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트로프와 프락시노스코프의 시대, 움직임을 포착한 인간의 욕망
영화와 애니메이션의 기원, 조트로프와 프락시노스코프의 원리를 탐구합니다. 장성 임권택 시네마파크 전시물을 통해 잔상 효과를 이용한 조트로프와 거울을 통해 이를 개선한 프락시노스코프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고, 움직임을 포착하고자 했던 인류의 초기 욕망이 어떻게 현대 영상 기술의 초석이 되었는지 살펴봅니다.
먼저 무대에 오르는 것은 1834년 영국의 수학자 윌리엄 조지 호너가 만든 조트로프(Zoetrope)다. 얼핏 보면 평범한 원통 같지만, 벽면에 일정한 간격으로 뚫린 슬릿(좁은 틈)과 안쪽에 그려진 일련의 그림들이 이 장치를 특별하게 만든다.
조트로프의 사용법은 간단하다. 원통을 빠르게 돌리면서 슬릿을 통해 안쪽 그림을 들여다보면, 한 장 한 장 따로 있던 그림들이 마치 살아 움직이듯 이어져 보인다.
시네마스코프의 영혼, 70mm 로드쇼의 웅장함과 쇠퇴
최종 업데이트 2025-10-27메타 설명 1953년 시네마스코프의 탄생부터 70밀리 로드쇼의 황금기와 쇠퇴, 그리고 2010년대 이후의 느린 부활까지. 화면비와 상영 관습이 바꿔놓은 ‘영화 보는 방식’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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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바로 ‘잔상 효과(Afterimage Effect)’를 이용한 인간 시각의 착각이다. 물론, 실제로 움직임이 있는 건 아니지만, 뇌는 연속적인 정지 영상을 ‘하나의 동작’으로 착각한다.
하지만 조트로프에는 치명적인 한계가 있었다. 직접 원통을 돌려야 하고, 그림을 보려면 반드시 슬릿에 눈을 바짝 대야 했다. 여러 사람이 동시에 관람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트로프는 “움직임의 환영”이라는 미지의 세계를 처음으로 대중에게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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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임을 포착한 인간의 욕망: 조트로프와 프락시노스코프
전남 장성의 임권택 시네마파크에 가면 영화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전시관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우리는 오늘날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화려한 영상의 가장 원초적인 시작점을 만나게 됩니다. 바로 **조트로프(Zoetrope)**와 **프락시노스코프(Praxinoscope)**입니다.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든 영상을 감상하지만, 불과 150여 년 전만 해도 ‘움직이는 그림’은 상상 속의 영역이었습니다.
19세기, 몇몇 발명가들은 마침내 정지된 그림에 생명을 불어넣는 마법 같은 방법을 찾아냅니다. 이 두 기계는 오늘날 영화와 애니메이션의 진정한 조상이자, 인간의 시각적 착시와 상상력을 결합한 최초의 영상 장치였습니다. 장성 예술 공원에 잠들어 있는 이 오래된 장치들 앞에서 우리는 영화의 본질, 즉 ‘움직임을 소유하고 싶었던’ 인류의 뜨거운 욕망과 마주하게 됩니다.
조트로프: 원통 속에서 태어난 최초의 애니메이션
‘인생의 바퀴’ 또는 ‘생명의 수레바퀴’라는 낭만적인 이름으로 불렸던 조트로프는 단순하지만 경이로운 발명품이었습니다. 이 기계의 구조는 간단합니다. 속이 빈 원통의 안쪽 면에 연속된 동작을 그린 긴 그림 띠를 두르고, 원통의 바깥쪽에는 그림과 그림 사이에 가느다란 틈(슬릿)을 여러 개 뚫어 놓았습니다.
이제 이 원통을 빙글빙글 돌리면서 틈 사이로 안쪽 그림을 들여다보면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분명히 한 장 한 장 끊어져 있던 정지된 그림들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말이 달리고, 무용수가 춤을 추며, 새가 날갯짓을 합니다.
이 마법의 원리는 바로 **‘잔상 효과(Persistence of Vision)’**입니다. 우리 눈은 이미지를 본 후에도 아주 짧은 시간 동안 그 이미지를 기억하는데, 조트로프의 틈은 이전 그림의 잔상이 사라지기 직전 다음 그림을 보여주는 ‘셔터’ 역할을 합니다. 틈을 통해 순간적으로 보이는 그림들이 뇌에서 하나로 합쳐지면서, 우리는 마치 그림이 실제로 움직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되는 것입니다. 어두운 원통 속 좁은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던 그 움직임은, 인류가 처음으로 경험한 원시적인 형태의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프락시노스코프: 거울이 만든 선명한 환상
조트로프가 움직임의 가능성을 열었다면, 프락시노스코프는 그 환상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킨 발명품입니다. 프랑스의 발명가 에밀 레이노(Émile Reynaud)는 조트로프의 결정적인 단점을 간파했습니다. 바로 좁은 틈으로 봐야 했기에 이미지가 어둡고 왜곡되어 보인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는 이 문제를 아주 우아하고 독창적인 방법으로 해결했습니다.
프락시노스코프는 조트로프처럼 바깥 원통에 그림 띠를 두르지만, 결정적으로 바깥의 틈을 없앴습니다. 대신, 원통의 중심에 다각형의 거울 기둥을 세웠습니다. 원통이 회전하면 안쪽 그림들이 중앙의 거울에 차례대로 반사됩니다. 관객은 더 이상 어두운 틈을 엿볼 필요 없이, 중앙의 거울에 비친 선명하고 밝은 이미지를 통해 훨씬 안정적인 움직임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틈을 거울로 대체한 이 작은 변화는 영상의 질을 극적으로 끌어올렸습니다. 프락시노스코프는 이후 스크린에 빛을 투사하는 ‘광학 극장(Théâtre Optique)’으로 발전하며 진정한 의미의 애니메이션 상영 시대를 예고했습니다. 캄캄한 상자 속을 훔쳐보던 시대에서, 거울에 비친 환상을 함께 감상하는 시대로의 진화였습니다.
원시적 욕망, 영화의 시작
조트로프와 프락시노스코프는 단순히 흥미로운 골동품 장난감이 아닙니다. 이 두 기계는 ‘순간을 포착하고, 움직임을 재현하며, 마침내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던’ 인류의 오랜 욕망이 빚어낸 최초의 결과물입니다. 어두운 통 속을 들여다보며 그림 속 말이 달리는 것에 환호했던 19세기 사람들의 마음과, 오늘날 우리가 스크린 속 영웅의 서사에 열광하는 마음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습니다.
장성 임권택 시네마파크에 놓인 이 오래된 기계들은 우리에게 영화의 본질을 되묻습니다.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정지된 이미지에 생명을 불어넣어 감동을 창조하는 영화의 근본은 이 원시적인 장치들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이곳에서 우리는 영화의 가장 순수했던 첫걸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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