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탄약, 왜 못 바꾸나 — 조달 구조와 신속시범 획득의 벽, 두레텍 사례로 본 현실
서론 (Introduction)
한국 방위산업의 탄약 분야는 오랫동안 독점적인 시장 구조와 특수한 납품 방식으로 운영되어 왔습니다. 한편, 최근에는 첨단 민간 기술을 군에 신속 도입하기 위한 신속시범획득 제도가 도입되면서 새로운 변화의 흐름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국내 탄약 시장의 구조와 주요 업체, 신속시범획득(RDAP) 제도의 운영 방식과 한계점을 살펴보고, 마지막으로 두레텍이라는 벤처기업의 고성능 탄약 개발 사례를 통해 이러한 제도의 현실과 과제를 짚어보겠습니다.
국내 탄약 시장 구조와 납품 방식
한국 군용 탄약 시장은 극도로 집중화되어 있습니다. 군에서 사용하는 소구경 총탄부터 항공용 탄약까지 대부분을 한 기업에서 조달할 수 있을 정도로, 사실상 풍산(Poongsan)이 유일한 국내 공급자로 자리매김해 왔습니다[1].
풍산은 1973년 국내 1호 방위산업체로 지정되어 탄약 국산화를 주도했고, 현재는 5.56mm 소총탄부터 155mm 포탄에 이르기까지 모든 종류의 탄약을 개발·생산하여 우리 군에 공급하고 있습니다[2]. 그 결과 우리 군 탄약의 국산화율은 이미 1990년대에 98~100% 수준에 도달했고, 탄약 부문의 자급자족 구조가 정착되었습니다[3].
이러한 구조 하에서 군 당국과 풍산 간의 납품 방식은 주로 수의계약(negotiated contract) 형태로 이루어집니다. 다시 말해, 경쟁 입찰을 거치기보다는 풍산을 단일공급업체로 지정하여 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풍산은 방위사업청과 정기적으로 대규모 탄약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2024년 말에도 방사청과 3,703억 원 규모의 대구경 탄약류 공급 계약을 체결한 바 있습니다[4].
풍산이 국내 독점적 지위를 가진 만큼 협상력도 커서, 방산 부문에서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는 점도 이런 단일 공급 체계의 단면을 보여줍니다[5]. 다만 이러한 독점 구조는 경쟁 부재로 이어져 신규 업체나 기술의 진입이 어려운 토양을 만들어왔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 방산 신기술의 탄약 분야 진입: 신속시범획득 제도
이처럼 경직된 탄약 조달 환경을 개선하고 민간의 혁신 기술을 빠르게 도입하고자, 2020년부터 신속시범획득사업(RDAP) 제도가 시행되기 시작했습니다[6]. 신속시범획득은 말 그대로 빠른 시범 운용을 목표로 하는데, 민간에서 개발한 우수 기술 적용 제품을 소량 구매하여 군이 단기간 시범 사용해본 뒤, 효용성이 확인되면 정식 전력화로 연결시키는 절차를 말합니다[7]. 이를 통해 첨단 기술의 군 적용 시기를 획기적으로 앞당기고자 한 것입니다.
운영 방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방위사업청은 연중 상시로 공모를 받아 민간 기업들의 제품 제안을 접수합니다. 1차로 간략한 제안서를 받아 신기술성과 군 활용성 등을 검토한 뒤, 선정된 과제에 대해서만 상세 제안서를 제출받습니다[8].
최종적으로 관련 기관이 참여하는 사업선정위원회에서 시범운용 대상 사업을 결정하는데, 이 단계에서 과제 제안 업체의 제품 사양을 토대로 제안요청서(RFP)를 만들어 경쟁 입찰을 진행합니다[9].
선정된 업체와 계약을 체결하면, 3~6개월 내에 시제품을 납품하고 군부대에 투입하여 최대 반년 가량 시범운용을 실시합니다[10]. 이 기간 동안 업체는 기술지원 등을 제공하며 제품의 군사적 활용도를 입증해야 합니다.시범운용 결과 군에서 활용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면, 비로소 군은 해당 품목에 대한 소요 제기(Requirement generation)를 통해 정식 전력화 사업을 추진하게 됩니다[7].
