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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세 연금의 폭력: 수시 개편이 만든 소득 공백과 60대의 사각지대

형성하다2025. 12. 14.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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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의 진짜 폭력은 돈이 아니라 시간이다. 수시 개편의 누적 결과는 65세 연금 지급과 60세 퇴직 사이 ‘소득 공백’의 상시화다. 100세 시대 구호 뒤에서 평균수명과 건강수명의 간극은 방치된다.

최종 업데이트 2025-12-14

국민연금이 왜 반복적으로 불신을 낳는 구조가 되었는지는 이 글에서 먼저 짚어볼 수 있다: 강제로 걷고 바꾸는 연금이 왜 사기로 체감되는가에 대한 구조적 분석.

2편은 “연금이 늦춰졌다”가 아니라 “시간표가 망가졌다”를 다룬다

국민연금 논쟁은 대개 재정 숫자에서 시작하지만, 가입자가 체감하는 고통은 시간표에서 터진다. 언제까지 일해야 하는지, 언제부터 최소 소득이 보장되는지가 삶의 설계에 직결된다. 그런데 이 시간표가 개편의 명분 아래 계속 뒤로 밀리면, 사람은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버티기만 하게 된다. 그 버티기의 비용은 개인이 감당하고, 국가는 “불가피”라는 말로 책임을 희석시키기 쉽다.

지금의 핵심은 65세 연금 지급이 하나의 숫자가 아니라 사실상의 생애 규칙이 되어버렸다는 점이다. 연금이 늦춰지는 순간, 사회는 60대 초반을 보호 구간이 아니라 노동 연장 구간으로 재정의한다. 이 재정의는 평균값에 기대지만, 현실의 건강과 일자리 조건은 평균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평균으로 만든 규칙은 분산의 고통을 개인에게 넘긴다.

연금 개편의 누적 효과는 금액이 아니라 “언제 보호받는가”라는 시간표를 바꿨다.

65세 연금 지급은 이미 법의 일정이며, 적용 대상은 점점 넓어진다

국민연금 노령연금 지급개시연령은 출생연도별로 단계 상향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국민연금공단 안내 기준으로 1969년 이후 출생자는 65세부터 노령연금을 받도록 규정돼 있다. 이 구조가 중요한 이유는 “언젠가 65세가 될 수도 있다”가 아니라 “65세가 기본값이 되는 세대가 확정돼 있다”는 점 때문이다. 제도의 언어로는 점진 상향이지만, 개인의 언어로는 내 생애의 수급 시점이 뒤로 밀렸다는 현실이다.

이 일정은 이미 생활 속 공포로 번역되기 시작했다. 실제로 지급개시연령 상향이 있는 구간에서는 조기노령연금 수요가 늘고, 그 선택이 ‘감액’이라는 비용으로 돌아가는 사례가 반복된다. 조기노령연금은 65세 이전에도 받을 수 있지만, 감액과 소득활동 제약이라는 조건이 따라붙는다. 결국 “버티기 어렵으면 깎아서라도 빨리 받아라”는 선택을 개인에게 떠넘기는 모양이 된다.

법의 일정은 확정돼 있는데, 그 비용과 공백 메우기는 개인의 선택으로 위장된 부담이 됐다.

60세 퇴직과 65세 연금 사이, ‘소득 공백’이 제도적으로 고착된다

한국의 법정 정년은 오래전부터 60세를 기준으로 굳어져 있다. 그런데 연금 지급개시연령이 63세, 64세, 65세로 이동하면서 정년과 연금 사이의 간격이 구조적으로 벌어진다. 2025-11-07 보도에서도 이 간격이 이미 현실이며, 2033년 무렵 65세 수급이 본격 적용되면 특정 출생연도에서는 공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공백은 단순히 “조금 더 일하면 된다”로 해결되지 않는다. 60대 초반에 안정적 일자리가 충분하지 않다는 노동시장 현실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공백을 메우는 방식은 세 갈래로 수렴한다. 첫째는 조기수령인데, 이는 감액을 감수하는 선택이다. 둘째는 퇴직 후 저임금 재취업인데, 이는 노후소득의 질을 떨어뜨린다. 셋째는 가족 의존과 자산 처분인데, 이는 가계의 위험을 키운다. 무엇을 선택하든 비용은 개인이 지고, 공백을 만든 제도는 “정상 작동”으로 포장되기 쉽다.

