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AI 첫 판결 : 학습 자유 vs 저작권 보호: 독일 GEMA vs OpenAI 첫 판결의 의미
AI 학습 자유와 저작권 보호의 충돌을 독일 GEMA vs OpenAI 판결로 정리한다.
2025년 11월 11일 독일 뮌헨 지방법원은 독일 음악저작권 단체 GEMA의 손을 들어 주며, 노래 가사를 학습한 AI의 메모라이제이션과 출력이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은 텍스트·데이터 마이닝 예외의 한계를 분명히 하며, AI 개발사의 책임 범위를 사용자보다 앞에 세운 첫 유럽 판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앞으로 유럽과 각국의 입법 논의, AI 기업의 학습 전략과 필터링 기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사건으로 평가된다.
최종 업데이트 2025-11-28
1. 독일 GEMA vs OpenAI 사건 한눈에 보기
이번 사건의 원고는 독일 음악저작권 단체 GEMA이고, 피고는 ChatGPT를 운영하는 OpenAI다. 쟁점이 된 것은 독일 대중가요 아홉 곡의 가사로, 허가 없이 학습에 사용된 뒤 간단한 프롬프트만으로 거의 그대로 출력된 점이었다. 재판부는 뮌헨 제1지방법원으로, 사건 번호는 42 O 14139 24로 알려져 있다. 2024년에 제기된 소송이 2025년 11월에 1심 선고를 맞으면서, 유럽 최초의 본격 AI 학습 저작권 판결로 주목을 받게 됐다.
판결문에 따르면 OpenAI는 GPT 4와 GPT 4o를 포함한 언어모델을 운영하면서, 독일 가요 가사를 학습 데이터로 사용했다는 의심을 받았다. GEMA는 실제 출력 결과를 수집해, 특정 노래 제목이나 가수 이름만 제시해도 원문과 거의 동일한 가사가 출력되는 사례를 제시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반복적이고 구조적인 출력 패턴을 우연이 아닌 결과로 보고, 모델 내부에 가사가 재현 가능하게 저장돼 있다고 판단했다. 그 위에서 복제와 공중송신이라는 전통적인 저작권 개념을 언어모델에게 그대로 적용했다.
독일 법원은 노래 가사를 학습한 AI의 내부 저장과 출력 자체를 전통적 저작권 침해 범주 안에 집어넣었다.
2. 법원이 본 핵심 쟁점과 논리 구조
이 판결의 핵심은 메모라이제이션을 저작권법상 복제로 본 점이다. 법원은 언어모델이 단순히 통계적 패턴만 남기는 것이 아니라, 특정 가사를 파라미터 안에 재현 가능하게 고정해 두는 현상을 메모라이제이션으로 규정했다. 그리고 이 상태 자체가 독일 저작권법 제16조, 유럽 정보사회 지침 제2조가 말하는 복제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다시 말해 눈에 보이는 파일이 없더라도, 모델 파라미터 안에 작품이 간접적으로 인식 가능한 형태로 존재하면 복제 요건을 충족한다고 본 것이다.
두 번째 쟁점은 출력 단계의 법적 성격이다. 재판부는 사용자가 단순히 노래 제목 정도만 입력했을 뿐인데도, 가사가 길고 구조적인 상태로 그대로 나오는 경우를 문제 삼았다. 이런 경우 출력은 새로운 창작이라기보다 기존 가사의 재현에 가깝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언어모델이 이러한 출력을 생산하고, 이를 이용자가 화면으로 받아보게 하는 행위는 저작권법 제19a조가 규정하는 공중송신, 즉 온라인 제공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렸다. 학습 단계와 출력 단계 둘 모두가 침해 구조 안에 묶인 셈이다.
