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예술/음악

2. 공원소녀, 약속이 무너졌을 때 남은 것들

형성하다 2025. 10. 25. 07:05

“공원소녀(GWSN)는 숙소도 비자도 끊긴 뒤 법원에서 자유를 얻었다.  흩어졌지만 아직 사라지지 않은 7명의 지금.”

최종 업데이트 2025년 10월 24일

읽기 경로·예상 소요 15~20분 → 서론에서 팀의 해체 과정을 파악하고, 중반에서 멤버별 현재를 따라간 뒤 마지막 문단의 ‘되찾음’ 부분까지 읽으면 이해가 완결된다.

서론

공원소녀. 영어로는 GWSN, 뜻은 ‘누구나 와서 쉴 수 있는 공원 소녀들’. 팀 이름부터 숨을 고르게 하는 말이었습니다. 누군가의 마음이 너무 지쳤을 때 잠깐 내려앉을 자리, 그 자리에 서 있는 소녀들이 되겠다는 약속. 데뷔는 2018년 9월, ‘Puzzle Moon’이라는 곡과 함께였고 멤버는 미야, 서령, 서경, 앤, 민주, 소소, 레나. 이 팀은 처음부터 다국적 구성이었습니다. 일본 출신 미야, 대만 출신 소소, 그리고 한국 멤버들. “경계 없는 위로”라는 말을 실제 얼굴에 붙여서 내보냈던 팀이었죠.

그런데 이 팀은 어느 순간부터 무대보다 ‘행방’이 먼저 걱정되는 팀이 됐습니다. 활동이 뚝 끊겼고, 컴백은 미뤄졌고, 팬들은 “애들은 지금 어디 있어요?”라고 묻기 시작했습니다. 2021년 이후엔 제대로 된 활동 공지가 거의 사라졌습니다. 회사인 더웨이브뮤직(The Wave Music)은 답을 거의 내놓지 않았습니다. 그 공백은 나중에 법원 문서에서 채워집니다. 그 문서가, 우리가 생각한 ‘공원’이 실제로 어떤 곳이었는지 보여줍니다.

가장 먼저 무너진 건 집이었다

2022년 2월, 공원소녀 멤버들은 숙소에서 쫓겨났습니다. 회사가 월세를 제때 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나중에 밝혀집니다. 숙소는 단순히 잠만 자는 공간이 아닙니다. 아이돌에게 숙소는 일터와 거의 붙어 있는 산소 같은 곳입니다. 일정 끝나고 돌아올 방, 내 물건이 있는 자리. 그게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여름이 오기 전, 또 하나가 없어졌습니다. 연습실. 연습실은 그냥 빈 방이 아니에요. 아이돌에게 연습실은 다음 컴백이 가능하냐 아니냐를 가르는 자리입니다. 춤을 맞추고, 목을 풀고, 안무를 새로 몸에 넣는 곳. 더웨이브뮤직은 이 연습 공간을 정리했고, 팀을 돌보던 매니저와 스태프들도 회사를 떠났다고 합니다. 멤버들만 남았습니다. 아이돌 그룹인데, 아이돌 그룹처럼 움직일 최소 조건들이 하나씩 빠졌습니다.

그 순간부터 공원소녀는 사실상 “활동 중단 그룹”이 아니라 “기본 생활 인프라가 끊긴 사람들”의 집합이 됩니다. 이건 활동 저조, 인기 부진 같은 말로는 덮을 수 없는 종류의 무너짐입니다. 그냥 자고 연습하던 삶 그 자체가 끊긴 겁니다.

외국인 멤버에게 벌어진 일은 더 날카로웠다

공원소녀 안에는 한국 국적이 아닌 멤버가 있었습니다. 일본 출신 미야, 대만 출신 소소. 이 사람들은 회사가 곧 보호망이었습니다. 가족은 한국에 없고, 행정 절차(비자·체류)는 회사 쪽이 다 챙겨줘야 안정됩니다. 그게 K팝 다국적 팀의 기본 구조죠. ‘우리는 글로벌하다’라는 말은 결국 ‘우리는 이 사람의 체류와 안전을 책임진다’라는 약속이기도 합니다.

그 약속이 깨졌다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더웨이브뮤직이 두 멤버의 체류·비자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 그 결과 미야(일본)와 소소(대만)가 체류 문제로 벌금을 물고, 심지어 전과 기록까지 남게 되었다는 사실이 소송 과정에서 밝혀졌습니다. 이건 단순한 행정 실수가 아니었습니다. ‘한국에서 함께 꿈꾸자’고 불러놓고, 그 합법적 발판을 회사가 그냥 놓쳐버린 겁니다. 그 책임은 멤버들 개인에게 고스란히 돌아왔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공포의 방향입니다. 이건 “회사 너무했다” 수준을 넘습니다. 이건 “이제 나는 한국에서 범죄 이력이 있는 사람 취급을 받을 수도 있다”는 공포입니다. 아이돌이라는 직업이 한순간에 ‘체류 위반자’라는 낙인으로 뒤집힐 수 있었다는 뜻이니까요.

그냥 노래하고 춤추고 팬들과 소통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 사람들에게 돌아온 건 ‘너 지금 불법 체류자 취급이야’라는 현실이었습니다. 이건 정말로 잔인합니다. 그대로 적어야 합니다.

