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6조원 소송, 한국 정부 ‘0원 승소’까지 20년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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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와 한국 정부의 외환은행 분쟁은 6조원대 청구에서 결국 0원 승소로 끝난 20년짜리 국제투자분쟁이다.

2003년 외환은행 헐값 매각 논란으로 시작된 론스타 사건은 2012년 6조원대 ISDS 제기, 2022년 2억1천6백50만달러 부분 패소 판정을 거쳐 2025년 11월 취소위원회의 전면 취소 결정으로 마무리되었다. 한국 정부는 배상 의무를 모두 벗었을 뿐 아니라 취소절차 소송비 약 73억원까지 론스타가 부담하도록 만들어, 국제중재와 국내 조세소송을 모두 합한 최종 승자로 남게 되었다.

최종 업데이트 2025-11-18

1. 외환위기 이후, 론스타와 외환은행의 만남

론스타 사태의 출발점은 1997년 외환위기와 그 후폭풍이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외환은행은 부실 금융기관으로 분류되었고 정부와 금융당국은 구조조정을 위해 외국 자본 유치를 선택했다. 2003년 9월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는 외환은행 지분 51퍼센트를 약 1조3천8백34억원에 인수하며 최대주주가 되었다. BIS 비율을 의도적으로 낮게 평가해 외환은행을 ‘부실은행’으로 만들고 헐값에 팔았다는 의혹이 곧바로 제기되었다. 론스타가 국내법상 은행을 소유할 수 없는 산업자본인지 여부도 거센 논쟁을 불렀다.

인수 이후 외환은행 실적이 회복되자 론스타는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차익을 실현하려 했다. 2006년 KB국민은행, 2007년 HSBC와의 매각 협상은 바로 이 전략의 일환이었다. 특히 HSBC와 맺은 계약은 외환은행을 약 5조9천억원대 가격에 넘기는 내용으로 알려지며 ‘헐값 매입 후 고가 매각’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시민단체와 국회는 국정조사와 소송을 제기했고, 검찰 수사와 금융감독당국의 조사도 뒤따르며 론스타를 둘러싼 의혹이 본격화되었다. 외국계 사모펀드에 대한 여론은 급격히 악화되었고, 이후 승인과 규제 판단에도 영향을 미치는 배경이 되었다.

주가조작 사건은 논란을 양적으로, 질적으로 키운 결정적 계기였다. 론스타 측은 2003년 외환은행 카드(당시 KEB신용카드)를 둘러싸고 감자설을 흘려 주가를 떨어뜨린 뒤 저가 매수했다는 혐의로 기소되었다. 2011년 서울고등법원은 론스타와 유회원 대표에게 유죄를 선고했고, 상고가 포기되면서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이 판결로 론스타는 은행 지분 10퍼센트 초과 보유가 금지되는 대주주 적격성 문제에 직면했고, 금융당국은 지분 매각 명령을 내릴 수 있는 법적 지렛대를 확보했다.

요약하면 외환은행 인수 초기 단계에서 론스타는 위기 시기에 싸게 진입한 투기 자본이자, 형사 유죄를 받은 대주주라는 이미지가 동시에 굳어졌다. 이 평판과 법적 리스크는 이후 매각 승인 심사와 가격 협상, 그리고 국제중재의 판단에도 끝까지 그림자를 드리우게 된다.

외환위기 구조조정 속 헐값 매각과 주가조작 유죄가 론스타 사건의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출발점이었다.

2. 매각 지연, 하나금융 딜, 그리고 6조원대 ISDS

론스타는 외환은행 수익성이 회복되자 본격적으로 출구전략에 나섰다. 2007년 HSBC와 외환은행 매각 계약을 체결하면서, 매각 성공 시 막대한 차익을 거둘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금융감독당국의 인수 승인 심사는 끝없이 이어졌고, 론스타 주가조작 형사사건과 산업자본 논쟁이 해결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결론이 지연되었다. 그 사이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자 HSBC는 결국 인수 계약을 철회했고, 론스타는 ‘정부 승인 지연 때문에 고가 매각 기회를 날렸다’고 주장하게 되었다.

HSBC 딜 무산 이후에도 론스타는 외환은행 매각 시도를 멈추지 않았다. 여러 후보군과의 협상을 거쳐 2012년 2월 외환은행 지분 51.02퍼센트를 하나금융지주에 약 3조9천1백57억원에 매각하는 거래를 성사시켰다. 론스타는 이 가격이 초기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고 보았고, 금융당국이 승인권을 활용해 가격 인하를 압박하고 강제 매각 상황을 조성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국세청과 서울시는 스타타워와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 대해 양도소득세 등을 부과했고, 론스타는 조세조약과 과세 근거를 문제 삼으며 국내 소송을 병행했다.

