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정약용함 DDG-996, 오늘의 바다에 뜬 ‘차세대 방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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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대왕급 2번함 ‘다산 정약용함’ 진수: 8,200톤급 차세대 이지스, 바다에 서다

2025년 9월 17일, 대한민국 해군의 미래를 이끌 정조대왕급 이지스 구축함 2번함 ‘다산 정약용함’이 울산에서 진수되었다. 8,200톤급 선체에 이지스 베이스라인 9 전투체계와 88셀의 조합형 수직발사관을 탑재, 통합 항공·미사일 방어(IAMD) 능력을 한 차원 높인 차세대 전략 자산의 제원과 의미를 깊이 있게 조명한다.

오늘의 기록: 새 시대의 방패, 그 시작
2025년 9월 17일,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의 독(dock)을 가득 채웠던 물이 서서히 차오르자, 거대한 선체가 위용을 드러내며 스스로의 무게로 바다에 섰다. 대한민국 해군의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 사업(광개토-Ⅲ Batch-Ⅱ)의 두 번째 결실, ‘다산 정약용함(DDG-996)’이 세상에 처음으로 그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이 함선은 단순한 무기체계를 넘어, 한반도의 바다를 지킬 기동함대의 핵심 전력이자 국가 전략의 무게를 싣는 강철의 방패다. 앞으로 각종 해상 시운전과 최종 장비 통합 과정을 거쳐 2026년 해군에 인도되며, 2027년 완전한 전투 능력을 갖추고 실전 배치될 예정이다.

시대의 이름, 다산 정약용
함명 ‘다산 정약용’은 조선 후기, 낡은 시대를 넘어 새로운 길을 모색했던 실학자의 이름에서 비롯되었다. 그의 이름이 담고 있는 개혁과 실사구시(實事求是, 사실에 입각하여 진리를 탐구함)의 정신은, 첨단 기술로 국가를 보위하겠다는 이 함선의 철학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정조대왕의 개혁 의지를 이어받아 실용적 지혜로 시대를 이끌었던 다산처럼, 이 함선은 대한민국의 해양 주권을 지키는 현실적이고 강력한 힘이 될 것이다.

강철의 제원: 무엇이 다른가
다산 정약용함은 경하배수량 약 8,200톤, 길이 170미터, 폭 21미터의 당당한 체격을 갖추었다. 최대 30노트(시속 약 55km)의 속력으로 망망대해를 가르며, 약 200명에서 300명 사이의 승조원이 운용을 맡게 된다. 그러나 이 함선의 진정한 가치는 외형이 아닌 내부에 있다.

핵심은 전투체계의 진화다. 심장부에는 이지스 전투체계 베이스라인 9(Aegis Combat System Baseline 9) 계열이 탑재되었다. 이는 기존 세종대왕급의 체계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대공전(AW)과 탄도미사일 방어(BMD) 임무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통합 처리 능력을 자랑한다. AN/SPY-1D(V) 레이더가 수집한 방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하늘에서 날아오는 적기와 우주에서 낙하하는 탄도탄을 동시에 추적하고 대응하는, 이른바 통합 항공·미사일 방어(IAMD) 가 가능해진 것이다. 또한, 통합 소나(Sonar) 체계를 적용하여 물속의 위협을 탐지하는 능력 역시 비약적으로 향상되었다.

힘의 재구성: 88셀 수직발사체계의 의미
무장 운용 철학에도 변화가 엿보인다. 다산 정약용함은 총 88셀의 수직발사체계(VLS)를 갖춘다. 이는 128셀을 탑재했던 세종대왕급(Batch-I)에 비해 양적으로는 줄었지만, 질적으로는 큰 도약을 이루었다. 미국산 마크 41(Mk 41) 48셀과 국산 K-VLS 16셀에 더해, 장거리 함대공 미사일이나 함대지 순항미사일 등 더 크고 강력한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는 K-VLS-II 24셀을 새롭게 조합했다. 이는 단순히 많은 미사일을 싣는 것에서 나아가, 임무에 따라 SM-2, SM-6, 나아가 SM-3와 같은 전략적 요격미사일까지 유연하게 탑재할 수 있는 ‘전략적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는 의미다.

잠수함 위협에 대응하는 능력 또한 강화되었다. 선체 고정 소나와 예인형 소나 시스템이 수중의 미세한 소리까지 포착하고, 2025년부터 도입이 시작된 MH-60R 시호크(Seahawk) 해상작전헬기와 연동하여 탐지에서 타격까지의 과정을 입체적으로 수행한다.

숫자를 넘어 본질을 보다
일부 보도에서 언급되는 ‘1,800km 탐지 범위’나 ‘1,800개 표적 동시 추적’ 같은 수치는 실제 교전 상황이나 전술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가변적인 값이다. 이 함선의 진정한 의의는 특정 숫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지스 베이스라인 9을 기반으로 여러 위협에 동시 다발적으로 대응하며 연합·합동 작전의 핵심 허브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통합 능력’ 그 자체에 있다.

한 줄의 결론
다산 정약용함의 진수는 “더 멀리 보고, 더 빨리 판단하며, 더 정확히 막고 치는” 대한민국 해군의 새로운 시대가 열렸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진수는 시작일 뿐, 이 강철의 현자가 실전 능력을 갖추고 우리 바다의 평화를 지키는 그날이 진정한 역사의 시작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