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데헌, 영국 아카데미에서 기준미충족으로 배제되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영국 아카데미 영화상 BAFTA에서 극장 상영 규정 미충족으로 후보 자격을 잃은 과정을, 영국 영화계의 제도 변화와 함께 차분히 정리합니다.
최종 업데이트 2025-11-14
읽기 경로·예상 소요 BAFTA와 자격 규정 개요 → 케데헌 영국 상영 방식 정리 → 넷플릭스의 항소와 BAFTA 결정 과정 → 한국·K팝 콘텐츠에 주는 시사점 순으로 읽으시면 약 10~14분 정도 걸립니다.
영국 아카데미 BAFTA는 어떤 상이며, 왜 극장 상영을 그렇게 중시할까
BAFTA는 영국 아카데미 영화상으로 번역되는, 영국 영화·TV 예술 아카데미가 주관하는 상입니다. 영국 내에서는 오스카에 대응되는 최고 권위의 영화상으로 취급되고, 특히 자국 영화 산업을 어떻게 보호하고 키울지에 대한 고민이 규정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습니다. 스트리밍 플랫폼이 급성장하면서 BAFTA도 몇 년에 걸쳐 자격 규정을 여러 번 손질했고, 2025년 시상부터는 극장 상영을 더 강하게 요구하는 방향으로 규칙을 조정했습니다. 이 배경에는 “극장에서 관객에게 충분히 보여준 작품을 우선한다”는 원칙과, 팬덤 중심의 단기 이벤트 상영과 정규 개봉을 구분하려는 의도가 함께 깔려 있습니다.
현재 BAFTA 영화 부문에서 기본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영국 내 상업 극장에서의 상영입니다. 핵심은 상영 횟수와 기간입니다. BAFTA는 영화가 자격을 얻으려면 영국 상업 극장에서 최소 열 번 이상의 상영이 이뤄져야 하고, 이 상영이 하루 이틀이 아니라 최소 일주일 이상 기간에 걸쳐 이어져야 한다는 기준을 두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최우수 작품상과 같은 상위 부문에서는 처음부터 일곱 날 이상, 여러 개의 극장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상영 규모를 보장하라는 조건도 붙습니다. 스트리밍 공개만으로는 부족하고, 영국 관객이 실제 극장에 가서 볼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BAFTA는 또 한편으로 예외 조항도 두고 있습니다. 예외적으로 극장 상영 대신 이벤트 시네마나 특별 상영만으로 공개된 작품이라도, BAFTA 영화위원회가 “영국 관객에게 실질적인 접근 기회가 있었다”고 판단하면 후보 자격을 부여할 수 있다는 조항입니다. 다만 이 조항은 어디까지나 ‘예외적인 경우’이고, 대부분의 작품은 결국 정규 극장 개봉이라는 기본 틀을 따라야 합니다. 이번 케데헌 사례는 바로 이 기본 규칙과 예외 조항의 경계에서 벌어진 충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BAFTA는 스트리밍 시대에도 “영국 관객에게 충분히 극장에서 상영되었는가”를 자격 판단의 최우선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
케이팝 데몬 헌터스, 영국에서는 어떻게 상영되었나
케데헌은 전 세계적으로는 넷플릭스를 통해 먼저 알려진 작품입니다. 한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에서 스트리밍 공개와 동시에 큰 인기를 얻었고, 사운드트랙과 수록곡들이 차트를 장악하면서 애니메이션을 넘어 K팝 프로젝트에 가까운 파급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영국에서도 주제가인 「Golden」이 차트 정상을 오래 유지하며 화제가 됐고, 자연스럽게 “이 정도면 BAFTA 장편 애니메이션 부문에서도 강력한 후보가 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따라붙었습니다.
하지만 영국에서의 상영 방식은 전통적인 의미의 ‘정규 개봉’과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먼저 2025년 8월 23일과 24일, 영국 여러 도시의 극장에서 “싱어롱 이벤트” 형식의 특별 상영이 열렸습니다. 이틀 동안 약 260여 개 극장에서 팬들이 노래를 따라 부르며 영화를 즐기는 이벤트였고, 상당수 상영관이 매진을 기록할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이후 10월 말 할로윈 시즌에도 또 한 차례 주말 중심의 싱어롱 상영이 잡히면서, 케데헌은 영국 곳곳의 극장에서 다시 스크린에 걸렸습니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영국에서 여러 번 상영된 인기작”이라는 느낌을 주는 구조입니다.
