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APEC 2025 합의 프레임 한국의 선택과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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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업데이트 2025-10-29 A.M 10:30
경주 APEC은 왜 ‘지금, 이 도시’인가. 2005년 경험과 2025년의 외교 지형, 화백(Hwabaek)에서 빌려온 합의의 문화, 보문 관광단지의 인프라가 하나의 무대로 겹쳐집니다. 회담은 길어도 원리는 단순합니다. 연결하고, 조정하고, 합의하는 일입니다.
읽기 경로·예상 소요 1부 ‘왜 경주인가’에서 선택의 맥락을, 2부 ‘어젠다와 외교 포지션’에서 2025년 쟁점을, 3부 ‘도시와 운영’에서 인프라·보안·수용 체계를 읽으시면 자연스럽습니다. 18–24분 소요.

1부|왜 경주인가: 2005년의 기억, 2025년의 선택

APEC은 의장국이 1년 내내 회의를 주관하고, 마지막에 정상들이 모여 결론을 닫는 구조입니다. 한국은 2005년 부산 APEC 이후 20년 만에 다시 의장국을 맡았습니다. 개최지는 경상북도 경주입니다. 역사는 반복이 아니라 ‘회귀’에 가깝습니다. 2005년에도 경주는 고위관리회의(SOM)와 에너지·광업 장관회의, 생명과학혁신포럼 등 굵직한 연쇄 회의를 치르며 실무의 심장을 담당했습니다. 재현이 아니라 ‘업데이트’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도시 자체의 서사도 선명합니다. 본회의장이 들어서는 경주화백컨벤션센터의 영문 약칭 HICO는 신라 귀족합의제 ‘화백(和白)’에서 이름을 빌렸습니다. APEC의 의사결정 원리인 컨센서스(합의제)와 도시의 문화적 상징이 겹치면, 회담은 장소의 언어를 얻게 됩니다. 외교는 상징과 실제가 어긋나면 힘이 빠집니다. 경주는 그 간극이 좁은 편입니다.
2005년의 분장실이 2025년의 메인 무대로 자리바꿈한 셈입니다. 실무를 통해 도시 역량을 입증했고, 이번에는 정상회의의 결을 책임집니다. 준비 과정에서 경주·제주·인천을 나란히 돌리는 분산 개최 전략이 병행되었지만, 결론은 ‘정상회의 경주’로 모였습니다. 장소의 의미와 실무 동선, 상징과 인프라의 균형이 맞았다는 방증입니다.

{ 요지: 2005년 실무의 심장이었던 경주는 2025년 정상회의의 얼굴로 승격되었습니다. 상징(화백)과 시스템(APEC 합의제)이 자연스럽게 맞물립니다 }

2부|2025년의 어젠다: 연결·조정·합의의 세 갈래

이번 APEC의 문구는 화려하기 쉽지만, 실제 책상 위에 놓일 안건은 세 갈래로 단순화됩니다. 첫째, 연결입니다. 공급망·데이터·인력 이동의 마찰을 줄여 민간 투자가 다시 길을 찾게 해야 합니다. APEC은 법적 구속력 대신 가이드라인과 공동선언으로 ‘경로’를 내는 포럼입니다. 둘째, 조정입니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 다른 표준과 통제 체계를 고집할수록 중간지대의 비용이 커집니다. 의장국 한국은 ‘서로 다른 것을 그대로 두고도 연결되는 최소치’를 탐색할 유인을 갖습니다. 셋째, 합의입니다. 합의는 대개 기술적 조항에서 먼저 이루어집니다. 디지털 통관, 중소기업 전자무역, 탄소·메탄 회계의 상호운용 같은 낮은 분모에서 시작해 상층부의 문구를 닫습니다.
정상회담의 바깥 원에서는 CEO 서밋이 맥을 댑니다. 민간의 언어로 각국 정부가 접근할 수 있는 ‘실행 가능한 최소 공약수’를 번역하는 자리입니다. 올해는 ‘Bridge, Business, Beyond’라는 주제로, 빅테크·에너지·반도체·모빌리티 축의 기업들이 투자와 규제의 접점을 제시합니다. 민간이 먼저 합의 가능한 영역을 좁게라도 묶어두면, 정부 간 합의는 그 궤적을 따라옵니다. 포럼의 언어가 현실의 돈과 사람을 움직일 때, 회담은 회의록을 넘어섭니다.
이 모든 과정은 상징과 현실이 교환되는 무대에서 진행됩니다. 경주의 회랑과 보문호의 수면, HICO의 직선적인 동선은 관광도시의 표정을 유지하면서도 ‘통제 가능한 회의도시’로 재조립됩니다. 외교·경제·안보가 서로를 가로지르는 시대에, 의장국의 손놀림은 ‘의제 설계’보다 ‘의제의 질서 잡기’에 초점이 맞춰집니다.

