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데헌 BAFTA 논란, 영국 아카데미 자격 미달의 이유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영국 아카데미 영화상 BAFTA에서 후보 자격 미달 판정을 받은 과정을, 영국 극장 상영 규정과 스트리밍 시대의 충돌이라는 관점에서 자세히 정리합니다.
최종 업데이트 2025-11-14
읽기 경로·예상 소요 BAFTA 규정의 기본 구조 이해 → 케데헌의 영국 상영 방식 정리 → 왜 ‘후보 탈락’이 아니라 ‘자격 미달’이 되었는지 → 이번 결정이 억울한 지점과 의도성 논쟁 → 한국·K팝 기반 콘텐츠가 얻을 수 있는 교훈 순으로 읽으시면 약 12~16분 정도 걸립니다.
BAFTA는 왜 여전히 극장 상영을 고집할까
BAFTA는 영국 영화·텔레비전 예술 아카데미가 주관하는 상으로, 영국 안에서는 사실상 오스카에 대응되는 최고 권위의 영화상으로 여겨집니다. 이 상의 규정은 단순히 ‘좋은 영화’를 뽑는 기준을 넘어, 영국 영화 산업의 생태계를 어떻게 유지하고 보호할지에 대한 고민이 반영된 일종의 정책 도구에 가깝습니다. 특히 스트리밍 플랫폼이 급격히 성장한 지난 10여 년 동안, BAFTA는 이 변화를 받아들이되 극장의 역할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겠다는 방향으로 규정을 여러 차례 손질해 왔습니다.
핵심은 자격 요건입니다. BAFTA는 영화가 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영국 내 상업 극장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상영을 거쳤음을 요구합니다. 많이 언급되는 기준이 “최소 일주일 이상, 열 회 이상의 상영”입니다. 세부 조항과 부문별 차이는 있지만, 기본 철학은 명확합니다. 스트리밍 공개만으로는 부족하며, 영국 관객이 실제 극장에 가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제공된 영화에 우선권을 준다는 생각입니다. 즉, BAFTA 입장에서 ‘영화’는 여전히 극장에서 관객과 만나는 경험을 전제로 하는 매체라는 전통적 정의를 유지하고 있는 셈입니다.
물론 예외 조항도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일부 작품은 이벤트 상영이나 제한 상영만으로 공개되는 경우가 있어, BAFTA 규정에는 “이벤트 시네마 등 다른 형태로 공개되었더라도, 영화위원회가 영국 관객에게 충분한 접근 가능성이 있었다고 판단하면 자격을 부여할 수 있다”는 식의 조항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다만 이 조항은 어디까지나 예외조항일 뿐이며, 기본값은 여전히 ‘일정 기간 이상 정규 상영’입니다. 스트리밍 시대에 발맞추려 하면서도, 극장을 제도적으로 지키려는 타협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BAFTA가 케데헌에 적용한 잣대는 새로 등장한 특별 규칙이라기보다, 이미 존재하던 ‘극장 중심’ 규정을 그대로 적용한 결과에 가깝습니다. 문제는 스트리밍 플랫폼이 설계한 상영 전략과 BAFTA가 미는 규정의 방향이 서로 충돌하면서, 현장에서 체감하는 결과가 더욱 억울하고 불합리하게 느껴진다는 점입니다. 팬 입장에서는 “영국에서 저렇게 많이 상영됐는데 왜 자격이 없느냐”고 느끼지만, BAFTA 입장에서는 “일주일 이상 정규 편성이라는 최소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답하는 상황입니다.
{ BAFTA의 기준은 새로 생긴 특수 규칙이 아니라, 스트리밍 시대에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극장 중심’ 철학이 규정으로 굳어진 형태라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합니다. }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영국에서 어떻게 상영되었나
케데헌은 전 세계적으로 넷플릭스를 통해 알려진 작품입니다. 한국에서도 스트리밍 공개와 동시에 화제가 되었고, OST와 수록곡이 차트 상위권에 오르면서 애니메이션 이상의 K팝 프로젝트로 소비되었습니다. 영국 역시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대표곡이 영국 차트에서 장기간 상위권을 유지했고, 소셜 미디어에서도 팬덤 중심의 자발적 밈과 챌린지가 빠르게 확산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이 정도면 BAFTA 장편 애니메이션 부문에서도 강력한 후보가 되지 않겠냐”는 기대가 뒤따랐습니다.
영국 내 극장 상영은 크게 두 번의 고비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싱어롱 이벤트입니다. 8월 23일과 24일 이틀 동안, 영국 전역의 여러 극장에서 관객이 노래를 따라 부르며 영화를 함께 즐기는 형식의 상영이 이루어졌습니다. 극장 수와 상영 회차 모두 적지 않았고, 상당수 상영관이 매진에 가까운 성적을 기록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두 번째는 할로윈 시즌입니다. 10월 말부터 11월 초 사이에, 할로윈 분위기에 맞춰 다시 한 번 주말 중심의 싱어롱 상영이 편성되었습니다. 이 역시 흥행 이벤트 성격이 강했습니다.
