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vs 중국 산업 경쟁의 미래 3편: 산업별 전선(1) — 전기차·배터리·반도체의 현재와 미래
전기차·배터리·반도체의 승부는 값이 아니라 시간이다. 한국은 경험과 초격차로, 중국은 내재화와 규모로 민첩하게 밀어붙인다. 누가 더 빨리 고치고 오래 편하게 쓰게 하느냐가 결판을 낸다.
최종 업데이트 2025-12-01
시리즈 개요
이번 글은 한중 경쟁의 가장 뜨거운 전선을 단도직입으로 다룬다. 전기차에서는 현대차의 SDV(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OTA(무선 업데이트) 전환과 BYD(배터리부터 차까지 수직계열화로 가격·공급·속도를 동시에 끌어올린 중국의 전기차/배터리 거대기업)의 배터리 내재화(핵심 하드웨어를 자체 생산) 전략이 정면으로 부딪친다. 배터리에서는 한국 3사의 고에너지밀도·프리미엄 노선과 중국의 수직계열화(원재료→셀→팩→완성차 일관)·대량생산이 맞선다. 반도체에서는 한국의 HBM(고대역폭 메모리) 초격차와 중국의 자립(대외 의존을 낮추는 독자 공급망) 시도가 서로의 속도를 시험한다.
3편 산업별 전선(1) — 전기차·배터리·반도체의 현재와 미래
현대자동차그룹은 SDV(차량 기능을 소프트웨어로 계속 진화시키는 구조)로 노선을 정했고, OTA(서비스센터 방문 없이 무선으로 기능을 업데이트) 범위를 전 차급으로 넓히겠다고 못 박았다. 2023년 순수 전기차인 BEV(배터리 전기차) 판매는 현대차·기아 합산 약 51만6천 대로 집계돼, ‘정숙성·주행 감각·디자인·업데이트’가 엮인 경험 전략이 프리미엄 세그먼트(고부가 시장)에서 통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Hyundai News)
BYD는 접근이 정반대다. LFP(리튬인산철: 안전·수명·원가 균형형) 중심의 배터리를 자체 생산하면서 블레이드 배터리(장방형 셀을 구조재처럼 쓰는 팩 설계) 같은 하드웨어 혁신을 ‘차를 얹는 플랫폼’으로 만들었다. 배터리-완성차-재활용을 한 줄로 묶는 수직계열화는 가격·공급 안정·개발 속도를 동시에 끌어올린다. 그래서 BYD는 내수에서 체력을 다지고, 바깥에선 ‘배터리 공급자’와 ‘완성차 메이커’ 두 얼굴로 시장을 파고든다. (BYD)
배터리 전선에서는 규모가 곧 표준이 되는 장면이 펼쳐진다. 2024년 글로벌 점유율에서 CATL(배터리로 차를 설계하는 중국회사) 37.9%, BYD 17.2% — 두 회사 합계가 55% 안팎이다. 이는 ‘싼 배터리’가 아니라 ‘폐루프(소재→셀→팩→리사이클을 닫힌 고리로 운영)’가 만든 반복 속도의 결과다. 한국의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는 고에너지밀도와 북미·유럽의 합작 생태계(공장·규제·고객사 네트워크)에서 강점을 키우고 있지만, 원가 곡선과 전환 속도를 더 깎아야 다음 라운드에서 유리하다. 한편 배터리 kWh 단가는 2023~2026년에도 추가 하락이 전망되어 전기차와 내연의 가격 패리티(가격 동등성)를 앞당길 가능성이 높다. 변수는 원재료, 전력비, 관세·보조금 같은 지정학(국가 간 힘의 역학이 시장 규칙을 바꾸는 요소)이다. (CnEVPost)
반도체는 격차와 자립의 줄다리기다. HBM(초고속·초대역폭 DRAM으로 AI 가속기에 쓰임)에서 SK하이닉스가 선두를 지키는 사이, 삼성전자는 HBM3E(3세대 HBM의 고성능 버전) 검증·양산을 가속하며 추격한다. 전체 반도체 매출에서는 2024년 엔비디아가 1위, 삼성전자가 2위지만, 메모리 업사이클의 정점에서 돌아온 삼성의 매출 회복세는 두드러졌다. 중국은 DUV(심자외선 노광: EUV 이전 세대) 반복 공정과 자체 설계로 7나노(회로선폭 7nm급) 칩을 상용 스마트폰에 투입해, 양산 능력과 경제성을 둘러싼 논쟁과는 별개로 공급망 자주권의 깃발을 꽂으려 하고 있다. (TrendForce)
결국 이 싸움의 언어는 제품 스펙이 아니라 시간의 설계다. 현대차식 경험 전략이든 BYD식 내재화 전략이든, 승부는 TCO(총소유비용: 구매부터 중고 처분까지 드는 모든 비용)를 낮추는 속도에서 갈린다. 누가 더 빨리 설계를 갈아끼우고, 공급망을 짧게 묶고, 고객의 ‘업데이트 받는 시간’을 길게 연장하느냐. 그 관점은 1편에서 품질과 가격의 낡은 대립을 걷어낼 때 이미 드러나 있었다. 맥락을 이어 보려면 품질 대 가격, 그 너머 — 새로운 경쟁의 장을 먼저 훑어보길 권한다. 서막에서 정리한 문제의식으로 돌아가기
이 전선은 스마트폰과 K-뷰티에서도 다른 얼굴로 반복된다. 중국은 자체 OS·플랫폼·유통의 결속으로 속도를 만들고, 한국은 프리미엄·서비스·브랜드 신뢰를 겹겹이 쌓아 응수한다. 다음 글에서 이 변곡을 더 낮은 언덕으로 풀겠다. 스마트폰과 K-뷰티의 지각변동은 플랫폼·콘텐츠·물류가 만나는 자리에서 가격과 품질의 의미를 다시 적는다. 다음 전선으로 넘어가기
참고·출처
현대차 SDV·OTA 로드맵과 2023년 현대차·기아 BEV 51만6천 대 집계는 그룹 발표와 전문 매체 보도를 대조해 인용했다. (Hyundai News)
글로벌 배터리 점유율(CATL 37.9%, BYD 17.2%)과 ‘폐루프’ 경쟁력은 SNE 집계 요약과 산업 리포트를 종합했다. 배터리 단가 하락과 가격 패리티 논의는 IEA의 EV 배터리 보고서를 근거로 했다. (CnEVPost)
HBM 구도와 2024년 메모리·반도체 매출 추이는 TrendForce와 가트너 통계를 요약한 보도로 확인했다. 중국의 7나노 칩 상용 사례와 양산 논쟁은 TechInsights 분해 분석과 주요 국제 기사들을 함께 참조했다. (TrendFor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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