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중증질환자에게 의료급여는 얼마나 안전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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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의료급여는 장애·중증질환자의 삶에서 어떤 위치에 서 있나

의료급여는 기준 중위소득 40퍼센트 이하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공적 의료보장 제도다. 국민건강보험료를 낼 여력조차 부족한 계층을 위해 의료비를 거의 전액 또는 대부분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특히 장애인과 중증질환자에게 의료급여는 단순한 ‘병원비 할인’이 아니라, 일상적인 치료와 재활을 버티게 해 주는 생존 인프라에 가깝다.

중증 신체장애가 있는 사람, 장기간 약물을 복용해야 하는 정신질환자, 암이나 희귀난치질환을 앓는 이들에게 의료비는 일회성 비용이 아니다. 입원·외래·약제·검사·재활치료가 수년 또는 평생 이어지는 구조라, 건강보험 체계 안에서도 본인부담 누적액이 상당해진다. 소득이 낮은 장애·중증질환자라면 이 부담을 자체적으로 감당하기 어렵다.

그래서 의료급여는 원칙적으로 ‘건강보험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최하위 계층을 위한 별도 안전망’으로 설계되어 있다. 1종 수급자의 경우 입원 진료비 전액, 외래 진료비 대부분을 국가와 지자체가 부담한다. 2종 수급자도 건강보험 지역가입자보다 훨씬 낮은 본인부담률을 적용받는다. 이 구조 덕분에 장애·중증질환자 중 상당수가 “의료급여가 아니었다면 치료를 포기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제도 설계 의도와 별개로, 의료급여가 장애·중증질환자의 의료이용 전 과정을 완전히 보호해 주는 ‘완전한 안전망’인지는 별도 질문이다. 서비스 접근성, 본인부담 구조, 재활·돌봄과의 연계, 정신질환 지원 등 여러 층위에서 여전히 빈틈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급여는 장애·중증질환자의 생존을 떠받치는 핵심 제도지만, 실제 이용 과정에서는 ‘완전한 안전망’이라기보다 취약한 부분이 많은 부분적 울타리에 가깝다.

2. 의료급여 구조 속 장애·중증질환자: 1종과 2종, 그리고 본인부담

의료급여는 수급자의 상황에 따라 1종과 2종으로 나뉜다. 대부분의 중증 장애인, 시설입소자, 희귀난치질환자, 중증질환·중증난치질환자 등은 1종에 속하며 입원 진료비 전액, 외래 진료비의 상당 부분을 국가가 부담한다. 2종 수급자는 상대적으로 본인부담이 더 높지만, 그래도 건강보험 가입자보다는 유리한 조건이다.

장애·중증질환자의 경우 의료급여 1종에 해당하는 비율이 높다. 장기 투약·반복 입원·재활치료로 의료비가 크게 발생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본인부담률을 조금만 높여도 치료 지속 가능성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책적으로도 중증장애·희귀질환·암 등은 1종 우선 적용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부담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일부 외래 진료, 약제, 검사, 비급여 항목, 선택진료, 교통비, 보호자 간병비 등은 여전히 개인 부담 영역으로 남는다. 특히 비급여 비중이 높은 재활치료·도수치료·보조기구·치과치료 등에서는 의료급여의 보호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지점이 생긴다.

또 하나의 문제는 ‘자주 아프면 오히려 제약이 생기는 구조’다. 의료급여는 과다 외래 이용자에 대한 본인부담 차등제, 특정 항목 이용 제한 규정을 통해 무분별한 이용을 막으려 한다. 취지는 이해할 만하지만, 만성질환과 중증장애 특성상 외래 진료가 잦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는 이 장치가 불이익처럼 작동할 위험도 있다. 의료 남용과 의료 접근권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잡을지가 중요한 과제로 남는다.

결국 장애·중증질환자에게 의료급여는 건강보험 대비 강력한 안전망이지만, 재활·보조기구·비급여 중심 영역에서는 여전히 ‘지갑 사정에 따라 치료 수준이 달라지는 현실’을 완전히 지워 주지는 못한다. 제도상의 1종·2종 구분과 실제 체감 의료비 사이에는 여전히 간극이 존재한다.

1종·2종 구조 덕에 기본 진료비는 크게 줄지만, 비급여·재활·보조기구 영역에서 장애·중증질환자는 여전히 적지 않은 본인부담과 이용 제약을 감당해야 한다.

3. 정신질환·장기입원 영역에서 드러나는 구조적 취약점

장애·중증질환자 가운데 특히 정신질환을 가진 이들에게 의료급여는 독특한 의미를 갖는다. 정신질환은 외래 상담·약물치료·입원이 반복될 수 있는 질환 특성을 지닌다. 의료급여는 이 과정에서 진료비를 크게 덜어 주지만, 동시에 장기입원 구조를 고착시키는 데 기여했다는 비판도 받아 왔다.

