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을 지키기 위해 태우다 Brand vs Pl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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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업데이트 2025-10-28

한국 대형 패션사의 재고 소각이 다시 확인되었습니다. 숫자는 시작일 뿐입니다. 소각을 낳는 구조, 그것을 멈추게 하는 법과 시장, 그리고 기업이 오늘 바꿀 수 있는 운영 해법을 한 자리에서 정리합니다. 핵심 개념은 금지 Ban, 공시 Disclosure, 디지털 제품 여권 Digital Product Passport, 생산자책임 EPR, 라스트마일 전환 Last-mile shift입니다.

읽기 경로·예상 소요 100–120분. 서론에서 한국의 사실을 짚은 뒤, 1장 ‘왜 태우는가’, 2장 ‘무엇이 문제인가’, 3장 ‘세계 규제’, 4장 ‘공급망 구조’, 5장 ‘브랜드·회계’, 6장 ‘남반구 현실’, 7장 ‘기업 실행’, 8장 ‘한국 로드맵’, 9장 ‘맺음말’ 순서로 전개합니다. 문단 사이 다리 문장으로 흐름을 이어드립니다.

서론 한국에서 시작된 질문

국회 제출 자료를 바탕으로 한 보도에 따르면,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2024년에 재고 의류 129톤을 소각했고 2022–2024년 평균은 106.7톤이었습니다. 같은 자료에서 한섬과 엘에프도 연간 수십 톤 규모의 소각이 이어졌습니다. 기업의 설명은 가격 질서와 브랜드 이미지 유지였습니다. 그러나 이 선택은 탄소·유해물질 배출과 직결되며, ‘친환경’ 커뮤니케이션과 정면으로 충돌합니다. 이 글은 그 충돌을 구조적으로 해부하고, 실행 가능한 대안을 제안합니다.

{ 숫자는 단서입니다. 질문은 “왜 반복되는가, 그리고 어디서 끊을 것인가”입니다.

1. 왜 태우는가 가격 질서·채널·회계의 유혹

의류는 시즌성과 유행 민감도가 높아 시간이 지날수록 재고 가치가 빠르게 하락합니다. 대규모 할인이나 기부는 기준가격을 무너뜨리고, 병행·중고 채널에 새 기준을 심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큽니다. 그래서 파괴 destruction은 오랫동안 가장 간단한 해법처럼 보였습니다. 2018년의 버버리 사례는 ‘이미지 보호’ 논리가 공개 비판과 충돌한 상징적 사건으로 남았습니다. 한국의 최근 수치 역시 본질은 같습니다. ‘고가 이미지를 지키려 싸게 팔거나 기부 대신 버린다’는 전략이 반복되어 왔습니다.

{ 파괴는 과거의 기술이었고, 현재의 리스크입니다.

2. 무엇이 문제인가 기후·독성·도시로 이어지는 비용

소각은 에너지 회수 논리로 포장되더라도 순환경제에서 최하위 처리입니다. 합성섬유 비중이 높은 옷은 연소 부산물 관리가 더 까다롭고, 다이옥신과 퓨란 같은 독성물질 배출 우려가 따라붙습니다. 유럽 환경 당국은 미판매 의류 파괴 금지를 순환경제 이행의 관문으로 봅니다. 섬유폐기물은 이미 세계적 규모의 현안입니다. 생산은 빠르게 늘었지만 착용 기간은 짧아졌고, 폐기는 매립과 소각으로 밀려납니다.

{ 소각은 끝이 아닙니다. 오염의 다른 형태일 뿐입니다.

3. 세계는 어떻게 바꾸는가 Ban·Disclosure·DPP의 3축

EU 에코디자인 지속가능제품규정 ESPR

EU는 에코디자인 지속가능제품규정으로 미판매 의류·신발의 파괴를 금지하고, 제품 단위 추적을 위한 디지털 제품 여권을 단계 도입합니다. 비중소기업에는 2026년 7월부터 파괴 금지가 적용되며, 공시 의무와 함께 시장 감독이 강화됩니다. 유럽의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파괴가 아닌 유통으로 전환하라는 요구입니다.

프랑스 AGEC

프랑스는 세계 최초로 비식품 재고 파기를 금지했습니다. 기업은 버리는 대신 재사용·기부·재활용을 기본값으로 삼아야 하며, 섬유 EPR과 라벨링·추적이 함께 작동합니다. 규제는 파괴 비용을 눈에 보이게 만들고, 회수와 재유통의 경로를 제도 안으로 끌어들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SB 707

연방보다 주가 먼저 움직였습니다. 캘리포니아의 책임 섬유 회수법은 생산자책임조직이 주 전역의 수거·분류·수선·재활용 계획을 설계·집행하도록 요구하고, 고의 위반에는 일일 과태료를 부과합니다. 소비자 교육과 우편 회수, 화학물질 관리까지 포함해 라스트마일을 재설계합니다.

{ 금지, 공시, 디지털 추적. 이 세 축이 파괴의 유인을 끊습니다.

