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는 왜 반복되는가: 중대재해처벌법과 한국 제조업 구조

글목록보기

중대재해처벌법은 시행되었지만, 산업재해는 여전히 줄지 않고 있습니다. 법적 처벌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한국 제조업의 하청 구조와 안전 불감증 문제를 짚어봅니다.

◇ 제정 이유 (법률 제17907호, 2021. 1. 26. 제정.  2022. 1. 27. 시행. 중대재해 처벌등에 관한 법률)

현대중공업 아르곤 가스 질식 사망사고, 태안화력발전소 압사사고, 물류창고 건설현장 화재사고와 같은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사고와 함께 가습기 살균제 사건 및 416 세월호 사건과 같은 시민재해로 인한 사망사고 발생 등이 사회적 문제로 지적되어 왔음.
이에 사업주, 법인 또는 기관 등이 운영하는 사업장 등에서 발생한 중대산업재해와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수단을 운영하거나 위험한 원료 및 제조물을 취급하면서 안전ㆍ보건 조치의무를 위반하여 인명사고가 발생한 중대시민재해의 경우,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및 법인 등을 처벌함으로써 근로자를 포함한 종사자와 일반 시민의 안전권을 확보하고, 기업의 조직문화 또는 안전관리 시스템 미비로 인해 일어나는 중대재해사고를 사전에 방지하려는 것임.

 

 

중대재해법이 있는데, 왜 사고는 멈추지 않을까요?

2022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을 때 많은 기업이 바짝 긴장했습니다. 이제 정말 안전한 일터가 만들어질 거라 기대했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후에도 사망 사고 뉴스는 끊이지 않았습니다. “법이 있는데 왜 사고는 계속 날까?” 혹시 여러분도 이런 의문을 가져보지 않으셨나요?

오늘은 단순히 법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산업 구조’의 그림자를 함께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법이 있어도 사고가 나는 이유: 법과 현실의 간극

중대재해처벌법은 분명 의미 있는 법입니다. 그런데 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걸까요?

  • ‘어디까지 지켜야 해?’라는 질문: 법은 경영자에게 안전 확보 의무를 부과했지만, 그 기준이 애매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어디까지 투자하고 어떤 조치를 취해야 처벌을 면할 수 있을지 불분명하죠. 이러다 보니 기업들은 안전 투자가 아닌, 처벌을 피하기 위한 서류 작업에 더 집중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 50인 미만 사업장의 슬픈 현실: 중대재해의 절반 이상은 작은 회사에서 발생합니다. 법이 아무리 강력해도, 소규모 사업장들은 안전 전문가를 고용하거나 비싼 설비를 갖출 여력이 없습니다. 이들에게 법은 안전을 지키는 가이드라인이 아니라, 감당하기 어려운 규제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 “빨리빨리”라는 위험한 문화: 가장 큰 문제는 여전히 현장에 남아있는 안전 불감증입니다. ‘빨리빨리 끝내야 한다’는 압박과 ‘생산성이 먼저’라는 오래된 관행이 뿌리 깊게 박혀 있죠. 아무리 좋은 법이 있어도,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지 않으면 사고는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위험의 외주화'와 기술 혁신 지체라는 고질적 문제

한국 제조업의 고질적인 문제는 바로 후진국형 제조업 구조와 그에 따른 다단계 하청 시스템입니다.

  • 위험의 외주화: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비용 절감을 위해 위험하고 힘든 업무를 하청 업체에 맡깁니다. 원청은 하청 단가를 낮게 책정하고, 하청 업체는 안전 설비나 직원 교육에 투자할 돈이 부족해지죠. 결국, 가장 위험한 작업이 가장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떠넘겨지는 구조가 됩니다. 법이 원청의 책임을 강화했지만, 이런 구조적인 인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법은 그저 종이 위에 머무를 뿐입니다.
  • 기술 혁신 지체: 많은 기업이 자동화나 기술 혁신 대신 저렴한 인력에 계속 의존하고 있습니다. 선진국들이 로봇과 스마트 공정으로 위험한 작업을 대체하는 것과 달리, 우리는 여전히 사람이 위험을 감수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작업이 여전히 인력 중심으로 진행되기에 인적 재해의 위험이 줄어들기 어렵습니다.

결론: 법을 넘어, 함께 바꿔야 할 것들

중대재해처벌법은 우리 사회가 더 이상 산업재해를 외면하지 않겠다는 중요한 첫걸음이었습니다. 하지만 법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산업 구조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입니다. 원청과 하청이 단가 경쟁이 아닌 안전을 위한 협력 관계를 만들고, 기업들은 단기적인 이익보다 장기적인 안전 투자에 힘써야 합니다. 그리고 모두가 **‘안전이 곧 생산성’**이라는 인식을 공유할 때, 비로소 사고 없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번영의 이면, 자본주의의 민낯은 항상 현실을 마주한다

번영의 이면, 자본주의의 민낯을 마주하다자본주의는 번영과 발전을 약속하며 인류의 삶을 혁신해왔습니다. 그러나 그 눈부신 성장 뒤에는 언제나 어둡고 씁쓸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습니다.

rensestory44.tistory.com

 

 

노란봉투법: 국회를 통과한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상세 분석

2025년 8월 24일 국회를 통과한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합법적인 노조 활동에 대한 손해배상과 가압류를 크게 제한하고, 위법이 문제 되는 경우에도 일괄 책임이 아니라 개인별 책임과 감면을 중

rensestory44.tistory.com

 

 

기본소득 실험 결과는? 세계 각국 기본소득 사례와 생활 변화

무료지원한 기본소득 실험의 명암: 각국 사례와 우리가 얻은 교훈세계 각국에서 진행된 기본소득 실험, 케냐·핀란드·미국·캐나다·알래스카 사례를 비교해 생활 안정, 노동시장, 정치적 한계

rensestory44.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