결정적인 변화는 2012년 11월 국제중재 제기로 나타났다. 론스타는 벨기에와 룩셈부르크 법인을 앞세워 한·벨기에·룩셈부르크 투자보장협정을 근거로 ICSID에 한국 정부를 제소했다. 청구액은 약 46억7천9백50만달러, 한화 6조원대에 이르는 규모였다. 외환은행 매각 승인 지연으로 HSBC에 고가로 팔 기회를 잃었고, 하나금융 매각 과정에서 가격을 낮추도록 강요당했으며, 과세 역시 자의적이고 차별적이었다는 것이 핵심 주장이었다. 한국 사법제도 내 분쟁이 국제투자분쟁으로 비화한 순간이었다.

이 시점부터 사건의 무게중심은 국내 정치와 여론에서 국제중재와 외교, 그리고 투자협정 해석으로 옮겨갔다. 정부는 론스타의 헐값 매각 의혹과 주가조작 유죄를 전면에 내세우며 정당한 규제와 금융질서 유지를 위한 조치였다고 방어했다. 반대로 론스타는 국가가 형사사건과 여론을 명분으로 승인권을 남용해 투자자에게 손해를 전가했다고 몰아붙였다. 이후 10년 이상 이어지는 긴 ISDS 절차의 서막이 이렇게 열렸다.

HSBC 딜 좌초와 하나금융 매각, 과세 논란이 얽히며 론스타는 6조원대 ISDS라는 초대형 분쟁을 걸어왔다.

3. 2022년 ICSID 부분 패소: ‘FET 일부 위반’과 4.6퍼센트 배상

10년 넘는 서면공방과 증인신문 끝에 ICSID 중재판정부는 2022년 8월 31일 첫 판정을 내렸다. 판정부는 한국 정부의 조치 가운데 일부가 투자협정상 공정·공평대우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았다. 주된 논리는 하나금융 매각 승인 과정에서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 문제와 형사사건을 활용해 가격 인하를 압박하고, 승인 결정을 지연하는 방식으로 투자자에게 예상 밖 부담을 지웠다는 것이다. 다만 모든 승인 지연과 과세를 위법하다고 보지는 않았고 상당 부분을 정당한 규제로 인정했다.

배상액은 청구액과 비교하면 크게 줄었다. 최초 46억7천9백50만달러였던 청구액 가운데, 판정부가 인정한 배상액은 2억1천6백50만달러 수준이었다. 이후 정부의 정정 신청을 반영한 최종 금액은 2억1천6백1만8천여달러로 조금 낮아졌지만, 여전히 한화 기준 약 2천8백억원대 원금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이자까지 포함하면 4천억원 안팎이라는 추산도 나와 국내에서는 ‘부분 패소지만 세금 부담이 적지 않다’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판정부는 다만 론스타의 책임도 적지 않다고 분명히 적시했다. 주가조작 유죄 확정으로 인해 론스타는 대주주 적격성을 상실했고, 그 여파로 금융당국이 강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고 보았다. 여론 악화와 정치적 부담 역시 론스타의 행위가 촉발한 측면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 결과 손해액 산정에서 상당 폭의 기여과실을 적용해, 한국 정부가 부담할 몫을 대폭 줄이는 방식의 계산이 이루어졌다.

정부는 이 판정을 두고 “청구액의 95퍼센트를 막아냈다”고 평가하면서도, 배상 책임 자체는 남는다는 점에서 곧바로 다음 수를 준비했다. 2022년 말과 2023년 중반까지 정부와 론스타는 각각 판정의 일부를 취소해 달라는 신청을 ICSID에 제출했다. ISDS 체계 안에서 허용된 ‘취소절차’를 활용해, 원 판정의 법리와 절차를 다시 한 번 검증해 달라는 2라운드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2022년 판정은 한국의 일부 책임을 인정했지만, 론스타의 과실을 반영해 청구액의 4.6퍼센트만 배상하라는 절충형 결정이었다.

4. 2025년 취소위원회 결정: 0원 승소와 소송비 부담 전환

취소절차는 중재판정부와 별도의 구성인 취소위원회가 맡는다. 한국 정부와 론스타는 모두 ICSID 협약 제52조를 근거로 판정 취소를 신청했고, 집행은 일시 정지되었다. 정부는 판정이 중재판정부 권한을 벗어났고 절차 규칙을 위반했으며, 일부 핵심 쟁점에 대해 충분한 이유를 제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론스타는 반대로 배상액이 지나치게 적게 산정되었고, 국가 책임이 축소되었다고 비판했다. 2025년 3월 워싱턴에서 양측의 구두변론이 열리면서 결과를 둘러싼 관측이 분분했다.

