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플렉스: 관람환경 방치와 ‘체감 스크린’의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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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이 ‘당연히’ 흔들린 이유는 관람환경이었다.

단일관 시대의 큰 화면 기준은 남아 있는데, 멀티플렉스는 체감 스크린과 좌석 편의를 오래 방치했다. 놀이 선택지가 적었던 한국에선 영화관이 기본 외출이었지만, 값은 오르고 경험은 그대로라 이탈이 빨랐다. OTT는 그 균열을 한 번에 드러냈다.

최종 업데이트 2025-12-14

단일관의 기억이 남긴 기준

1980년대와 1990년대의 극장은 단일관이 흔했다. 한 관에 수백 석이 들어가던 시절이다. 스크린은 체감으로 확실히 컸다. 영화는 ‘외출 이벤트’로 작동했다. 그래서 관객의 기준점이 여전히 거기에 남아 있다.

멀티플렉스는 선택지를 늘렸지만, 기준점은 바꾸지 못했다. 관객은 상영 편성보다 체감 경험을 먼저 기억한다. 화면이 작아지면 영화가 작아진다. 좌석이 불편하면 이야기가 끊긴다. 단일관의 기억이 멀티플렉스를 더 가혹하게 평가한다.

단일관의 ‘큰 화면 체감’이 지금도 기준으로 남아 있다.

멀티플렉스의 확장과 체감 스크린 축소

멀티플렉스는 관을 쪼개 회차를 늘린다. 그 과정에서 스크린은 쉽게 작아진다. 같은 건물 안에서도 관마다 편차가 커진다. 관객은 좋은 관을 찾아 이동한다. 문제는 그 정보가 친절하게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체감 스크린이 줄면 ‘집과의 차이’가 얇아진다. 집의 TV는 커지고 음향도 좋아졌다. 반면 극장은 어떤 관은 여전히 답답하다. 관람이 ‘이동 비용’까지 포함해 계산된다. 이 계산이 시작되면 멀티플렉스가 불리해진다.

멀티플렉스는 회차를 늘렸지만 체감 스크린을 지키는 데 실패했다.

표값 인상은 결과, 불편함은 원인

표값이 오르면 사람들은 먼저 이유를 묻는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체감 가치의 변화다. 값이 오르는데 경험이 그대로면 반감이 커진다. 관람환경이 좋으면 인상도 납득된다. 관람환경이 나쁘면 인상은 배신으로 읽힌다.

극장 산업은 고정비 비중이 높다. 관객이 줄면 단가를 올리기 쉬운 구조다. 실제로 관람료 인상 흐름이 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렇다고 관람환경 투자가 따라오진 않았다. 결과적으로 관객은 ‘돈만 더 내는’ 감각을 얻는다.

가격이 아니라 ‘불편함 방치’가 먼저 신뢰를 무너뜨렸다.

OTT는 트리거, 한국의 놀이 빈틈

OTT는 극장을 직접 죽인 원인이라기보다 촉발점이었다. 집에서 보는 선택지가 급격히 좋아졌기 때문이다. 동시에 한국은 놀이가 풍부한 편은 아니다. 그래서 영화관이 기본 외출 코스가 되기 쉬웠다. 그 기본값이 흔들리면 충격이 크게 온다.

외출 비용이 오르면 선택은 갈라진다. 어떤 사람은 더 비싼 ‘확실한 경험’으로 간다. 어떤 사람은 집으로 돌아온다. 극장이 중간지대를 지키려면 편의가 필요하다. 편의가 없으면 중간지대가 먼저 붕괴한다.

OTT는 방아쇠였고, 한국의 ‘기본 외출’ 구조가 충격을 키웠다.

이제 와서 리클라이너, 왜 늦게 느껴지나

리클라이너 확대는 분명히 ‘정신 차린’ 움직임이다. 다만 관객은 의자를 따로 떼어 보지 않는다. 화면, 음향, 온도, 청결이 한 묶음이다. 그중 하나만 바꾸면 체감 개선이 제한된다. 그래서 늦게 느껴진다.

또 하나는 정보 문제다. 관람 편의가 핵심이면 표기도 핵심이 된다. 그런데 좌석 타입을 확실히 알기 어려운 지점이 많다. 관객은 탐색 비용을 추가로 지불한다. 탐색 비용이 커지면 그냥 집을 택한다.

리클라이너만으로는 늦게 느껴지고, 정보 비대칭이 불만을 키운다.

살아남는 극장의 모습

극장이 회복하려면 집이 못 하는 걸 해야 한다. 큰 화면과 확실한 음향이 핵심이다. 동시에 오래 앉아도 편해야 한다. 관객의 시간과 몸을 존중해야 한다. 그게 ‘외출’의 이유가 된다.

결국 극장은 두 갈래로 갈 가능성이 크다. 하나는 프리미엄의 강화다. 다른 하나는 지역형 소규모의 재편이다. 반대로 애매한 중간값은 가장 먼저 줄어든다. 관객은 이제 중간값에 돈을 내지 않는다.

극장은 ‘집이 못 하는 경험’으로만 설득력을 되찾을 수 있다.

참고·출처

CGV가 2025-12-11 기준으로 리클라이너 상영관을 전국 18개 극장 70개 상영관 규모로 신규 도입했다고 밝힌 보도 내용을 확인했다. 관람료 인상 흐름과 고정비 구조는 한국신용평가가 공개한 CJ CGV 관련 분석 보고서(공개일 2025-07-09)에 기재된 문장을 참고했다. 2025년 영화관 관람료의 시간대·요일별 구간 예시는 현대카드 매거진의 CGV 가격 안내 글(게시일 2025-03-18)에서 확인했다. 본문은 위 자료의 사실 요소를 바탕으로, 단일관에서 멀티플렉스로 넘어오며 체감 경험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해석해 정리했다.

공식 발표와 신용평가 보고서의 구조 분석을 함께 참고해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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