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의 환승역, 레이지버스
밤이 철제로 식어가고
선로는 별빛을 따라 길을 배운다.
나는 플랫폼 999에서 오래된 차표를 만지작거린다.
한쪽 모서리는 유년, 다른 모서리는 내일.
메텔이 묻는다
추억을 수리하러 가느냐고
대답 대신 차장은 펀칭기로 별자리를 찍는다
작은 구멍들이 이어져 길이 된다.
플랫폼 표지판에 별자리가 켜지고
차표의 구멍들이 선로처럼 이어진다
메텔의 침묵이 갠 자리로 바람이 드나들고
창밖의 우주는 오늘의 그늘을 밀어낸다
출발은 언제나 회상으로 시작하지만
도착은 늘 처음 보는 이름으로 끝난다.
레이지버스 시리즈 1편: 레이지버스(Leijiverse)의 개념과 명칭의 유래
기관차가 진공을 들이키고
울음이 금속의 체온으로 식는다
기계의 몸을 꿈꾸던 행성이 멀어지고
인간의 마음을 다시 배우는 행성이 다가온다.
레이지버스 시리즈 2편: 시볼트에서 레이지 유니버스까지
하록은 어둠을 깃발처럼 매고
규칙 대신 파도의 박자를 듣는다
선실 창문을 스치는 유성은
죄가 아니라 방향을 가리키는 나침반의 핏줄.
레이지버스 시리즈 3편: 우주의 질서와 신화로서의 여성
에메랄다스는 상처의 금을 따라 항해한다
이름 없는 소행성의 모래가 신발을 채우면
그 모래 하나하나가 사라진 나라들의 성운이 된다
그녀는 뒤돌아보지 않지만, 칼집 안에는 봄이 든다.
이쪽 플랫폼의 내가 타면
저쪽 플랫폼의 내가 내린다
평행선은 만나지 않는 법이라지만
우리는 환승역에서 서로의 그림자를 건넨다
별빛이 방향을 정하고
책임이 속도를 정한다.
정거장마다 시간표가 바뀌고
각 역의 이름은 책등처럼 빛난다
한 권의 만화가 닫히면 다음 권의 우주가 열린다
이어붙인 이야기들이 레일이 되고,
그 레일 위를 시가 달린다.
레이지버스 외전 2: 일본 밖에서 재해석된 우주의 신화
이 우주에선 만남이 먼저이고 증명이 나중이다.
차창에 붙은 내 얼굴이 물러난다
대신 오래전에 잊은 질문이 또렷해진다
어디로 가는가가 아니라
누구와 건너는가가 목적지라는 질문.
마지막 호각, 숨이 들고난다
나는 차표를 접어 주머니에 넣는다
접힌 선마다 별이 하나씩 선다
다음 역 안내가 스피커에 흐른다.
다음 역은, 네가 방금 쓴 첫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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