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구글이 택한 두 번째 칩, 삼성전자가 얻는 것들

글목록보기

메타·구글 AI 칩 협상이 엔비디아 독점을 흔들며 삼성전자에 새로운 수혜 기대를 키우고 있다.

메타가 구글의 자체 AI 칩 도입을 검토하면서 AI 반도체 생태계의 축이 엔비디아에서 구글·메타·삼성으로 넓어지고 있다. 구글 TPU에 들어가는 메모리와 패키징을 공급할 핵심 파트너로 삼성전자가 부각되며, 삼성전자 주가는 10만 원대를 세 거래일 연속 유지하고 3퍼센트대 급등했다. 같은 날 엔비디아와 직접 연결된 HBM 테마주인 SK하이닉스는 소폭 조정을 받으며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최종 업데이트 2025-11-26

메타·구글 AI 칩 협상, 엔비디아 독점 구도를 흔들다

메타는 그동안 엔비디아 GPU 중심으로 AI 인프라를 구축해 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GPU 공급이 부족해지고 가격도 높게 유지되면서, 단일 공급사에 의존하는 구조가 부담으로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메타가 구글의 텐서처리장치, 이른바 TPU를 수십억 달러 규모로 도입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구글 입장에서는 자사 클라우드 외부 고객을 확대할 기회이고, 메타로서는 엔비디아에 대한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카드가 된다.

구글 TPU는 이미 구글 검색과 유튜브 추천, 지메일 등 내부 서비스에서 대규모로 사용되는 칩이다. 지금까지는 구글 클라우드 고객에게 제한적으로 제공되는 수준이었지만, 메타 같은 초대형 고객이 합류하면 AI 칩 시장에서의 존재감이 한층 커질 수 있다. 이는 곧 엔비디아가 사실상 독점해 온 데이터센터 AI 칩 시장에 두 번째 축이 세워진다는 뜻이다.

투자 관점에서는 엔비디아 중심 구조가 무너진다기보다, 엔비디아 외에 구글 TPU라는 보완 축이 생기는 흐름으로 보는 편이 현실적이다. 신규 데이터센터 투자는 여전히 늘어나는 가운데, 고객사가 칩 공급원을 하나 더 확보해 분산시키는 모습에 가깝기 때문이다.

메타와 구글의 협상은 엔비디아를 대체하기보다 AI 칩 공급원을 다변화하는 전략적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최대 수혜주’로 언급되는 이유

이번 뉴스에서 국내 증시가 주목한 대목은 구글 TPU 안에 들어가는 메모리와 패키징이다. 메모리 반도체는 여전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지만, 구글과 브로드컴이 설계하는 TPU에 공급하는 주력 메모리 파트너는 그동안 삼성전자가 중심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구글이 TPU 투자를 확대하면, TPU용 D램과 HBM 수요 역시 자연스럽게 증가한다.

실제 한국거래소 집계에 따르면 11월 26일 삼성전자 주가는 전일 대비 약 3퍼센트 중반 상승한 10만 2천 원대에 마감하며, 이른바 10만전자 구간을 세 거래일 연속 유지했다. 메타·구글 협상 뉴스가 전해지자마자 외국인과 기관 수급이 동시에 유입되면서, 단기적으로는 AI 메모리 추가 수혜 기대가 주가를 밀어 올린 셈이다. 시장에서는 엔비디아 쏠림이 완화돼도 삼성전자 메모리 수요는 오히려 안정적일 것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뿐 아니라 파운드리에서도 AI 칩 수주를 노리고 있다. 아직 구글 TPU를 어느 공정에서 어느 회사가 생산할지 확정된 정보는 없지만, 삼성 파운드리가 일부 물량을 수주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파운드리와 메모리를 모두 갖춘 종합 반도체 기업이라는 점이, AI 인프라 확대 국면에서 장기 경쟁력으로 다시 평가받는 분위기다.

구글 TPU 투자가 늘어날수록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겸비한 삼성전자의 구조적 수혜 가능성이 함께 커진다.