세 번째 쟁점은 책임 주체의 위치였다. OpenAI는 출력은 전적으로 사용자 프롬프트의 결과이며, 문제를 삼을 여지가 있다면 프롬프트를 입력한 사용자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단순 프롬프트만으로도 사실상 원문이 나오는 구조라면, 설계와 학습 데이터 선택, 메모라이제이션을 초래한 훈련 방식에 책임이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이 사건의 침해 책임은 사용자 개인이 아니라 모델을 훈련하고 운영한 사업자에게 있다고 못박았다.
법원은 메모라이제이션을 복제로, 간단한 프롬프트 기반 출력을 공중송신으로 보며 책임의 중심을 AI 사업자에 두었다.
3. 텍스트·데이터 마이닝 예외와 그 한계
OpenAI 측의 주된 방어 논리는 텍스트·데이터 마이닝 예외였다. 유럽 저작권법은 연구와 분석을 위해 자동화된 텍스트·데이터 마이닝을 허용하는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 OpenAI는 자사의 학습이 방대한 텍스트를 분석해 패턴과 상관관계를 추출하는 과정에 불과하며, 허용된 텍스트·데이터 마이닝 범위 안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 논리를 학습의 일부 단계에만 제한적으로 인정하고, 모델 내부의 메모라이제이션과 후속 재현까지 포괄하는 근거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텍스트·데이터 마이닝 예외의 전제부터 다시 짚었다. 예외는 작품에서 정보와 통계를 뽑아내는 행위를 대상으로 하며, 그 과정에서 이뤄지는 일시적 복제는 저작권자의 경제적 이익을 실질적으로 침해하지 않는다는 전제에 서 있다. 그에 비해 언어모델 안의 메모라이제이션은 작품 자체가 재현 가능한 상태로 남아, 언제든지 다시 출력될 수 있는 구조다. 이는 단순 분석 목적을 넘어 작품의 시장을 대체하거나 잠식할 위험이 있다고 보았다.
결국 법원은 텍스트·데이터 마이닝 예외가 허용하는 것은 학습 데이터를 수집하고 전처리하는 준비 단계에 한정된다고 정리했다. 파라미터 안에 작품을 통째로 고정하는 수준의 메모라이제이션과, 이를 다시 출력해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단계까지 예외로 포괄할 수는 없다는 결론이다. 입법자가 메모라이제이션 현상을 충분히 예견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예외 규정을 확장 해석해 무허가 이용을 사실상 자유 이용으로 만들 수는 없다는 점도 강조됐다.
독일 법원은 텍스트·데이터 마이닝 예외를 준비 단계로 한정하고, 작품의 영구적 재현과 출력은 예외 밖으로 밀어냈다.
4. 판결의 결과와 향후 법적 절차
이번 판결에서 법원은 GEMA의 저작권 침해 주장을 전반적으로 받아들였다. 그 결과 OpenAI는 문제 된 노래 가사를 더 이상 모델 안에 재현 가능한 형태로 보유해서는 안 되며, 간단한 프롬프트로 가사가 다시 출력되지 않도록 기술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한 GEMA가 주장한 손해배상 청구도 원칙적으로 인정돼, 라이선스료에 상응하는 배상 책임이 발생했다. 다만 구체적인 금액과 정산 방식은 비공개이거나 후속 절차에서 확정될 여지를 남겼다.
반면 인격권 관련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일부 가사 출력에서 오탈자나 왜곡이 발생해 작사자의 명예와 인격권이 훼손됐다는 주장도 제기됐지만, 법원은 이 부분을 별도의 침해로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저작재산권 침해만으로도 충분한 구제가 가능하다고 보고, 인격권 침해 판단에서는 보다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로써 이번 판결은 경제적 권리 중심의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학습과 출력의 법적 틀을 새로 짠 판례로 남게 됐다.
