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예술/김부장 이야기

김부장 이야기 3: 상무의 눈으로 보는 김부장

형성하다 2025. 11. 29. 18:34

상무의 눈으로 보면 김 부장은 유능하지만 언제든 교체 가능한 중간관리자다.

JTBC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에서 김낙수는 스스로를 회사의 핵심으로 여기지만, 상무의 시선에서 그는 숫자와 리스크, 조직 충성도로 평가되는 다수 부장 가운데 한 명에 불과하다. 이 글은 상무의 눈높이에서 김 부장을 바라볼 때 드러나는 한국 대기업 인사 시스템의 논리와 냉정함을 따라가며, 위에서 내려다본 중간관리자의 자리를 해부한다.

최종 업데이트 2025-11-29

상무의 인사 레이더에 포착된 김 부장

상무의 책상 위에서 김낙수는 먼저 이름이 아니라 데이터와 프로필로 정리된다. 연차, 직급, 주요 실적, 담당 거래처, 조직 내 평판과 같은 정보들이 인사 레이더에 올려지고, 그 위에 “위로 올릴지, 옆으로 돌릴지, 아래로 내릴지”가 결정된다. 김 부장은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목표를 달성해 온 영업 부장이고, 조직 문화에 대한 저항도 크지 않은 인물로 기록되어 있다. 이런 프로필은 상무에게 신뢰할 수 있는 관리형 인재라는 인상을 주지만, 동시에 강력한 변화의 동력으로 보기는 어렵게 만든다.

상무의 시선에서 김 부장은 회사의 현재를 지탱하는 사람이지만, 미래를 바꿀 사람으로까지는 평가되지 않는다. 새로운 사업과 조직 개편, 세대 교체가 논의될 때, 그는 변화의 중심이 아니라 변화에 적응해야 할 대상에 가깝다. 이 모호한 위치 때문에 김 부장은 늘 임원 승진 후보 명단의 끝자락과 명예퇴직 후보 명단의 앞머리 사이에서 흔들린다. 상무는 그를 개인으로서 이해하기보다, 이런 인사 지도 위의 좌표로 먼저 인식한다.

상무에게 김 부장은 신뢰할 수 있는 관리형 인재이지만, 조직의 미래를 바꿀 카드로는 애매한 좌표에 서 있다.

실적과 리스크로만 읽히는 부장의 얼굴

상무는 김 부장을 볼 때 무엇보다 숫자를 먼저 본다. 영업 매출과 이익률, 주요 거래처 유지율, 팀 이직률과 같은 지표들이 부장의 얼굴보다 선행한다. 김 부장이 하루 동안 어떤 감정으로 버텼는지보다, 그 날 보고서에 찍힌 수치와 분기 실적이 훨씬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실적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동안 그는 ‘문제 없는 부장’으로 분류되지만, 목표 달성률이 흔들리기 시작하면 곧바로 ‘관리 필요 대상’으로 라벨이 바뀐다. 상무의 눈에서 김 부장은 성실함과 충성심을 지닌 개인이면서, 동시에 회사 재무제표의 한 줄을 책임지는 숫자 담당자다.

리스크 역시 숫자로 계산된다. 거래처와의 갈등 가능성, 갑작스러운 이탈 위험, 팀 내 갈등과 민원 발생 빈도, 세대 간 마찰과 같은 요소들이 정성적 지표로 평가된다. 김 부장은 대체로 조직 충성도가 높고 위계에 순응하는 인물이라, 상무에게 큰 소음 없이 일을 처리해 주는 부하로 인식된다. 그러나 동시에 세대 감각과 변화 수용성 부족도 함께 기록되어,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잠재적 리스크로 분류된다. 상무는 이런 양면을 계산하며, 김 부장을 언제까지 어떤 위치에 두어야 하는지 냉정하게 저울질한다.

상무의 인사표에서 김 부장은 성실한 실적 담당자이자, 세대 변화 국면에서는 조심스럽게 관리해야 할 잠재 리스크로 함께 기록된다.

조직 충성과 세대 감각 사이에 놓인 평가

상무는 김 부장의 강점을 조직 충성과 내부 정치에 대한 이해에서 찾는다. 오랜 기간 회사에 몸담아 온 그는 윗선의 뜻을 빠르게 파악하고,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면서 결정 사항을 팀에 전달하는 능력이 있다. 회의에서 상무의 의도를 읽고 부서 간 균형을 맞추려는 태도도 확인된다. 이런 인물은 변수가 많은 프로젝트와 민감한 거래처를 맡기기에 부담이 적고, 조직 전체의 안정성을 위해 필요하다. 상무 입장에서 김 부장은 ‘위험한 실험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안도감을 준다.

그러나 세대 감각의 관점에서 김 부장은 종종 한계로 평가된다. 후배 세대와의 소통 방식, 워라밸과 조직 문화에 대한 인식, 성과와 보상의 기준에서 그는 윗세대의 언어에 더 가깝다. 상무는 회사가 젊은 인재를 붙잡기 위해서는 중간관리자의 변화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동시에 김 부장 같은 인물을 급격히 배제할 경우 조직 운영에 공백이 생길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이 모순 속에서 상무는 김 부장을 과감히 교체하기보다는, 일정 기간 관리하며 세대 교체의 완충재로 활용하는 쪽을 택한다.

상무는 김 부장의 조직 충성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세대 교체의 속도를 늦추는 완충재라는 점에서 한계를 분명히 인식한다.