결론은 2025년 11월 18일 한국 시간 오후에 발표된 취소위원회 결정으로 명확해졌다. 취소위원회는 2022년 8월 31일자 중재판정 중 한국 정부에 2억1천6백50만달러와 이자 지급을 명한 부분을 전부 취소했다. 이로써 약 4천억원 수준으로 추산되던 정부의 배상 책임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완전히 사라지게 되었다. 판정부가 인정했던 공정·공평대우 위반과 손해 산정 사이의 논리가 취소심 단계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취소위원회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취소절차에서 발생한 소송비 부담도 뒤집었다. 한국 정부가 그동안 취소심 대응 과정에서 지출한 소송 비용 합계 약 73억원을 론스타가 30일 이내에 지급하라고 판정한 것이다. 당초에는 정부가 수천억원을 물어줄 뻔한 사건이었지만, 최종 결과는 한 푼도 내지 않고 오히려 일부 비용을 돌려받는 구도가 되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긴급 브리핑에서 “국가 재정과 국민 세금을 지켜낸 성과이며 금융감독 주권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로써 론스타와 관련된 국제투자분쟁은 사실상 매듭이 지어졌다. 국내에서는 이미 2025년 4월 대법원이 론스타의 대규모 세금 환급 소송에서 정부 승소 취지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국제중재와 국내 조세소송 모두에서 정부가 최종 승리하면서,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된 금전적 부담은 원점으로 정리되었다. 남은 과제는 20년 가까이 이어진 분쟁의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고, 다시는 같은 유형의 리스크가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와 행정을 손질하는 일이다.

취소위원회가 배상 부분을 전면 취소하면서, 론스타 소송은 0원 승소와 소송비 회수라는 극적인 결말로 끝났다.

5. 론스타 사건이 남긴 제도적 교훈

론스타 사건은 단순히 한 번의 외환은행 매각 실패가 아니라, 위기 상황에서의 구조조정과 외국 자본 유치가 얼마나 복잡한 후유증을 낳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헐값 매각 논란과 먹튀 프레임, 산업자본 여부 논쟁, 그리고 주가조작 유죄까지 이어진 과정은 규제기관과 정치권, 사법부가 뒤늦게 리스크를 관리하려 할수록 비용이 커진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매각 승인 심사와 가격 조정, 형사·행정 조치가 뒤엉킨 상태에서 명확한 기준과 절차를 제시하지 못한 점도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번 취소 승소가 이런 구조적 문제를 없던 일로 만드는 것은 아니다.

국제투자분쟁 측면에서 보면, 론스타 사건은 ISDS가 더 이상 일방적인 국가 패소 구조가 아니라는 점도 함께 보여준다. 초기 판정에서 청구액의 4.6퍼센트만 인정한 점, 투자자의 기여과실을 반영해 손해액을 크게 줄인 점, 그리고 취소절차를 통해 배상 책임이 완전히 사라진 점은 모두 의미 있는 선례다. 향후 한국이 다른 국가와 체결하는 투자협정과 ISDS 전략을 설계할 때, 판정부 구성과 취소제도 활용, 소송비 배분 논리를 세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투자자 지위로 분쟁에 나설 때 참고할 만한 법리적 기준도 제공한다.

정책 측면의 교훈도 간단하지 않다. 금융감독당국은 대형 인수·합병 승인과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치적 압력과 여론의 파도를 피할 수 없다. 그럴수록 법률에 근거한 절차와 이유 제시, 기록 관리가 중요해진다. 국내법상 문제가 없다는 주장만으로는 국제중재에서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는 점이 이번 사건에서 드러났다. 반대로 투자자 역시 단기 차익만 바라보는 공격적 행태와 불법적 수단을 동원할 경우, 손해배상액이 대폭 줄어들거나 아예 책임을 인정받지 못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경고가 되었다.

결국 론스타 분쟁은 “위기 속 헐값 매각과 투기자본 논쟁이 어떻게 20년짜리 국제분쟁으로 이어졌는가”를 압축한 사례로 남는다. 한국 정부는 취소위원회 승소로 국민 세금 부담을 지키는 데 성공했지만, 처음부터 분쟁을 키우지 않는 제도 설계와 행정 운영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은 계속 남는다. 앞으로의 과제는 외국 자본 유치와 금융안정, 국민 여론과 국제규범 사이에서 더 정교한 균형점을 찾는 일이다. 론스타 사건의 숫자와 판정 결과만이 아니라, 그 뒤에 숨어 있는 구조적 조건을 되짚어 보는 작업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론스타 소송의 최종 승소는 끝이 아니라, 위기 때의 구조조정과 투자협정 정책을 다시 설계하라는 과제로 돌아온다.

참고·출처

론스타와 한국 정부 간 국제투자분쟁의 경과와 2022년 8월 ICSID 중재판정, 2025년 11월 취소위원회 결정 내용은 법무부와 국무총리실 브리핑, 국내 주요 통신사와 일간지 기사, UNCTAD ISDS 사례 데이터베이스 및 관련 국제중재 전문 사이트 자료를 종합해 정리하였다. 외환은행 인수·매각 가격, ISDS 청구액과 배상액, 취소절차 소송비 73억원, 2025년 4월 대법원의 조세소송 판결 결과 등 수치는 이들 공개 자료에서 확인 가능한 범위 안에서 인용하였다. 사건의 해석과 교훈에 관한 부분은 공개된 판정문 요지와 전문가 해설, 학술·언론 분석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서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