판결은 아직 1심 단계라 확정 판결은 아니다. OpenAI는 상급심에 항소할 수 있으며, 쟁점의 성격상 최종적으로 유럽사법재판소에 법률 해석이 회부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그럼에도 유럽 내 첫 본격 판결이라는 상징성과, 메모라이제이션을 정면에서 다뤘다는 점 때문에 이미 여러 국가와 업계에서 사실상의 기준점으로 참고되고 있다. 상급심에서 논리가 수정되더라도, 이 판결이 남긴 문제 제기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판결은 1심이지만, 메모라이제이션과 손해배상 책임을 처음으로 정식 구조화한 유럽의 출발점이 됐다.
5. 다른 국가 판례와의 비교, 그리고 유럽 내 위치
독일 GEMA vs OpenAI 판결은 다른 국가의 AI 저작권 소송들과 대비되면서 의미가 더 또렷해진다. 영국의 경우 Getty Images가 Stability AI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학습이 영국 영토 밖에서 이뤄졌다는 점 등이 부각되며 주요 저작권 청구가 기각된 바 있다. 또한 영국 법원은 이미지 생성 모델의 파라미터가 개별 작품을 그대로 저장한 구조는 아니라는 기술적 설명을 일정 부분 수용했다. 이에 비해 독일 법원은 언어모델의 파라미터 속 메모라이제이션 자체를 작품 복제로 본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유럽연합 차원에서도 AI와 저작권의 관계는 여전히 정리 중인 쟁점이다. AI 법안과 디지털 저작권 지침이 단계적으로 도입되고 있지만, 실제 언어모델과 이미지모델의 학습 방식을 어디까지 허용할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합의가 부족하다. 이번 뮌헨 판결은 이 공백 한가운데에 놓이면서, 학습 데이터의 무단 사용과 메모라이제이션에 대해서는 매우 엄격한 태도를 보여 준 사례가 됐다. 동시에 다른 회원국과 상급심 법원이 같은 방향을 택할지 여부가 향후 쟁점으로 남게 됐다.
이 판결은 유럽이 AI 규제에서 미국보다 보수적이라는 기존 인식도 다시 한 번 강화했다. 데이터 마이닝과 혁신 촉진이라는 명분보다, 기존 창작자의 경제적 이익과 저작권 체계를 우선한다는 메시지가 법원 판단 속에 뚜렷하게 드러났다. 앞으로 유럽 내에서 AI 기업이 서비스와 모델을 운영할 때, 학습 데이터 출처와 메모라이제이션 관리가 핵심 규제 리스크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같은 유럽 시장을 노리는 한국 기업과 개발자에게도 이 흐름은 무시하기 어려운 환경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독일 판결은 영국보다 훨씬 엄격한 잣대로 메모라이제이션을 규율하며, 유럽의 보수적 AI 저작권 노선을 상징하는 사례가 됐다.
6. 창작자, 플랫폼, 이용자에게 주는 실질적인 시사점
이번 판결은 무엇보다 고가치 텍스트를 가진 저작권자들에게 명확한 협상 카드를 쥐여 준다. 노래 가사와 같이 별도 시장이 형성된 텍스트를 동의 없이 학습에 사용하고, 그 결과가 모델 출력에서 거의 그대로 재현된다면 침해라는 메시지가 선명하기 때문이다. 음악, 출판, 시나리오, 웹소설 등 텍스트 산업 전반에서 AI 학습 라이선스에 대한 요구와 협상이 본격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장기적으로는 데이터 라이선스 시장이 지금보다 더 세분화된 형태로 재편될 여지도 있다.