정년과 연금의 간격은 자연현상이 아니라 제도 설계가 만든 공백이며, 그 공백 비용이 개인에게 전가된다.

정년 65 논의가 뜨거워진 이유는 ‘연금 공백을 덮기’로 흐르기 때문이다

정년 연장은 원래 노동시장 정책이다. 직무 재설계, 임금체계 개편, 재교육과 전환 경로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 그런데 정년 65 논의가 국민연금 시간표와 결합하면, 본질이 바뀐다. “일자리의 질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가 아니라 “연금이 늦춰지니 65세까지 일하라”로 압력이 작동한다. 이때 정년 연장은 권리 확대가 아니라 공백을 덮는 덮개가 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5-08-05 발간 자료에서 정년 65세 논의의 쟁점과 과제를 정리하며, 단계적 연장 논의가 정책 의제화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정년 연장이 세대 갈등과 고용 구조에 미치는 파급을 경고하는 분석도 이어진다. 일부 보도와 연구 요약에서는 2016년 정년 60세 의무화 이후 청년 고용에 부정적 영향이 관측됐다는 취지의 결과가 인용되기도 한다. 정년을 올리는 결정은 한 문장으로 끝나지 않으며, 고용의 총량과 질, 세대 간 기회 배분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

정년 65 논의가 연금 공백의 “봉합재”로만 쓰이면, 고용 갈등과 저임금 재고용만 확대될 수 있다.

“100세 시대” 구호와 평균수명, 그리고 건강수명은 같은 말이 아니다

정책은 장수 담론을 좋아한다. 하지만 개인이 체감하는 시간은 평균수명보다 건강수명에 더 가깝다. 통계청은 2023년 출생아의 기대수명이 83.5년이라고 발표했다. 또 2024년의 기대수명 수치가 83.7년 수준으로 제시되었다는 보도도 있다. 중요한 건 이 숫자가 “60대 초반이 충분히 일할 수 있다”를 자동으로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WHO 자료에서 한국의 건강수명(Healthy Life Expectancy)은 기대수명보다 짧고, 2000년대 이후 개선되었더라도 여전히 ‘완전한 건강’의 시간은 제한적이다. 학술 연구들도 건강수명 산정 방식에 따라 값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지만, 결론은 같다. 평균수명은 늘어도 ‘아픈 기간’이 함께 늘 수 있고, 그 부담은 노동 강도가 높고 자원이 적은 집단에서 더 크게 나타난다. 그런데 연금 수급 시점을 늦추는 논리는 종종 이 분산을 지워버리고 평균만 앞세운다.

평균수명은 늘어도 건강수명과 격차가 남는다, 그 격차를 무시한 65세 기준은 취약한 사람에게 더 잔인해진다.

“60세는 아직 노인이 아니다”라는 말이 정책으로 굳는 순간이 더 위험하다

한국의 다수 노인복지 제도는 65세를 기준으로 설계되어 왔다. 노인복지법에서도 65세 이상을 전제로 한 조항들이 확인된다. 그런데 최근에는 노인 기준연령을 65세에서 70세로 상향하자는 논의가 공론장에 오르내린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5-03-27 자료에서 노인 기준연령 상향 논의와 재정 영향, 과제를 정리하면서, 65세에서 70세로 상향 시 지출 절감 추계가 언급된 바도 있다.

여기서 가입자가 느끼는 공포는 단순하다. 기준을 올린다는 말이 “복지를 줄이겠다”와 사실상 동의어로 들리기 때문이다. 더 오래 산다면서 보호 기준은 뒤로 밀고, 연금도 뒤로 밀면, 개인에게 남는 건 버티기뿐이다. 60세를 ‘노인 기준’에서 밀어내는 분위기가 연금 수급 지연과 결합하면, 60대 초반은 가장 취약한데도 가장 방치되는 구간이 된다. 이 구간이 커질수록 “연금은 언제든 바뀐다”는 공포가 일상화된다.

