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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 잠든 휴보: 한국 로봇 산업이 겪은 '수익성'의 함정

형성하다2026. 4. 7.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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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OBOT RETROSPECTIVE

"신기하긴 한데, 그래서 뭐 할 건데?"
한국 휴머노이드 로봇이 겪은 '냉혹한 빙하기'

대전의 한 과학박물관 구석, 한국 로봇 공학의 자존심이자 전설로 불리는 '휴보(HUBO)'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일본의 아시모(ASIMO)에 대항해 단 3년 만에 탄생했던 이 기체는 한때 대한민국 미래 기술의 상징이었으나, 지금은 박물관의 정적인 유물이 되어 우리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 '돈이 안 된다'는 논리에 갇힌 기술

2010년대 중반, 한국의 휴머노이드 연구는 유례없는 '연구 빙하기'를 맞이했습니다. "휴머노이드라는 단어만 들어가도 과제 선정에서 탈락한다"는 말이 돌 정도로 현장의 분위기는 냉랭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수익성이었습니다. 사람을 흉내 내는 수준의 로봇이 산업 현장에서 어떤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겠냐는 회의론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입니다.

혁신의 초기 단계가 겪는 '소시지 핫도그'의 저주

이는 마치 초기 폴더블폰을 보며 "폰 사이에 소시지를 끼워 핫도그를 만들겠다"고 조롱했던 해외 언론의 반응과 닮아 있습니다. 신기하지만 쓸모를 찾지 못한 기술은 '공상'으로 치부되었고, 정부와 기업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당장 돈이 되는 산업용 로봇으로 옮겨갔습니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기술의 싹을 틔울 수 있는 골든타임을 '경제성'이라는 잣대 아래 놓치고 말았습니다.

다시 찾아온 기회, 우리는 무엇을 배울 것인가

최근 다시 휴머노이드 열풍이 불고 있지만, 우리가 겪은 10여 년의 공백은 뼈아픈 교훈을 남깁니다. 기술의 가치는 현재의 수익성으로만 재단될 수 없음을, 그리고 '공상'을 현실로 바꾸는 힘은 지속적인 신뢰와 투자에서 나옴을 휴보의 정지된 모습이 말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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