AI 플랫폼 입장에서는 메모라이제이션 관리가 필수 과제로 떠오른다. 학습 데이터 선정 단계에서부터 저작권 리스크를 평가하고, 텍스트·데이터 마이닝 예외로 정당화할 수 있는 범위와 그렇지 않은 범위를 구분해야 한다. 아울러 가사나 시 등 민감한 텍스트가 그대로 출력되지 않도록 하는 필터와, 권리자의 요청에 따라 특정 데이터를 학습에서 제외하거나 모델에서 잊게 하는 기술도 중요해졌다. 이번 판결은 이런 기술적 조치의 부재가 곧 법적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 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일반 이용자의 입장에서는, 단순히 AI에게 가사나 특정 텍스트를 요청하는 행위가 직접적인 법적 책임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됐다. 법원은 설계와 학습 과정, 메모라이제이션 구조를 통제하는 쪽에 더 큰 책임이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다만 AI가 제공하는 결과물이 항상 합법적으로 확보된 텍스트라는 보장은 없으며, 이를 상업적으로 활용할 때는 별도의 권리 검토가 필요하다는 점은 그대로 남는다. 결국 이용자도 결과물의 성격을 이해하고, 상업적 사용 범위를 신중하게 잡는 태도가 요구된다.
이번 판결은 데이터 라이선스 협상과 메모라이제이션 관리, 결과물의 상업적 활용 기준을 다시 짜라는 신호에 가깝다.
7. 한국과 아시아에서 이 판결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한국 저작권법은 독일과 조문 구조가 다르지만, 기본 원리는 크게 다르지 않다. 보호받는 저작물을 허락 없이 복제하고 공중에 제공하면 침해라는 원칙은 공통되기 때문이다. 다만 한국에서는 텍스트·데이터 마이닝 예외가 아직 유럽 수준으로 세밀하게 정비돼 있지 않아, AI 학습과 관련된 논의가 상대적으로 뒤늦게 진행되는 측면이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독일 판결이 향후 입법과 판례의 참고 기준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AI 기본법, 창작자 보호와 기술 혁신 사이에서 한국이 그어야 할 선에서는 한국 AI 기본법과 창작자 보호·기술 혁신의 균형, 독일 GEMA 판결까지 함께 묶어 규제 기준선을 정리했다.
아시아 시장 전체를 놓고 보면, 일본과 싱가포르 등 일부 국가는 데이터 활용에 비교적 관대한 예외 규정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창작자 단체와 문화 산업의 규모를 고려하면, 독일과 비슷한 문제의식이 뒤따를 여지도 있다. 특히 음악과 웹소설, 만화처럼 텍스트와 이미지가 결합된 콘텐츠에서, AI 학습과 메모라이제이션을 둘러싼 갈등은 한국에서도 피하기 어려운 주제가 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 판결을 계기로 학습 데이터와 저작권 구조를 재점검하려는 논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적으로는 한국 기업이 유럽 시장에 서비스를 제공할 때, 독일식 엄격 기준을 준수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유럽 이용자에게 제공되는 모델이라면, 유럽 저작권법과 판례에 따라 메모라이제이션과 출력 구조를 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법 준수 차원을 넘어, 서비스 설계와 비즈니스 모델에 직결되는 전략 과제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과 아시아의 AI 개발사와 콘텐츠 기업은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중장기 전략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독일 판결은 한국과 아시아 기업에게도 유럽식 엄격 기준을 전제로 한 AI 학습 전략 재설계를 요구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참고·출처
이번 글은 2025년 11월 11일자 로이터 통신과 같은 날 보도된 영국 가디언의 기사 내용을 토대로, 사건의 기본 사실 관계와 판결 방향을 정리했다. 뮌헨 제1지방법원이 공개한 GEMA vs OpenAI 1심 판결문과 공식 보도자료를 참고해 메모라이제이션과 텍스트·데이터 마이닝 예외에 대한 법원의 논리를 재구성했다. 또한 Osborne Clarke, Slaughter and May, JUVE Patent 등 주요 로펌과 법률 전문 매체가 게재한 판결 해설을 검토해 유럽 내에서의 법적 위치와 다른 국가 판례와의 비교 관점을 보강했다. Verfassungsblog에 실린 GEMA vs OpenAI 분석 글을 통해 이번 판결이 유럽의 AI 규제 정책 흐름 속에서 가지는 상징적 의미도 함께 검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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