숫자로만 보면 케데헌은 영국 여러 도시의 상업 극장에서 수백 회에 이르는 상영을 기록한 셈이 됩니다. 이 지점이 팬들이 가장 답답함을 느끼는 부분입니다. “이 정도로 많이 상영했는데 왜 BAFTA 자격이 없느냐”는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BAFTA가 보는 핵심은 상영 횟수가 아니라 상영 방식과 기간입니다. 이틀짜리 주말 이벤트와 사흘짜리 시즌성 상영을 합쳤을 때, 이것을 “일주일 이상 지속된 정규 상영”으로 인정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에서 이미 입장 차이가 벌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포인트는 시간 순서입니다. 케데헌은 넷플릭스를 통해 먼저 공개되고, 이후 흥행과 화제성을 확인한 뒤 이벤트 상영이 붙는 구조였습니다. BAFTA 입장에서 보면 “극장 개봉 후 스트리밍”이 아니라 “스트리밍 성공 후 극장 이벤트”에 가까운 패턴입니다. BAFTA가 전통적으로 영화로 인정해 온 경로와는 거꾸로인 셈이라, 예외 조항을 적용하려 해도 “극장에서 관객을 만나기 위한 상영”이라기보다 “이미 검증된 스트리밍 성공을 기념하는 팬 이벤트”에 가깝게 보였을 가능성이 큽니다.
{ 케데헌의 영국 상영은 극장 수와 회차만 보면 인상적이지만, BAFTA가 요구하는 ‘일주일 이상 정규 상영’이라는 기준에 맞추기에는 이벤트 중심으로 설계된 구조였습니다. }
영국 BAFTA가 케데헌을 어떻게 ‘기준 미충족’으로 배제했는지는 케데헌, 영국 아카데미에서 기준미충족으로 배제되다 에서 자세히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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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후보 탈락’이 아니라 ‘자격 미달’이 되었나
중요한 지점은 케데헌이 BAFTA에서 “심사 끝에 떨어진 작품”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번에 내려진 것은 후보가 된 뒤 경쟁에서 밀렸다는 의미의 탈락이 아니라, 애초에 경쟁 테이블 위에 올라갈 자격이 없다고 본 “ineligible”, 즉 자격 미달 판정입니다. 이 차이를 이해해야 이번 사건이 왜 더 예민하게 느껴지는지, 또 왜 억울하다는 반응과 동시에 “규정대로인 면도 있다”는 평가가 같이 나오는지 설명할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와 제작사는 처음에 케데헌이 BAFTA 자격을 충족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영국 여러 극장에서 수백 회 이상의 상영이 있었고, 유료 상영 비율도 높았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이 정도면 최소 상영 요건을 채웠거나, 부족하더라도 예외 조항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계산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로 작품을 BAFTA에 제출했고, 부족한 부분은 예외 적용으로 메울 수 있다고 기대한 듯한 움직임이 감지됩니다.
하지만 BAFTA 영화위원회의 해석은 달랐습니다. 위원회는 규정에 나와 있는 “영국 내 상업 극장에서 최소 열 회 이상의 상영, 그리고 일주일 이상 기간에 걸친 정규 상영”이라는 기본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싱어롱 이벤트를 구성하는 이틀 상영과, 할로윈 시즌의 짧은 편성은 각각 관객 참여형 이벤트와 시즌성 특별 상영일 뿐, 전통적인 의미의 개봉과는 거리가 있다고 본 셈입니다. 따라서 이 작품은 심사를 통해 점수를 매기기 이전 단계에서 자격 미달이 되었고, 후보 명단에 이름조차 올릴 수 없게 되었습니다.
넷플릭스는 예외 조항을 근거로 항소를 시도했습니다. 팬덤 중심의 이벤트 상영이지만, 실제로 많은 관객이 극장을 찾았고 영국 전역에 걸쳐 상영이 이루어졌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BAFTA는 이 항소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예외 조항은 존재하지만, 이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규정을 넘어설 만큼 특수한 경우”라는 판단이 있어야 하는데, 케데헌 사례를 그 정도로 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BAFTA는 이미 존재하던 규정을 엄격하게 해석하는 쪽을 택했고, 케데헌은 심사 테이블에 올라가지도 못한 채 레이스 밖으로 밀려났습니다.
{ 케데헌 사태의 본질은 작품성이 아닌 상영 방식에서 비롯된 ‘자격 미달’ 판정이며, BAFTA는 기존 규정을 예외 없이 강하게 적용하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
이번 결정은 억울한가, 의도적인 배제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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