한국 정신의료체계에서는 오랫동안 요양병원·정신병원 장기입원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의료급여 1종 수급자의 경우 입원 본인부담이 거의 없기 때문에, 병원·가족·환자 본인 모두에게 ‘입원 유지’가 재정적으로 크게 부담되지 않는 구조가 형성되었다. 지역사회 복지·주거 서비스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병원이 사실상 장기 보호시설 역할을 해 온 셈이다.

최근에는 이 구조를 바꾸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의료급여 예산 안에 정신과 외래 심층상담 지원 횟수 확대, 급성기 정신질환자의 초기 집중치료 수가 인상 등이 포함되면서 “초기에 집중 치료하고, 장기입원 대신 지역사회 치료로 연결하겠다”는 방향성이 제시되고 있다. 또한 요양병원의 중증 입원환자에 대한 간병비 지원을 확대해, 돌봄 부담을 가족에게만 맡기지 않겠다는 의지도 드러난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여전히 장기입원과 시설 의존이 강하게 남아 있다. 퇴원 후 갈 곳이 없는 정신장애인, 가족 돌봄 여력이 없는 중증질환자, 지역사회 정신건강복지센터·공동생활가정·공공임대주택 연결이 늦어지는 문제 등이 겹치면서, 의료급여가 입원비를 책임지는 대신 ‘탈시설과 지역사회 전환’은 아직 충분히 따라오지 못하는 모양새다.

정리하면, 의료급여는 정신질환·중증질환 장기입원 비용을 떠받쳐 온 핵심 제도인 동시에, 지역사회 기반 돌봄과 재활로의 전환이 지연되는 구조를 부분적으로 강화해 온 측면도 있다. 앞으로는 입원비 지원과 함께 ‘퇴원 이후 삶’을 설계하는 정책 설계가 병행되어야 장애·중증질환자에게 진짜 의미의 안전망이 될 수 있다.

정신질환·장기입원 영역에서 의료급여는 치료비를 대신 내 주는 든든한 제도이면서도, 지역사회 전환이 더디게 진행되는 구조적 문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4. 장애·중증질환자의 생활 전체를 보았을 때의 한계

장애·중증질환자의 삶을 의료비 항목으로만 볼 수는 없다. 주거비, 돌봄비, 교통비, 보조기구 구입비, 식비와 생활비 등 여러 비용이 얽혀 있으며, 의료급여는 이 가운데 순수한 ‘진료비’와 일부 간병비 영역만을 다룬다. 나머지 영역은 장애인연금·장애수당·활동지원서비스·기초생활보장·주거급여 등 다른 제도에 분산되어 있다.

문제는 이 여러 제도의 신청 기준과 심사 구조가 서로 달라, 당사자가 전부를 이해하고 조합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의료급여 수급자라고 해서 자동으로 충분한 활동지원서비스를 받는 것도 아니고, 주거급여·기초생활보장과 연동이 매끄럽게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특히 가족과 갈등이 있거나 단독가구인 장애인의 경우, 제도 간 빈틈이 더 크게 드러난다.

또한 장애 유형에 따라 의료급여 체감 수준도 크게 달라진다. 예를 들어 지속적인 약물치료와 정기검사가 중심인 정신장애·신장질환·심장질환 환자는 의료급여의 도움을 직접적으로 크게 느낄 수 있다. 반면 보조기구·물리치료·작업치료·언어치료 등 비급여 비중이 높은 재활치료가 필요한 뇌병변·지체장애인의 경우, 의료급여만으로는 실제 비용 압박을 덜기 어렵다.

이처럼 의료급여는 장애·중증질환자의 생활비 구조 중 ‘진료비 일부’를 분담하는 제도에 가깝다. 다른 복지제도와의 결합이 잘 작동할 때는 꽤 강력한 안전망처럼 느껴지지만, 어느 하나라도 끊기면 전체 생활이 쉽게 기울어진다. 그래서 의료급여의 성능을 제대로 평가하려면, 단순히 본인부담률 숫자를 보는 것에서 한 걸음 나아가 ‘다른 제도들과 연결된 전체 안전망 안에서의 위치’를 같이 봐야 한다.

장애·중증질환자에게 필요한 것은 의료급여 하나로 모든 위험을 막는 것이 아니라, 여러 제도가 빈틈 없이 이어지는 구조다. 지금의 의료급여는 그 가운데 중요한 한 축이지만, 그 자체로 완결된 안전망이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의료급여는 장애·중증질환자의 생활비 중 진료비 일부를 맡는 축일 뿐, 주거·돌봄·재활까지 아우르는 완결형 안전망이 되기에는 아직 다른 제도와의 연결이 부족하다.

5. 의료급여 부양비 폐지 이후, 장애·중증질환자는 무엇을 기대할 수 있나

의료급여 부양비 폐지는 장애·중증질환자에게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동안 가족에게 실제로 생활비를 받지 못해도, 자녀나 부모의 소득이 있다는 이유로 부양비가 간주되어 의료급여 수급에서 탈락하던 사례가 적지 않았다. 특히 자녀와 연락이 끊긴 고령 장애인, 가족 갈등으로 실질적인 부양이 끊어진 중증질환자에게는 구조적 장벽이었다.