즉, 신속시범획득 사업은 “시범 → 평가 → 소요 결정 → 전력화”의 단계로 이루어진 새로운 획득 패러다임인 셈입니다. 기존에는 하나의 무기체계를 완벽히 개발하여 대량 획득하기까지 10년 이상 걸리던 것을, 이미 민간에서 성숙된 기술이 적용된 제품을 2년 이내에 들여와 먼저 써보고, 이후 개선·확대하는 방식으로 전환한 것입니다[11].
실제로 이 제도를 통해 우리 군 최초의 공격드론과 첨단 안티드론 장비 등이 신속 도입되어 운용된 사례도 있으며[12], 방산 대기업이 아닌 중소·벤처기업들이 국방 시장에 참여할 기회가 늘어났습니다[13]. 신속시범획득으로 군에 납품된 실적은 해당 기업의 매출 증대나 투자 유치, 해외 바이어 문의로도 이어져, 기업 경영 여건 개선에 도움이 된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습니다[13].
- 신속시범획득 제도의 한계와 현실
신속시범획득 제도는 취지와 초기 성과에도 불구하고, 여러 한계점이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시범사업과 군 소요 간의 단절입니다. 현재의 신속시범획득 사업은 초기에 군의 공식 소요로 연계되지 않은 채 시범부터 진행되는데, 이는 미국이나 독일의 유사 제도와 대비되는 점입니다[14].
다시 말해, 군이 필요성을 공식화하기 전에 시제품부터 들여와 시험하다 보니, 시범운용이 성공적으로 끝나도 정식 채택으로 이어지지 않는 사례가 발생합니다. 군사적 활용성을 입증받았다 하더라도, 소요 제기와 예산 확보라는 벽을 다시 넘어야 하는 것입니다. 최근 규정 개정으로 이 간극을 줄이려는 시도가 있지만, 여전히 시범 단계와 정규 획득 단계의 연속성 부족은 개선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14].
또 다른 한계는 예산 및 물량의 문제입니다. 신속시범획득 사업은 특성상 소규모 예산으로 소수의 시제품만 구매합니다. 이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설사 시범사업에 선정되고 “성공” 판정을 받아도, 이후 대규모 양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불투명합니다. 실제로 현재 구조에서는 신속시범으로 성공해도 최소 전술제대 운용분 등 극소량만 후속 보장되는 경우가 많아, 기업이 굳이 큰 자원을 투입해가며 RDAP에 참여할 유인이 떨어진다는 지적입니다[15]. 한 전문가는 “신속획득 성공 이후 소요군이 원하는 충분한 물량을 양산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며, 현재처럼 성공 후에도 소량 구매에 그친다면 기업이 선호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15]. 요컨대 양산 단계의 보장 부재가 핵심 한계로 꼽히는 것입니다.
이와 연관되어 품질보증과 시험평가의 문제도 있습니다. 신속시범획득은 긴급 도입 취지상 정식 군 시험평가 절차를 간소화하거나 생략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추후 전력화 단계에서 문제가 될 소지가 있습니다[16]. 시범운용 결과를 토대로 바로 소요를 결정하면, 추가적인 신뢰성 시험이나 군 규격 검증이 필요해 전력화까지 시간이 더 소요되기도 합니다. 결국 “신속은 있었으나 양산은 없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빠르게 들여온 시제품들이 제때 정규 전력화로 이어지지 못하는 현실이 드러난 것입니다[17].