{ 요지: 2025 경주 APEC의 실전 과제는 연결·조정·합의를 ‘최소 공약수’로 묶는 일입니다. CEO 서밋이 민간의 궤적을 먼저 그립니다 }

3부|도시와 운영: HICO·보문 콤플렉스·보안의 삼중 구조

무대는 HICO를 축으로 한 보문관광단지입니다. 회의실·전시장·호텔·수변 공간이 한 덩어리로 묶인 콤팩트한 구조는 ‘동선이 곧 통제’가 되게 합니다. 컨벤션홀·회의실·전시동과 야외 공간의 결합은 포토·프레스·양자·소다자·환담을 층위별로 분리 운영하기에 적합합니다. 도시의 흡수 능력은 숫자보다 ‘밀도’와 ‘전환 속도’로 증명됩니다.
보안은 장식이 아니라 운영의 일부입니다. 정상·장관·기업인·취재진이 겹치는 회담 특성상, 도심형 회담보다 리조트형 콤플렉스가 경호·교통 분리와 드론·상공 감시, 수상 경계에 유리합니다. 경주–포항 권역의 해상·수상·육상 삼중 경계와, 인근 다중 숙박의 분산 배치, 필요 시 크루즈·특별열차 같은 대체 수용도 동원됩니다. 이런 방식은 참가자 경험의 품질과 보안의 안정성을 함께 끌어올립니다.
운영의 마지막 층은 ‘회담 이후’입니다. 합의문의 문장만 남기지 않고, 도시의 브랜드 자산과 회의 인프라의 레거시를 확정해야 합니다. 2005년의 ‘실무 도시’ 경주가 2025년에 ‘정상 도시’ 경주로 기억되는가. HICO의 이름처럼, 지역의 합의 문화가 국제 합의의 언어로 번역되는가. 도시에게 회담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장기 포지션을 정하는 계기입니다.

{ 요지: HICO–보문 콤플렉스–경호 분리의 삼중 구조가 ‘동선=통제’를 가능하게 합니다. 성패엔 합의문과 함께 도시의 레거시가 포함됩니다 }

맺음말|합의의 기술은 장소에서 완성된다

APEC은 구속력이 약하다는 오해를 자주 받습니다. 그러나 합의의 기술은 대개 ‘약한 끈’을 여러 개 묶어 강도를 올리는 데서 출발합니다. 경주는 그 ‘약한 끈’을 묶기 좋은 도시입니다. 문화와 공간, 상징과 운영이 한자리에서 만날 때, 정치적 각도의 차이는 잠시 숨을 고르고, 현실의 실행선이 먼저 그려집니다. 합의는 종이 위의 문장이 아니라, 장소가 허락한 범위 안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의 합입니다. 올해 경주는 그 합을 위한 조건을 웬만큼 갖췄습니다.

{ 요지: 2025 경주 APEC의 성패는 ‘큰 합의’보다 ‘작은 합의의 연쇄’에 달려 있습니다. 장소가 그 연쇄를 가능하게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