4. 공급망의 구조 MOQ·리드타임·반품의 합

과잉생산은 도덕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입니다. 높은 최소주문수량과 긴 리드타임, 전자상거래의 높은 반품률이 ‘죽은 재고’를 만듭니다. 반대로 소량 반복생산과 빠른 피드백 체계는 풀프라이스 판매 비중을 높이며, 재고 파괴의 유인을 약화시킵니다. 예측이 줄고 반응이 늘어날수록 파괴는 설 자리를 잃습니다.

{ 구조를 바꾸면 숫자가 바뀝니다.

5. 브랜드·회계의 논리 가격 방어에서 신뢰 방어로

한때 럭셔리는 파괴를 희소성 방어의 연장으로 보았습니다. 그러나 규제·투자·여론이 결합하면서 방정식이 바뀌었습니다. 오늘의 질문은 “무엇을 없앨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남길 것인가”입니다. 리페어와 리세일, 리메이드 경험은 매출과 평판을 동시에 지킬 수 있는 신뢰 방어의 언어가 되었습니다.

{ 가격의 시대에서 신뢰의 시대로. 방어선도 바뀝니다.

6. 남반구의 현실 보이지 않게 이동된 쓰레기

가나 아크라의 칸타만토 시장은 매주 수천 톤 단위의 중고 의류가 유입되는 세계 최대급 허브입니다. 품질 저하와 물량 과잉은 곧바로 폐기와 부채로 돌아오고, 하천과 해안은 섬유 쓰레기로 압박받습니다. 칠레 북부 아타카마 사막의 의류 더미는 세계적 상징이 되었습니다. ‘우리의 문제’를 남반구로 이전한 착시는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 쓰레기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이동할 뿐입니다.

7. 기업이 당장 바꿀 수 있는 것들 Playbook 2025

공시와 KPI 소각 제로

분기별로 재고 처리 공시를 분리해 수량·중량·처리 경로·환산 탄소를 공개하십시오. 핵심 지표는 파괴 회피율 Destruction-Avoidance Rate과 수명 연장율 Lifetime-Extension Rate입니다. 국제 규범과 궤를 맞추면 규제 변화보다 반 발 앞서 움직일 수 있습니다.

라스트마일 전환 리세일·리퍼브·기부의 상시화

할인, 리세일, 리퍼브, 기부를 알고리즘과 인센티브로 재설계하십시오. 라스트마일이 ‘판매 경험’이 되는 순간 파괴의 유인은 줄어듭니다. 재고는 쓰레기가 아니라 자산으로 되돌아옵니다.

설계 단계의 전환 Design for Circularity

섬유 단일화, 혼용 최소화, 수선 용이성, 소재 추적성은 리세일과 재활용의 거래비용을 낮춥니다. 디지털 제품 여권을 염두에 둔 BOM과 라벨링은 중고·수선·분리배출의 마찰을 줄입니다. 설계가 바뀌면 종말도 바뀝니다.

{ 순환은 미담이 아니라 공정 설계입니다.

8. 한국 로드맵 금지·추적·인프라의 병진

정부에 필요한 것은 단계적 파괴 금지와 의류 EPR의 실질화, 디지털 제품 여권 연계 표준화입니다. 지자체는 분류 허브와 공공 수선 스테이션 같은 도시 인프라를 산업의 일부로 보아야 합니다. 기업은 연간 소각 제로를 KPI로 못 박고, 리드타임·MOQ·반품 구조를 재설계해야 합니다. 세 톱니가 동시에 움직이면 파괴의 유인은 사라집니다.

{ 금지와 추적, 그리고 인프라. 세 톱니가 함께 돌아가야 합니다.

9. 맺음말 불꽃 대신 신뢰

재고는 어느 산업에나 생깁니다. 차이는 처리 방식입니다. 유럽은 금지·공시·디지털 추적으로 방향을 틀었고, 미국은 주 단위 EPR로 라스트마일을 재설계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기업이 먼저 수치를 열고, 설계를 바꾸고, 마지막 1킬로미터를 되살릴 때 ‘친환경’은 구호가 아니라 실적이 됩니다. 다음 시즌의 옷장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그 선택이 곧 산업의 생존 전략이 됩니다.

{ 파괴 대신 순환, 수사 대신 데이터. 그 길이 곧 경쟁력입니다.

참고·출처

한겨레·한겨레21 국내 재고 소각 보도와 수치, 2025.
EU 에코디자인 지속가능제품규정(ESPR)과 디지털 제품 여권(DPP) 개요·일정, 2024–2025.
프랑스 AGEC(낭비금지·순환경제) 법제 및 Refashion 운영 개요, 2022–2025.
캘리포니아 SB 707(Responsible Textile Recovery Act) 요약·시행 계획, 2024–2026.
섬유 폐기·배출 관련 국제 보고서(UNEP, Ellen MacArthur Foundation 등), 2018–2025.
남반구 현장 르포: 가나 칸타만토, 칠레 아타카마 관련 보도·조사, 2023–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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