그러나 BAFTA가 보는 관점은 달랐습니다. 이 상영들은 모두 이틀 또는 사흘 정도의 짧은 기간에, 행사 중심으로 배치된 이벤트 상영이었습니다. 평일과 주말을 아우르며 최소 일주일 이상, 정규 편성으로 상영관에 꾸준히 걸리는 형태가 아니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됩니다. 또 상영 시점이 스트리밍 공개보다 훨씬 뒤에 잡혔다는 점도 변수로 작용했습니다. 스트리밍으로 이미 전 세계에 공개된 뒤, 팬덤과 흥행세를 바탕으로 뒤늦게 이벤트 상영을 붙인 구조였기 때문에 BAFTA 기준에서 “정식 극장 개봉”으로 보기 어렵다는 논리가 가능해졌습니다.
결국 케데헌의 영국 상영은 상영 수와 극장 수만 놓고 보면 상당히 인상적인 숫자를 남겼지만, BAFTA가 정의하는 의미의 “상업 극장 정규 상영”이라는 요건과는 미묘하게 어긋난 형태였습니다. 많은 극장에서 짧게, 팬 이벤트처럼 번개로 상영하는 방식이었고, 이는 스트리밍 플랫폼이 선호하는 흥행 극대화 전략과는 잘 맞지만, 전통적인 영화 시상식의 규정과는 충돌하는 지점이었습니다.
{ 케데헌의 영국 상영은 극장 수와 팬 반응은 화려했지만, BAFTA가 요구하는 ‘일주일 이상 정규 상영’이라는 기준에는 닿지 못한 이벤트 중심 상영이었습니다. }
넷플릭스의 항소와 BAFTA의 최종 판단, ‘후보 탈락’이 아닌 ‘자격 미달’
넷플릭스와 제작사는 처음에는 케데헌이 BAFTA 자격을 갖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영국 전역의 극장에서 수백 회에 이르는 싱어롱 상영이 이루어졌고, 그중에는 유료 상영도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BAFTA 측에 작품을 제출했고, 혹시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예외 조항, 즉 “이벤트 시네마와 같은 다른 방식으로도 영국 관객에게 충분히 공개된 작품”이라는 근거로 승인을 받을 수 있다고 본 것으로 해석됩니다.
그러나 BAFTA 영화위원회의 판단은 엄격했습니다. 위원회는 케데헌이 규정에 명시된 최소 상영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영국 내 상업 극장에서 최소 열 번 이상의 상영을, 일곱 날 이상 기간에 걸쳐 진행해야 한다”는 요건을 만족하지 못했다는 설명이 나왔습니다. 이틀짜리 주말 이벤트와 사흘짜리 할로윈 특별 상영을 합쳐도, 일주일 이상 이어지는 정규 상영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논리입니다. 결국 BAFTA는 케데헌을 심사 테이블에 올리지 않고, ‘후보 탈락’이 아니라 ‘후보 자격 미달’로 분류했습니다.
넷플릭스는 예외 조항을 근거로 항소를 시도했습니다. 팬덤 중심의 이벤트 상영이지만, 영국 각지의 극장에서 수백 회 이상 상영되었고, 많은 관객이 실제로 극장에 발걸음을 옮겼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BAFTA는 이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영화위원회는 예외 조항이 존재한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이번 사례는 규정을 완전히 벗어날 만큼 특수한 경우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케데헌은 2025년 BAFTA 영화상 전체 레이스에서 이탈했고, 그 여파로 “BAFTA와 스트리밍 플랫폼이 다시 한번 정면으로 부딪쳤다”는 해석도 함께 나오고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중요한 것은, 케데헌이 작품성이나 완성도 평가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애니메이션 완성도나 음악, 흥행 성적과 무관하게, 오로지 상영 방식이라는 기술적인 요건에서 걸렸습니다. 다시 말해 이번 사건은 심사위원의 취향이나 보수성 논란이라기보다, 스트리밍 중심 배급 전략과 전통적인 영화제·시상식 제도가 어떻게 충돌하는지를 보여주는 제도 설계의 문제에 더 가깝습니다.
{ 케데헌은 심사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라, BAFTA가 정한 “일주일 이상 상업 극장 상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애초에 후보 자격이 없다는 판정을 받은 사례입니다. }
한국·K팝 기반 콘텐츠가 BAFTA를 노리려면 무엇을 바꿔야 할까
케데헌 BAFTA 실격은 한국과 K팝 기반 콘텐츠가 세계 시상식에 도전할 때 어떤 전략이 필요한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기도 합니다. 스트리밍에서 인기를 증명한 뒤 이벤트 상영으로 극장 반응까지 확인하는 방식은 팬덤과 흥행에는 매우 효율적인 구조입니다. 하지만 영국처럼 “극장 상영”을 제도적으로 중시하는 시장에서는, 아예 초반부터 극장 중심의 일정과 배급 전략을 별도로 짜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특히 BAFTA를 주요 목표로 본다면, 영국 현지에서 최소 일주일 이상 정규 상영을 확보하는 일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에 가깝습니다.