부양비 폐지 이후에는 수급자 본인의 소득과 재산을 중심으로 기준 중위소득 40퍼센트 이하인지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이 변화는 “가족이 도와줄 것이라고 가정하고 가상의 소득을 더하던 관행”을 정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장애·중증질환자 중에서도 가족에게 실질적인 부양을 받지 못하는 이들이 의료급여 문턱을 다시 두드려 볼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다만 부양의무자 기준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고소득·고재산 부양의무자가 있는 경우에는 여전히 의료급여 수급에서 제외될 수 있으며, 이 기준이 장애·중증질환자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부양비 폐지는 부양의무자 기준이라는 ‘두꺼운 벽’의 한 층을 허문 것에 가깝고, 벽 전체를 허문 것은 아니다.

실무적으로는 장애·중증질환자가 의료급여 신청을 고민할 때, 부양비 폐지 이후의 소득인정액 계산 방식을 다시 검토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실제로 가족 지원을 받지 못하면서 서류상 가족 소득 때문에 수급에서 탈락했던 이들이라면, 거주지 읍·면·동 행정복지센터를 통해 재심사를 요청해 볼 여지가 생긴다. 특히 정신질환·장기요양 등으로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경우, 의료급여 수급 여부는 향후 치료 전략 자체를 바꾸는 변수다.

결국 부양비 폐지는 장애·중증질환자에게 ‘의료급여 접근 가능성’을 넓히는 첫 단계다. 다만 이것이 곧바로 의료급여의 보호 수준 자체를 획기적으로 강화한다는 뜻은 아니며, 여전히 남아 있는 부양의무자 기준과 본인부담 구조를 함께 개선해야 진정한 의미의 안전망으로 나아갈 수 있다.

부양비 폐지는 가족에게 받지도 않는 돈을 소득으로 보던 관행을 걷어냈지만, 장애·중증질환자가 의료급여를 온전히 안전망으로 체감하려면 남은 부양의무자 기준과 본인부담 구조까지 함께 손질해야 한다.

6. 결론: ‘부분적 안전망’에서 ‘권리로서의 안전망’으로 가기 위해

장애·중증질환자에게 의료급여는 분명히 강력한 제도다. 치료를 포기할 상황을 막아 주고, 입원·수술·장기 투약의 비용을 대신 떠안아 준다. 특히 1종 수급자에게는 입원비 전액 지원이라는 형태로, 건강보험 체계 안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의 보호를 제공한다. 이 점에서 의료급여 없이 한국 장애·중증질환자의 의료 이용을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동시에 의료급여는 아직 ‘부분적 안전망’에 머물러 있다. 비급여·재활·보조기구·돌봄·주거 영역에서의 비용 부담, 장기입원 의존 구조, 부양의무자 기준의 잔존, 제도 간 연결 부족 등은 장애·중증질환자가 의료급여를 이용하면서도 여전히 빈곤과 불안을 벗어나지 못하게 만드는 요소다. 제도가 막아 주는 것은 분명 있지만, 막지 못하는 영역이 아직 넓다.

앞으로 의료급여가 ‘권리로서의 안전망’이 되려면 두 가지 방향이 함께 필요하다. 하나는 장애·중증질환자의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보호, 예를 들어 재활·보조기구·정신과 외래상담·지역사회 돌봄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일이다. 다른 하나는 부양의무자 기준의 추가 완화와, 의료급여를 포함한 여러 복지 제도가 끊김 없이 이어지도록 설계하는 일이다.

장애·중증질환자의 눈으로 볼 때, 의료급여는 이미 고마운 제도다. 하지만 ‘고마운 제도’라는 표현은 종종 제도 개선 요구를 약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이제는 감사와 별개로, 이 제도가 어디까지 왔고 어디까지 가야 하는지, 냉정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의료급여가 시혜가 아닌 권리, 부분적 울타리가 아닌 실질적 안전망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장애·중증질환자에게 의료급여는 이미 없어서는 안 될 제도지만, 시혜의 영역을 넘어 권리로서의 온전한 안전망이 되려면 비급여·돌봄·부양의무자 기준까지 함께 손보는 다음 단계가 필요하다.

참고·출처

보건복지부의 의료급여 제도 안내 자료와 연도별 예산 설명을 참조하여 1종·2종 구조, 정신과 외래상담·요양병원 간병비 지원 확대 등 최근 개편 내용을 정리하였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장애인복지법, 정신건강복지법 관련 해설 자료를 통해 장애·중증질환자의 의료·돌봄·소득보장 제도 간 연계를 검토하였다. 또한 의료급여 수급자 중 장애·중증질환자의 비중, 장기입원 및 시설 의존 문제, 비급여·재활 영역의 본인부담 문제를 다룬 언론 보도와 연구 보고서를 참고하여 현실 사례와 구조적 한계를 함께 서술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