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 특별법, 3500억달러 투자와 자동차 관세 15퍼센트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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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 특별법은 대미 3500억달러 투자와 자동차 관세 25퍼센트에서 15퍼센트 인하를 한 세트로 묶어, 한국 쪽에서 어떻게 집행하고 통제할지 정해 둔 국내용 법적 뼈대다.

APEC 정상회의에서 타결된 관세·투자 패키지를 그대로 밀어붙이는 대신, 연간 200억달러 한도와 다층적인 심사 절차, 기금과 공사 체계를 법으로 만들어 외환시장 충격과 투자 실패 위험을 줄이려는 장치다.

이 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미국이 연방관보에 MOU 내용을 게재하면, 2025년 11월 1일부터 한국산 자동차와 부품에 적용되는 미국 관세가 25퍼센트에서 15퍼센트로 소급 인하된다.

최종 업데이트 2025-11-26

1. 이 법은 왜 나왔나: APEC 관세 협상과 3500억달러 투자

2025년 10월 APEC 정상회의에서 한국과 미국은 3500억달러 규모의 장기 투자 패키지와 상호 관세 15퍼센트 수준 유지에 합의했다. 자동차와 부품에 걸려 있던 25퍼센트 관세를 15퍼센트로 낮추는 대신, 한국은 조선·인프라·에너지 등 여러 분야에 걸친 장기 투자를 약속한 구조다. 다만 한꺼번에 달러를 쏟아붓는 방식이 아니라, 연간 200억달러 한도 안에서 장기간 나눠 집행하는 조건이 붙었다. 외환시장 불안과 투자 손실에 대한 국내 여론을 고려해, 투자 원칙과 한도를 아예 MOU 문서에 박아 둔 셈이다.

이번 특별법은 바로 이 한미 전략적 투자 MOU를 국내에서 실제로 집행하기 위한 이행 법률이다. 투자 후보 사업을 어떻게 고르고, 어느 부처가 심사하고, 어떤 기준으로 돈을 넣고 회수할지 세부 절차를 담았다. 동시에 자동차 관세 인하를 2025년 11월 1일자로 소급 적용하려면, 한국이 먼저 ‘우리는 MOU를 이행할 준비를 마쳤다’는 신호를 법으로 보여줘야 한다. 그래서 관세 인하 효과와 대미 투자 관리 체계를 한 법 안에 묶어 ‘국익 특별법’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다.

APEC에서 타결된 관세·투자 패키지를 국내법으로 옮겨 담는 이행 틀이 바로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 특별법이다.

2. 의사결정 구조: 운영위원회와 사업관리위원회, 한미 협의위

특별법의 가장 큰 특징은 의사결정 구조를 이원화했다는 점이다. 기획재정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는 운영위원회가 큰 방향과 최종 집행을 심의하고,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는 사업관리위원회가 개별 사업의 상업성과 전략성, 법적 요소를 먼저 따지는 구조다. 쉽게 말하면 사업관리위원회가 ‘이 사업이 돈이 되는지, 전략적으로 의미가 있는지’를 1차로 거르고, 운영위원회가 ‘국가 전체 포트폴리오 안에서 이 사업에 얼마나, 언제 투자할지’를 2차로 결정하는 방식이다.

미국 쪽에는 별도로 미국 투자위원회가 설치된다. 미국 투자위원회가 투자 후보 사업을 제안하면, 한국의 사업관리위원회가 먼저 사업성을 검토하고, 그 결과를 운영위원회에 올려 심의를 요청한다. 이후 운영위원회의 심의와 의결을 거쳐, 산업부 장관이 위원장인 한미 협의위원회를 통해 미국 측과 사업 내용을 조율한다. 한미 협의위에서 협의가 마무리되면, 미국 투자위원회가 미국 대통령에게 투자처를 추천하고, 대통령이 최종 선정한 뒤 한국 운영위원회가 자금 집행 여부를 다시 한 번 심의한다. 한국이 먼저 사업을 발굴한 경우에도 이 절차를 그대로 밟도록 해, 누가 아이디어를 냈든 같은 기준으로 심사하도록 설계했다.

사업 검토는 산업부, 포트폴리오와 집행 결정은 기재부가 맡는 이원 구조로, 한미 양쪽과의 협의를 단계별로 분리한 셈이다.

3. 200억달러 한도와 안전장치: 왜 ‘국익 특별법’이라고 하나

특별법에는 MOU에 담긴 ‘안전장치’ 조항이 그대로 반영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연간 200억달러 송금 한도다. 아무리 투자 후보가 많아도, 1년에 해외로 나가는 자금은 이 한도 안에서만 집행하도록 못박는다. 외환시장이 불안해지거나 환율 급등 우려가 커질 경우에는, 집행 규모와 시점을 조정할 수 있는 근거도 명시한다. 투자 건마다 상업적 합리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원칙도 법 조문에 들어간다. 단지 정치·외교적 이유만으로 손실이 뻔한 사업에 돈을 넣지 못하도록, 사업성 심사를 의무화하는 셈이다.