또 하나 눈여겨볼 점은, 같은 작품이라도 상마다 요구하는 형식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은 미국 내 특정 도시에서의 일주일 이상 상영을 기준으로 삼고 있고, 그래미는 음악과 사운드트랙을 중점적으로 봅니다. 반면 BAFTA는 영국 관객에게 얼마나 넓고 지속적으로 공개되었는지를 더 세밀하게 규정으로 명시해 왔습니다. 이 차이는 한국 제작사와 투자사가 해외 시상식을 목표로 할 때, 단순히 작품을 잘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사실을 상기시킵니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각 상의 규정을 분석하고, 현지 배급 파트너와 함께 맞춤형 상영 전략을 세워야 하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영국과 같은 시장에서 문화가 어떤 식으로 오가는지에 대해서는, 이 블로그의 글 가운데 하나인 세계가 다시 연결되는 방법: 문화라는 조용한 힘에서도 더 넓은 맥락을 다룬 바 있습니다. 케데헌 사례를 그 맥락에 겹쳐 보면, 글로벌 K팝과 한국 애니메이션이 단순히 스트리밍을 넘어, 각 지역의 극장과 제도 속에서 어떤 식으로 자리 잡아야 하는지가 조금 더 선명하게 보입니다. 결국 시상식의 규정은 그 사회가 문화·콘텐츠를 어떤 방식으로 소비하고 보호하고 싶은지를 보여주는 거울이기도 하며, 한국에서 만든 작품이 그 거울에 제대로 비치려면 제도 이해와 배급 전략이 함께 따라가야 합니다.
이번 BAFTA 실격은 당장 1회성 사건으로 흘러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비슷한 구조의 K콘텐츠가 계속 등장할 것을 생각하면, 한국 제작사와 투자사가 영국 시장과 BAFTA 규정을 좀 더 세밀하게 연구하고, 스트리밍과 극장 사이의 균형을 새로 짤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케데헌은 규정 한 줄에 막혔지만, 이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 작품들이 더 정교한 글로벌 전략을 설계한다면, 오히려 K콘텐츠의 세계 진출에는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는 사건으로 기억될 가능성도 적지 않습니다.
{ 케데헌 BAFTA 실격은 작품의 문제가 아니라 전략의 문제였고, 앞으로 한국·K팝 기반 콘텐츠가 영국과 유럽의 시상식을 노릴 때 배급과 상영 방식을 처음부터 따로 설계해야 한다는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
본문 정리 한 번 더
정리하면 케데헌은 영국에서 큰 인기를 끈 작품이지만, BAFTA가 요구하는 “일주일 이상 상업 극장 정규 상영” 기준을 채우지 못해 후보 자격이 없다는 결정을 받았습니다. 넷플릭스는 예외 조항을 근거로 항소했지만, BAFTA 영화위원회는 이벤트 상영만으로는 자격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은 스트리밍 중심 K콘텐츠가 영국과 유럽의 주요 시상식을 노리기 위해서는, 현지 극장 상영 전략을 별도로 설계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 BAFTA 규정을 모르는 상태에서 흥행에만 집중하면, 케데헌처럼 “잘 만든 작품이지만 상에는 나갈 수 없는” 애매한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을 이번 사례가 경고하고 있습니다. }
참고·출처
BAFTA 영화상 규정은 영국 아카데미가 공개한 2025년 영화상 규칙 및 가이드 문서와, 2024년 발표된 자격 요건 변경 관련 보도 자료를 참고했습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BAFTA 실격 사유와 상영 방식에 대한 세부 내용은 버라이어티와 골드더비, 영국 경제지와 온라인 매체의 관련 기사들을 바탕으로 정리했습니다. 영국 내 싱어롱 이벤트 일정과 상영 규모에 대해서는 넷플릭스 투둠과 영국 주요 극장 체인의 안내 페이지, 가디언 등의 문화면 기사에서 확인한 정보를 활용했습니다.
'문화와 예술 > 문화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 K문화의 시대, 아시아인 차별의 시대: 케데헌 이후 두 개의 미국(2025) (1) | 2025.11.14 |
|---|---|
| 케데헌 BAFTA 논란, 영국 아카데미 자격 미달의 이유 (0) | 2025.11.14 |
| 세계 질서는 어디로 가는가: G7·BRICS·글로벌 사우스의 재편된 지도 (1) | 2025.11.13 |
| 제국의 그림자를 넘어: 탈식민의 눈으로 다시 읽는 세계 문화의 흐름 (0) | 2025.11.13 |
| 문화는 어떻게 세계 질서가 되었는가: 플랫폼 시대의 지정학적 문화 경쟁 (0) | 2025.1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