실제 수치를 보면, 2020~2021년에 선정된 신속시범 사업 수십 건 중 정식 양산 단계로 돌입한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첫 신속시범 채택 품목이었던 수직이착륙 감시정찰 드론도 시범운용 후 군에 운용적합 판정을 받아 2022년에야 정식 전력화 사업으로 전환된 것이 사례 1호일 만큼, 아직까지는 성공적인 전력화 실적이 많지 않은 상황입니다[7]. 제도 권고에 따라 5년 내 전력화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이를 가로막는 군 소요 결정 절차, 예산 편성 지연, 기존 체계와의 호환성 검토 등의 장벽을 어떻게 낮출지가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두레텍 고성능 탄약 개발 사례 분석
한국군이 사용해온 기존 탄환(왼쪽 두 개)과 두레텍이 개발한 신형 고성능 탄약(오른쪽)의 비교. 파란 상자 안이 두레텍의 신형 탄약이며, 하단에는 분리된 신형 탄두가 보인다. 두레텍 탄두는 기존 탄두 대비 특수 구조로 관통력과 사거리를 크게 향상시켰다.[18]
국내 탄약 시장에 혁신 기술로 도전한 사례로, 대전 소재의 1인 벤처기업 ㈜두레텍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두레텍은 김형세 대표가 2012년 창업한 작은 업체로, 소구경 탄약의 탄두에 대한 R&D를 통해 성능 향상을 추구해왔습니다[19].
이 회사는 군이 기존에 사용 중인 5.56mm 탄두(예: 동심탄, K100 탄)의 성능을 개량하여 유효사거리와 관통력, 명중률을 크게 높인 탄약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20]. 예를 들어 두레텍이 개발한 신형 탄환 Dr16은 유효사거리를 기존 400m에서 730m로 약 2배 증가시켰고, 방탄 강판도 관통할 수 있는 강력한 위력을 보여주었습니다[18]. 1,000야드(약 914m) 거리의 표적에도 명중시킬 정도로 정확도도 입증되었죠[18].
두레텍의 기술은 처음에는 해외 시장을 노려졌습니다. 탄약 분야에서 100년간 큰 혁신이 없었다는 점에 착안하여 미군 등을 상대로 한 FCT(Foreign Comparative Testing) 프로그램에 도전했고, 국방기술진흥연구소와 대전 방산기업 원스톱지원센터의 도움으로 “수출용 무기체계 군 시범운용제도”에 참여하여 미 육군과 합동 시험평가를 진행했습니다[21]. 그 결과 2021년 5~8월 실시된 공식 성능시험평가에서 “군사적합성 시험평가 합격” 판정을 받았고[22], 이는 국방기술진흥연구소장 명의의 인증서로도 교부되었습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방위사업청은 2021년 12월 두레텍과 신속시범획득 사업 계약을 체결하여, 이 고성능 친환경 탄약을 소량 구매해 우리 군에서 시범 운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23]. 두레텍 입장에서는 국내 최초로 자체 개발 탄약을 군에 납품하게 된 역사적인 계약이었습니다.
시범 운용은 이후 약 1년에 걸쳐 진행되었고, 2023년 초에 육군으로부터 운용적합성 인정을 받는 데 성공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두레텍 측은 해당 탄약이 미국, 영국 등 여러 국가와 수출 협의 중이라고 밝혔으며, 실제 미국 방산전시회 등에 출품되어 관심을 끌기도 했습니다[23]. 그러나 이러한 기술적 성과와 홍보에도 불구하고, 두레텍 탄약은 아직 우리 군의 제식 탄약으로 채택되지 못한 상태입니다. 이는 앞서 살펴본 신속시범획득 제도의 한계를 잘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비록 시범사업에서 성능을 입증받았더라도, 이를 대량으로 전력화하기 위한 소요 제기와 예산 확보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정식 양산으로 이어지기 어렵습니다[17].
국방부와 방사청이 두레텍 탄환의 가치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기존에 운용 중인 탄약 체계와 물류를 고려할 때 당장 교체가 쉽지 않고, 대량 구매 시 단가 상승 등 경제성 문제도 검토해야 합니다. 또한 국내 탄약 제조 기반이 사실상 풍산 위주로 구축된 상황에서, 새로운 업체의 제품을 제식화하기 위한 품질보증 체계 수립과 생산 인프라 확보도 숙제입니다.