국내법과의 충돌 여부를 검토하는 절차 역시 ‘안전장치’의 한 축이다. 환경 규제, 노동 관련 법령, 공기업법 등 기존 국내 법체계와 충돌하는 사업이라면 조정이나 보완 없이는 진행할 수 없도록 했다. 또 한국 기업이 사업에 참여하는 방식과 선정 절차, 미국 정부가 제공할 세제·인허가·인프라 지원 내용에 대해서도 양국이 사전에 협의하도록 규정했다. 투자 기간은 기본적으로 20년을 염두에 두고 설계하되, 20년 안에 원금 회수가 어려운 사업의 경우에는 현금흐름 배분 비율을 조정해 한국 측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장치들이 있어서 여당과 정부가 ‘국익 특별법’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다.

연 200억달러 상한, 상업성·법적 합리성 심사, 회수 곤란 시 수익 배분 조정 등 여러 안전장치를 법에 박아 두었다.

4. 한미전략투자기금과 공사: 돈은 어디서 나오고 누가 굴리나

특별법은 대규모 투자를 전담할 ‘한미전략투자기금’ 설치를 규정한다. 기금 재원은 크게 두 갈래다. 첫째는 기존 외환보유액을 굴려 얻는 운용수익이다. 외환보유액 원금을 그대로 쓰기보다, 그 운용수익 일부를 전략적 투자 재원으로 돌리는 방식이라 기본 외환 방어력은 유지할 수 있다. 둘째는 해외에서 발행하는 정부보증채권이다. 한국 정부가 보증을 서서 해외 자본시장에서 채권을 발행해, 장기 저리 자금을 조달하는 구조다. 이렇게 모은 돈은 미국 내 전략적 투자뿐 아니라 조선 협력 프로젝트 등에도 투입된다.

이 기금을 실제로 운용할 조직이 ‘한미전략투자공사’다. 법정 자본금 3조원 규모로 설립되고, 최대 20년 동안 한시적으로 존재하는 점이 특징이다. 공사가 직접 투자 심사와 집행을 모두 맡기보다는, 산업은행·수출입은행·무역보험공사·한국투자공사 등 기존 정책 금융기관에 업무를 위탁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두었다. 이미 글로벌 프로젝트 파이낸싱 경험이 있는 기관들의 전문성을 그대로 활용하겠다는 취지다. 대신 공사는 매년 1회 이상 국회에 보고해야 하고, 운영위원회가 공사를 감독할 권한을 갖도록 해 정치·행정부의 통제를 받는 구조로 설계했다.

외환보유액 운용수익과 해외 채권으로 조성한 기금을, 한시적 공사와 기존 정책 금융기관이 나눠 굴리는 구조다.

5. 자동차 관세 25퍼센트→15퍼센트 소급 인하: 언제, 어떻게 적용되나

이번 법이 투자 관리만을 위한 장치는 아니다. APEC에서 합의된 한미 관세 협상에 따라, 미국은 한국산 자동차와 부품에 부과하는 25퍼센트 관세를 15퍼센트로 낮추기로 했다. 다만 미국식 행정 절차상, 관세 인하 내용을 연방관보에 게재하는 단계가 필요하다. 한국이 먼저 MOU 이행을 위한 법률 조치를 취해야, 미국이 ‘상대국이 약속을 지키기 시작했다’고 보고 연방관보 게재 절차에 들어간다. 그래서 이번 특별법 발의 자체가 관세 인하 소급 적용의 필수 요건으로 설명된다.

법안에 담긴 시점은 2025년 11월 1일이다. 미국이 연방관보에 양해각서 내용을 게재하는 순간, 한국산 자동차 관세율은 11월 1일자로 25퍼센트에서 15퍼센트로 소급 인하된다. 수출 실적이 많은 완성차 업체일수록, 이미 선적된 물량까지도 낮은 관세율이 적용될 수 있어 단기 현금흐름에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물론 15퍼센트 관세가 완전한 자유무역 수준은 아니지만, 기존 25퍼센트에 비하면 가격 경쟁력이 크게 개선되는 구간이다. 일본과 유럽연합과 비슷한 수준으로 맞춰진다는 점에서, 한국 자동차 업계의 대미 시장 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미국이 연방관보에 MOU를 올리는 순간, 2025년 11월 1일부터 자동차 관세 15퍼센트가 소급 적용된다.

6. 국회 쟁점: ‘MOU 비준’ 논란과 앞으로의 절차

법안은 먼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심사를 거쳐야 한다.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법을 “국익 특별법”으로 규정하며, 관세 협상 외교 성과를 경제 성과로 확산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도 국회 심사 과정에서 법안 내용을 보완하고, 국회 보고와 감독 조항을 통해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다만 국민의힘은 한미 전략적 투자 MOU가 사실상 조약에 준하는 의미를 가진다고 보고, “국회의 비준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내고 있다. 이 쟁점은 향후 헌법상 조약과 MOU의 경계를 둘러싼 논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실무적으로는 두 가지 절차가 동시에 진행된다. 하나는 이번 특별법 자체에 대한 심사와 수정, 그리고 본회의 표결이다. 다른 하나는, 설령 MOU가 형식상 조약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국회가 어느 수준까지 내용을 통보받고 검증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치적 합의다. 법안 안에는 이미 국회 보고 의무와 공사에 대한 감독 조항이 들어가 있으며, 필요하면 추가적인 보고·청문 절차를 더할 여지도 있다. 결국 이번 특별법은 단순한 관세·투자 법안을 넘어, 향후 대형 대외 MOU를 어떻게 국내 정치와 연결할지 시험대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법안 통과 여부뿐 아니라, MOU를 어디까지 국회 통제 아래 둘 것인지가 이번 특별법 심사의 핵심 쟁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