기준을 뒤로 미는 결정은 보호 대상을 뒤로 미는 결정이며, 60대 초반 공백을 제도적으로 키울 위험이 있다.

이 ‘미친 세상’의 핵심은, 국가가 시간을 강제로 묶고 공백은 개인에게 떠넘긴다는 데 있다

가입자가 느끼는 폭력은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강제로 걷어놓고, 필요하면 바꾸며, 공백은 알아서 메우라고 하는 구조다. 2023-03-31 보건복지부의 제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발표는 현 제도 유지 시 수지적자 전환과 기금 소진 전망을 제시하며 개혁 논의의 근거가 되었다. 문제는 이 근거가 “그럼 언제부터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로 이어지지 못하고, “그러니 늦추자”로만 수렴하는 순간이다. 늦추는 결정은 쉬워도, 공백을 메우는 설계는 어렵기 때문이다.

언론과 일부 전문가는 이 구조를 더 거칠게 만든다. ‘고갈’이라는 단어는 복잡한 제도 문제를 공포로 단순화한다. 공포가 커질수록 정책은 책임을 회피하기 쉬워지고, 개인은 조기수령과 저임금 재취업 같은 손해의 선택으로 몰린다. 제도가 삶의 시간표를 안정시키기는커녕 흔들어 놓는다면, 그것은 복지라기보다 통제처럼 체감될 수밖에 없다.

재정 논의가 “지연”만 남기고 “공백 보호”를 비우는 순간, 연금은 안전망이 아니라 시간의 폭력으로 읽힌다.

2편의 결론, 해법은 “더 늦추자”가 아니라 “공백을 없애는 약속선”이다

첫째, 이미 납부한 기간에 대응하는 권리는 소급해서 불리하게 바꾸지 않는다는 원칙을 시간표 차원에서 확실히 고정해야 한다. 연금은 돈이 아니라 인생의 시계이므로, 시계를 뒤에서 돌리는 느낌이 들면 신뢰는 회복되지 않는다. 둘째, 정년과 연금 사이 공백을 방치하지 않는다는 국가의 의무를 명문화해야 한다. 공백을 개인의 조기수령과 가족 의존으로 메우는 사회는 강제징수의 정당성을 스스로 허문다.

셋째, 정년 논의를 연금의 덮개로 쓰지 말고, 노동시장 정책으로 정직하게 다뤄야 한다. 정년을 올릴 거면 일자리의 질, 임금체계, 전환 교육, 고령 노동의 안전을 동시에 설계해야 한다. 넷째, 100세 시대 같은 구호 대신 건강수명과 격차, 직업·계층별 분산을 기준으로 정책의 기준선을 재설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노인 기준연령 상향 논의는 재정 절감 프레임만으로 추진할 수 없으며, 기준 이동이 만드는 ‘탈락자’가 누구인지 먼저 공개해야 한다.

연금의 답은 지연이 아니라 공백 제거이며, 바뀌지 않는 시간표의 약속선부터 세워야 한다.

참고·출처

국민연금 노령연금 지급개시연령의 출생연도별 상향 구조와 1969년 이후 출생자의 65세 적용은 국민연금공단의 노령연금 안내 자료를 바탕으로 정리했다. 정년 65세 논의의 정책 쟁점과 단계적 연장 공약·입법 과제는 국회입법조사처 2025-08-05 발간 자료를 참고했다. 60세 정년과 연금 수급연령 간 공백 및 2033년 전후 65세 수급 고착과 관련한 문제 제기는 2025-11-07 보도에서 소개된 논의 흐름을 반영했다. 기대수명 수치는 통계청의 2023년 생명표 발표와 2024년 기대수명 보도를 참고했고, 건강수명 개념과 한국의 건강수명 추이는 WHO 국가 통계를 참조했다. 노인복지 제도의 다수 연령 기준이 65세에 맞춰져 있다는 점과 ‘65세 이상’ 규정의 법적 근거는 국가법령정보센터의 노인복지법 조문과 생활법령정보의 안내를 참고했으며, 노인 기준연령 상향 논의와 재정 영향은 국회입법조사처 2025-03-27 자료를 참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