니라 자연의 변화 속에서 결정된다 작품이 지워지는 과정까지가 작품이라는 태도는 에페메럴 아트의 미학을 동시대적 감각으로 갱신한다 자연 안료와 물만을 쓰는 선택은 단순한 기법이 아니라 윤리적 선언이며 사진과 드론 영상은 그 선언을 기록하는 문법이 된다 포파 스스로 작업을 자연 안료와 현지의 물로 만든 현장 특정 어스 프레스코라고 정의하고 드론 기록을 제작의 일부로 둔다고 명시한다 이 문장은 그의 미학이 물질과 시간과 관점이라는 삼중 구조 위에 서 있음을 보여준다.

이 작업은 고전성과 동시대성이 독특하게 교차한다 포파가 사용하는 숯 분필 조개껍질 가루 흙 안료는 원시 동굴화의 팔레트를 현재로 소환하는 장치다 재료의 원형성은 작품 이미지를 과거의 기억과 연결하고 드론이라는 현대적 시선은 그것을 공중의 프레임에서 현재화한다 고대의 재료와 항공의 시선이 한 화면에 겹치면서 보는 이는 자연을 벽이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이미지 평면으로 경험하게 된다 그가 스스로를 일종의 팔레오 페인터라 소개하며 자연 재료를 강조하는 맥락이 여기에 있다. 

포파의 이미지는 스펙터클을 필요로 하지만 스펙터클에 기대지 않는다 수십 미터의 규모 위험과 추위와 바람의 조건은 분명 장관을 낳지만 그 장관은 사건처럼 지나가며 흔적은 기록물로만 남는다 이것이 그의 작업을 오브제 중심의 미술 시장 논리에서 부분적으로 이탈시키는 지점이다 동시에 그는 한정판 사진 프린트와 디지털 에디션을 병행하며 기록을 유통 가능한 형태로 전환한다 사라짐과 기록 비물질성과 유통의 긴장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전략이다 작가 공식 문서가 드론 사진 영상 포토그래메트리 프린트 1 대 1 NFT라는 다중 기록 방식을 분명히 밝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연과의 협업이라는 말이 공허한 수사가 되지 않는 것도 포파의 장점이다 얼음 위 바위 절벽 포도밭 토양처럼 표면마다의 물성과 기후가 붓질을 규정한다 그는 통제하지 못하는 요소를 배제하지 않고 오히려 작품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발트해 유빙 위에서의 초상들이 균열과 이탈을 이미지 내부의 선과 여백으로 변환하는 방식은 파손과 상실의 감정을 도상으로 옮겨 놓는다 이 연작이 전쟁 이후의 파편화된 정서를 반사하는 동시대적 은유로 읽히는 이유다. 

브랜드와의 협업에서도 재료와 장소의 논리를 끝까지 견지한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보르도 포도밭에서 흙 안료와 와인 레스를 섞어 만든 대지 프레스코는 포도나무의 생장과 토양의 색을 이미지 안으로 직접 끌어들인다 비가 오면 사라지도록 설계한 설정은 생산과 순환의 시간표를 작품의 운명으로 삼는 결정이다 이는 상업 협업이더라도 작품의 윤리와 논리를 해치지 않는 사례로 남는다 와이너리 측 기록은 작품의 생애가 토양 기후 첫 비라는 자연의 사건으로 닫힌다고 밝힌다. 

그의 작업이 던지는 질문은 분명하다 우리는 무엇을 예술의 본질로 부를 것인가 소유 가능한 물체인가 아니면 사라짐을 통과한 경험인가 포파는 두 극단을 화해시키기보다 긴장 상태로 병치한다 현장에서의 한시성과 기록 매체의 영속성 자연의 표면과 하늘의 관점 고대의 재료와 디지털 유통 이 대립쌍들이 그의 이미지 내부에서 동시에 작동하며 관객은 그 사이의 간극을 감각하는 자리로 초대된다.

결국 포파의 작품 세계는 자연을 배경이 아니라 동등한 저자로 대우하고 시간의 흐름을 파괴가 아닌 서사로 변환하며 기록 자체를 또 하나의 회화적 층으로 인정하는 태도로 요약된다 이 태도는 랜드 아트의 계보를 잇되 드론과 디지털 기록이라는 동시대적 매개를 통해 새로운 감상 방식을 연다 작품은 현장에서 끝나지 않고 이미지의 생태계 속에서 계속 살아 움직인다 그 생태계의 균형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는 앞으로도 그가 던질 가장 흥미로운 과제가 될 것이다.

 

<한 문장으로 정리>
데이비드 포파는 흙과 물 바람과 시간으로 그림을 그리고 그 사라짐까지 작품으로 만든다.

 

데이비드 포파 간단 소개
뉴욕에서 태어나 자랐고 현재 핀란드에 기반해 활동하는 랜드 아티스트다. 흙과 숯과 분필가루 같은 자연 안료를 물과만 섞어 바위와 갯벌과 얼음과 포도밭 길 위에 초대형 어스 프레스코를 만들고 드론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한다.

2014 미국 고든대 미술 전공 졸업
2017 자연 표면에서 에페메럴 어스 프레스코 첫 시도
2019 Born of Nature 프로젝트 공개
2022 Fractured 연작 발표 남핀란드 유빙 위 대형 초상 실험
2022 Power of the Earth 발표 보르도 샤토 캉트낙 브라운 협업
2023 핀란드와 프랑스 해안 암반 등에서 현장 특정 작업 지속
현재 핀란드 거주 MTArt Agency와 협업하며 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