사람이 아닌 포지션으로 다가오는 거리감

상무에게 김 부장은 개인적인 친밀감보다 포지션으로 먼저 인식되는 존재다. 회의실에서 마주칠 때도, 보고를 받을 때도, 그는 ‘ACT 영업 1팀 부장’이라는 직함으로 불린다. 상무는 김 부장의 가정사와 내면의 불안, 자존심의 상처를 직접 겪지 않는다. 대신 그가 어느 수준까지 버틸 수 있는지, 어떤 정도의 압박을 견딜지, 조직 내에서 어느 지점까지 책임을 떠안길 수 있는지를 계산한다. 이 거리감은 상무에게 업무 효율을 보장하지만, 김 부장이 느끼는 감정의 깊이와 인간적인 균열을 거의 포착하지 못하게 만든다.

상무는 때로 김 부장을 위로하는 말을 건네고, 노력과 성과를 공식적으로 인정해 주기도 한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머릿속의 인사표와 조직 구조도는 사라지지 않는다. 김 부장이 어떤 감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집으로 돌아가는지, 상무는 끝까지 알지 못한다. 회사 안에서 두 사람의 관계는 끝까지 상사와 부하, 임원과 부장이라는 포지션을 벗어나지 않는다. 이 냉정한 거리감은 김 부장의 불안을 키우는 동시에, 상무가 구조 전체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장치로 남는다.

상무는 김 부장을 이해하려 하기보다 포지션으로 다루고, 그 거리감이 조직 운영의 효율과 한계를 동시에 만들어 낸다.

임원 승진과 명퇴 카드 사이에서의 계산

상무의 입장에서 김 부장을 둘러싼 가장 큰 의사 결정은 임원 승진과 명예퇴직 카드의 배분이다. 인사 시즌이 다가오면, 상무는 조직 개편과 사업 전략, 재무 상황을 고려해 임원 숫자와 부장급 인력 구성을 재조정한다. 이때 김 부장은 나이, 연차, 성과, 조직 기여도 면에서 ‘올려 줄 수도 있고, 자연스럽게 내보낼 수도 있는’ 애매한 구간에 위치한다. 상무는 그를 승진시킬 경우 얻을 수 있는 안정성과, 승진시키지 않을 경우 생길 수 있는 불만과 사기 저하를 함께 계산한다.

명퇴 카드 역시 단순한 정리가 아니다. 일정 수준 이상의 퇴직금과 조건을 제시해야 하는 만큼, 회사 입장에서는 비용이 크고, 남은 인력의 업무 부담도 늘어난다. 상무는 김 부장이 조직 변화에 얼마나 적응할 수 있을지, 후배 세대의 성장을 어디까지 막고 있는지를 저울질하며 결정을 내린다. 이 과정에서 김 부장의 감정과 자존심은 부분적으로 고려되지만, 결국 우선순위는 회사의 장기적인 비용과 리스크다. 상무의 눈에서 김 부장은 개인이 아니라, 인사 전략의 한 조각으로 배치된다.

상무는 김 부장을 승진 카드와 명퇴 카드 사이에서 저울질하며, 개인의 삶보다 조직의 비용과 리스크를 먼저 계산한다.

맺음말, 위에서 내려다본 중간관리자의 자리

상무의 눈으로 김 부장을 바라보면, 중간관리자가 조직에서 어떤 방식으로 평가되고 소비되는지가 더 분명해진다. 부하는 상사를, 상사는 회사를 각각 자신의 입장에서 바라보지만, 임원은 각 계층을 숫자와 포지션, 리스크와 기여도의 관점에서 동시에 조망한다. 그때 김 부장은 어느 한 사람의 인생이라기보다, 한국 대기업 구조 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중간관리자의 표본으로 취급된다. 이 시선은 냉정하지만, 실제 인사와 조직 운영에서 자주 작동하는 방식에 가깝다.

드라마를 상무의 시선으로 읽으면, 김 부장 한 사람의 서글픈 이야기 너머에 구조가 드러난다. 충성심과 성실함이 꼭 승진으로 보상되지 않는 현실, 변화의 속도와 조직의 안전 사이에서 애매한 위치에 놓이는 세대, 언제든 교체 가능한 인력으로 관리되는 중간관리자의 자리가 그 구조의 중심에 있다. 위와 아래, 상사와 부하의 시선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이 드라마는 한국 대기업 문화의 자화상을 완성한다. 상무의 눈으로 본 김 부장은, 결국 많은 직장인들이 언젠가 마주하게 될 자리의 예고편일지도 모른다.

상무의 시선에서 김 부장은 개인이라기보다 구조가 만들어 낸 전형적인 중간관리자의 얼굴이고, 그 냉정한 평가 속에서 한국 대기업 문화의 실루엣이 드러난다.

서울 자가 김 부장 연속 리뷰는 김부장 이야기 1: 부하 직원의 눈으로 본 김 부장, 한국식 대기업 중간관리자의 초상, 김부장 이야기 2: 김부장이 바라보는 회사, 김부장 이야기 3: 상무의 눈으로 보는 김부장, 김부장 이야기 4: 가족의 눈으로 보는 김부장, 김부장 이야기 5: 서울 자가 김 부장과 형, 김부장 이야기 6: MZ·청년 노동자의 눈으로 보는 김 부장 까지 여섯 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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