SK하이닉스는 왜 조정을 받았나

같은 날 SK하이닉스 주가는 50만 원대 중반에서 소폭 하락 마감하며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하이닉스는 올해 내내 엔비디아용 HBM 핵심 공급사라는 기대감으로 크게 올랐고, 단기 주가 상승폭도 삼성전자보다 훨씬 가팔랐다. 그만큼 엔비디아 호재가 상당 부분 주가에 선반영된 상태에서, 메타가 엔비디아 의존을 낮출 수 있다는 뉴스가 나온 셈이다.

물론 메타가 구글 TPU를 추가로 도입하더라도 엔비디아 GPU 수요가 바로 줄어든다고 보기는 어렵다. AI 서비스 확대로 전체 시장이 성장하는 한, 엔비디아와 하이닉스의 HBM 수요 역시 여전히 견조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단기 시세 측면에서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덜 오른 삼성전자에 새 스토리가 붙자, 차익 실현 매물이 이미 많이 오른 하이닉스에 먼저 나온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결국 시장은 같은 메모리 업종 안에서도 스토리의 방향과 밸류에이션 부담을 구분해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엔비디아 단일 고객 비중이 큰 하이닉스보다, 고객과 제품 구성이 더 분산된 삼성전자 쪽이 이번 뉴스의 직접적인 수혜로 인식된 것이다.

엔비디아 집중도가 높은 SK하이닉스는 차익 실현이, 고객이 분산된 삼성전자는 신규 수혜 기대가 주가에 반영됐다.

AI 칩 판도 변화, 투자자는 어떻게 볼 것인가

이번 이슈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이다. 메타와 구글이 실제로 어느 시점에 어떤 규모의 계약을 체결할지, TPU 세대별 사양과 공급업체 구성이 어떻게 바뀔지는 아직 공개된 정보가 아니다. 지금 단계에서 확실한 것은, 메타가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고 칩 공급원을 다변화하려는 방향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는 정도다.

따라서 투자 전략을 세울 때는 하나의 뉴스에 과도하게 반응하기보다는, 몇 가지 숫자 기준을 미리 정해 두는 편이 안전하다. 예를 들어 전체 자산에서 반도체 비중 상한을 어느 정도까지 허용할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비중을 어떻게 나눌지, 10만전자 구간에서의 변동성을 어느 정도까지 감내할지 등을 사전에 설정하는 방식이다. 이런 기준이 없으면 단기 뉴스에 따라 고점 추격 매수와 저점 공포 매도를 반복하기 쉽다.

또한 향후 분기 실적에서 실제로 AI 메모리 비중과 수익성이 얼마나 개선되는지, 파운드리 수주와 설비투자가 어떤 속도로 늘어나는지를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다. 뉴스는 기대를 만들어 주지만, 결국 주가를 길게 결정하는 것은 매출과 이익, 그리고 현금흐름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투자자는 이번 메타·구글 협상을 AI 인프라 투자 확대의 한 징후로 받아들이되, 기업별 실적과 밸류에이션으로 최종 점검을 해야 한다.

메타·구글 협상은 AI 인프라 확대 신호일 뿐이며, 실제 투자 판단은 각 기업의 실적 흐름과 보유 비중 원칙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

정리하며, 삼성전자 AI 사이클의 의미

메타와 구글의 AI 칩 협상 소식은 엔비디아 독점 구도가 서서히 완화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그 과정에서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모두 가진 삼성전자는, AI 데이터센터가 어떤 칩을 선택하더라도 일정 부분 수혜를 공유할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된다. 이번 주가 상승은 그러한 구조적 장점에 다시 한 번 주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다만 AI 투자 사이클은 이미 상당 부분 진행 중이며, 앞으로는 기대보다 실제 수익성이 더 중요한 국면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메타·구글 협상 한 건만으로 장기 투자 가치를 단정하기보다는,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 흐름 속에서 삼성전자가 어느 정도의 이익 성장과 현금 창출을 보여 주는지를 꾸준히 확인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단기 뉴스에 휘둘리기보다, AI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를 함께 키우는 장기 전략이 유지되는지를 지켜보는 것이 더 현실적인 관점이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이후 열리는 AI 인프라 2막에서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겸한 핵심 인프라 공급자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