결과적으로 두레텍의 탄약은 시범운용 단계에서 머무르며, 개발사의 자체 홍보와 소량 수출 시도에 그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혁신적인 탄약 기술이 기득권 구조에 가로막혔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다만 긍정적으로 보자면, 이 사례를 통해 우리 군이 실제 탄약 분야에도 민간 혁신을 적용해본 경험을 얻었다는 평가도 가능합니다. 두레텍 탄약이 비록 제식 채택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향후 군이 요구 성능을 개량하거나 차기 탄약 체계를 설계할 때 소중한 참고자료와 기술 축적의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론 (Conclusion)
한국의 탄약 조달 구조는 오랜 기간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한 단일화된 체계로 운영돼 왔으며, 이는 풍산이라는 한 기업이 국내 탄약 수요를 거의 전담하는 현재의 시장 구조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한편으로는 탄약 국산화와 안정 공급에 기여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신규 기술과 신규 업체의 진입 장벽으로 작용해온 측면이 있습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도입된 신속시범획득(RDAP) 제도는 국방 분야 혁신의 숨통을 틔우는 시도로 평가받습니다. 짧은 개발·획득 사이클로 민간 기술을 받아들이는 이 제도 덕분에 드론이나 안티드론 등 일부 신기술이 신속 도입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운용을 거쳐 정규 전력화까지 이어지는 비율은 아직 낮은 편이며, 소요 결정 절차의 지연, 예산상의 제약, 양산 보장의 부족 등 여러 현실적인 한계가 드러났습니다.
두레텍의 고성능 탄약 사례는 이러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였습니다. 혁신적인 탄약 기술이 나와 성능을 인정받았음에도, 기존 체계와 구조의 벽을 넘지 못하면 군에 정착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신속획득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시범→전력화의 연결 고리를 강화하고 우수 기술 채택 시 충분한 양산 물량과 예산을 보장하는 방향으로의 개선이 필요합니다[24]. 방위사업청 역시 2023년부터 신속소요 제도를 도입하는 등 보완책을 마련 중이며[25], 기존 방산 대기업 위주의 평가 방식을 바꾸어 첨단 분야의 비전통적 기업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26].
결국 탄약 분야에서도 혁신과 전통의 균형이 중요합니다. 안보상 핵심 물자인 탄약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면서도, 미래 전장에 부합하는 신기술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제도적 유연성과 정책적 의지가 요구됩니다. 한국이 방산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탄약 시장의 건전한 경쟁 환경 조성과 신속획득 제도의 지속적인 개선을 통해 새로운 기술이 빛을 볼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할 것입니다. 이는 곧 전투원의 생존성과 전투력 향상으로 직결되며, 나아가 K-방산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는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1] [3] [방산기업 국산화율 톺아보기]'K방산 터줏대감' 풍산, 탄약 넘어 드론까지
https://www.thebell.co.kr/free/content/ArticleView.asp?key=202405091612344600102932&lcode=00&page=1&svccode=00
[2] Poongsan Corporation
https://www.poongsan.co.kr/product/special
[4] 풍산 수주공시 - 대구경탄약류 계약 3,703.6억원 (매출액대비 9.0 %) | 한국경제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12246663L
[5] 풍산 52주 신고가 경신, 강력한 탄약 수출 기대 - KB증권, None | 한국경제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507161336L
[6] [7] [8] [9] [10] [11] [12] [13] DAPA 연구록 ② :: 신속시범획득사업
https://dapa-magazine.kr/page/vol106/view.php?volNum=vol106&seq=8
[14] [15] [16] [17] [24] [25] [26] [장원준 칼럼] K-방산 신속획득, 신속만 있고 양산은 없다?
https://www.news2day.co.kr/article/20240610500096
[18] [20] [21] [23] DAPA TMI ② :: 우수 중소·벤쳐기업 시리즈- 4
https://dapa-magazine.kr/page/vol117/view.php?volNum=vol117&seq=9
[19] dapa-magazine.kr
https://dapa-magazine.kr/page/vol117/img/sub09_02.jpg
[22] dapa-magazine.kr
https://dapa-magazine.kr/page/vol117/img/sub09_05.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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