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세금이 아깝다고?” 귀화자 혐오에 숨은 선민의식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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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귀화 시민의 ‘감사 인사’가 혐오의 표적이 된 이유

한 귀화 여성이 정부 소비쿠폰을 받고 SNS에 올린 “감사합니다, 대한민국”이라는 짧은 글에 900개가 넘는 악플이 쏟아졌습니다. 이는 단순한 온라인 해프닝이 아닙니다. 우리 사회가 얼마나 쉽게 혐오에 동조하고, 무지에서 비롯된 분노를 ‘내 세금’이라는 말로 정당화하는지를 보여주는 서늘한 단면입니다.

1. 분노의 연료는 ‘사실’이 아닌 ‘감정’이었다

팩트부터 확인해 보겠습니다. 캄보디아 출신의 이 여성은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엄연한 한국 국민이며, 소비쿠폰은 법적 기준에 따라 정당하게 지급됐습니다. 그는 ‘외국인’도, ‘무임승차자’도 아닙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이런 사실이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낯선 외모와 어눌한 말투만으로 그를 ‘우리’의 범주에서 배제했습니다. 태극기 앞에서 손하트를 만들며 웃는 모습에 분노했고, “고맙다”는 인사에 “내 세금 축내지 마라”는 낙인을 찍었습니다.

결국 문제의 본질은 세금이 아니라, ‘감히’ 고마움을 표현한 그의 ‘태도’였습니다.

 

 

 

 

 

 

2. ‘내 세금’이라는 말은 왜 약자에게만 향하는가

“내 세금이 왜 저런 사람에게 쓰이나?”라는 분노는 이상할 만큼 선택적입니다. 이 날 선 질문은 수천억의 법인세 감면, 대기업 보조금, 고위 공직자의 판공비에는 거의 향하지 않습니다. 대신 언제나 사회의 가장 낮은 곳을 향합니다.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 그리고 이주 배경을 가진 국민이 그 표적이 됩니다.

이는 세금의 쓰임새에 대한 합리적 문제 제기가 아닙니다. 그저 자신의 박탈감을 배설할 손쉬운 대상을 찾아 분노를 터뜨리는 행위에 가깝습니다. 진정 ‘내 세금’이 걱정된다면, 비판의 칼날은 제도의 허점을 파고드는 권력과 자본을 향해야 마땅합니다.

3. 진실보다 빠르게 퍼지는 혐오의 속도

“감사합니다”라는 말 한마디는 그 자체로 아무런 문제가 될 수 없습니다. 하지만 SNS의 감정 증폭 회로 속에서, 그의 순수한 감사는 ‘자격 없는 자의 뻔뻔한 도발’로 순식간에 둔갑했습니다. 단지 그가 행복해 보였고, 당당해 보였다는 이유만으로 말입니다.

언론이 뒤늦게 ‘그는 귀화한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보도했지만, 한번 불붙은 혐오의 불길은 꺼지지 않았습니다. 사실을 들을 의지가 없는 분노 앞에서 논리적인 설명과 해명은 무력할 뿐입니다.

결론: 문제는 ‘세금’이 아니라 비틀린 ‘기준’이다

이 사건의 핵심을 다시 짚어봅니다. 그는 잘못된 제도로 부당한 이득을 취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정해진 복지 혜택에 감사할 줄 아는 건강한 시민이었습니다. 그런데도 그는 단지 웃었다는 이유로, 당당했다는 이유로, 고맙다고 표현했다는 이유로 비난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만약 누군가의 진심 어린 감사가 불쾌하게 느껴진다면, 우리는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비난의 화살을 그에게 돌릴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나 자신의 비틀린 기준을 먼저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