정산, 기록, 책임

멤버들은 또 이런 말도 했습니다. “우리는 우리 몫의 정산을 받지 못했고, 회사는 이 부분에 대한 자료를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다.” 쉽게 말하면 “우리가 일한 만큼 어떤 돈이 어디로 갔는지, 당신들 스스로도 못 보여주잖아요”라는 얘기입니다.

이건 업계에서 늘 나오는 말 같지만, 공원소녀 쪽은 정도가 달랐습니다. 회사가 아티스트 관리 의무(생활, 활동 지원, 안전 확보)를 기본적으로 다해야 하는데 그게 붕괴했고, 정산 관련 자료나 정당한 지급 근거도 제대로 안 나왔다. 이건 단순히 ‘돈 더 주세요’가 아니라 ‘우리를 돌보고 있다는 최소한의 증거를 보여 주세요’에 가깝습니다.

멤버들 쪽 법률 대리인은 정확하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관리와 정산은 전속계약에서 회사가 져야 할 가장 기본 의무다. 그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면, 신뢰는 이미 깨졌다. 신뢰가 없으면 전속계약은 유효할 수 없다.” 이 말은 나중에 그대로 판결의 뼈대가 됩니다.

법원은 멤버들 편을 들었다

2023년 1월,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28부는 공원소녀 멤버 7명이 더웨이브뮤직을 상대로 낸 전속계약 효력 부존재 확인 소송 1심에서 멤버들의 손을 들어줍니다. 쉽게 말하면 “이 계약은 더 이상 살아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입니다. 회사는 소송에 사실상 응하지 않았고, 재판부는 멤버들이 낸 사정을 받아들였습니다. 그 결과, 공원소녀 모든 멤버는 전속계약에서 벗어났습니다. 그건 동시에 이 팀이 기존 형태로는 끝났다는 뜻이기도 했습니다.

법원은 이런 식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아티스트를 관리하지 않았다. 숙소도 못 지켰다. 연습실도 못 지켰다. 해외 멤버의 체류도 챙기지 않았다. 정산도 불투명했다. 그 정도면 신뢰관계가 무너진 거다. 신뢰가 없는 전속계약은, 강제로 더 끌고 갈 근거가 없다.

이건 그냥 “해체 소식”이 아닙니다. K팝 시장 안에서 전속계약은 거의 쇠사슬 같은 존재였어요. 특히 중소 기획사일수록, 팀은 회사와 함께 사라지거나 그냥 묻히는 게 일반적이었습니다. 공원소녀는 그렇게 끝나지 않았습니다. “너희 이제 자유다”라는 말을 법원이 대신 꺼냈습니다.

그건 이 아이들이 억지로 얻은 결말이기도 하고, 동시에 앞으로 나올 다른 팀들에게 남긴 판례 같은 것이기도 했습니다. “회사가 기본조차 못 지키면, 계약은 더 이상 네 발목을 묶지 못한다.” 이 말이 문서로 찍혀버린 사건이 바로 공원소녀입니다.

이 팀은 팀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여기서 멤버들을 그냥 “피해자”로만 적어 놓고, 슬펐습니다로 닫아 버리면 공원소녀는 또다시 소비됩니다. 그건 이 팀이 원했던 결이 아닐 겁니다.

공원소녀 안엔 얼굴이 분명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서령은 보컬에서 팀의 중심을 잡아주던 사람으로 불렸고, 감정선을 곧바로 실어 올리는 목소리였습니다. 미야는 일본인 멤버로서 퍼포먼스의 힘을 확실히 보여줬고, 팀의 색을 단번에 바꾸는 날카로움을 가진 사람이었죠. 서경은 춤 라인과 무대 존재감으로 팀의 표정을 살려 주는 멤버였고, 앤은 안정적인 톤으로 곡 분위기를 꿰어주는 식으로 팀의 결을 붙들었습니다. 민주는 맑은 톤으로 팀의 ‘아직 어린 쪽’을 떠올리게 했고, 소소는 대만 출신으로서, 한국이라는 낯선 땅에서 꿈을 붙잡고 버티던 몸 자체가 메시지였습니다. 레나는 막내이자 래퍼 포지션으로 들어왔지만 단순히 막내로만 소비되길 거부하는 힘이 있었습니다.

이 사람들은 “한 그룹”이라는 묶음으로만 존재했던 게 아닙니다. 이름이 있고, 국적이 있고, 나이대가 있고, 몸이 있고, 하루가 있습니다. 기획사에서는 그걸 콘셉트 언어로 예쁘게 포장했습니다. “치유”, “공원”, “편안함”. 그런데 실제로는 이런 사람들에게 숙소가 끊기고, 체류가 위태로워지고, 정산 자료조차 설명이 안 되고, 결국 법원까지 가야 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공원소녀 이야기를 ‘비운의 팀’이라고 부르면 이상하게 덜 맞습니다. 이건 불쌍했다로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라, 어떤 기준을 세운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기준은 단순합니다

“아이돌에게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하지 못한 회사는 그 아이돌을 계속 묶어둘 수 없다.” “다국적 멤버를 데려왔다면, 그건 장식이 아니라 책임이다.” “기본이 무너지면 계약도 이미 끝난 것이다.”

되찾음

공원소녀는 결국 찢어졌습니다. 하지만 이 찢어짐은 조용한 해체가 아니라, 판결문으로 남은 질문이었습니다. 우리는 아이돌을 예쁘다는 이유로만 기억할 필요가 없습니다. 가끔은 이 사람들이 어떤 자리까지 몰렸는지를, 그리고 거기서 어떻게 빠져나왔는지를 같이 기억해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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