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의료급여와 ‘부양비’ 제도, 어디서 나온 개념인가
의료급여는 기준 중위소득 40% 이하 저소득층에게 진료비를 거의 전액 지원하는 공적 의료보장 제도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안에서 생계급여·주거급여·교육급여와 함께 가장 핵심적인 급여 축을 이루며, 통상 ‘의료비 때문에 병원 문턱을 넘지 못하는 상황’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의료급여 수급자 선정 기준에는 수급자의 소득과 재산뿐 아니라, 부모·자녀 등 부양의무자의 소득과 재산을 함께 보는 ‘부양의무자 기준’이 오랫동안 존재해 왔다. 이 과정에서 부양의무자의 소득 수준에 따라 ‘부양능력 있음·없음·미약’을 나누고, 부양능력이 미약하다고 판단되면 수급자에게 ‘부양비’를 소득처럼 더해 계산해 왔다.
여기서 말하는 부양비는 실제로 가족이 현금이나 생활비를 주는 금액이 아니라, 국가가 ‘이 정도는 가족이 도와주고 있을 것’이라고 간주해 수급자의 소득으로 잡는 가상의 금액이다. 부양의무자의 소득과 재산이 일정 기준 이상이면 부양능력 ‘있음’으로 판정되어 아예 수급에서 탈락하고, 그보다 낮지만 일정 수준 이상이면 ‘미약’으로 보면서 부양비를 산정해 수급자의 소득에 얹었다.
결국 의료급여 부양비 제도는 “실제로는 가족에게 지원을 받지 못하지만, 부양의무자의 소득이 있다는 이유로 지원을 받는 것으로 간주”하는 구조를 만들어 왔다. 이 때문에 연락이 끊긴 자녀, 실질적으로 부양을 거부하는 가족이 있는 고령층이 수급에서 탈락하는 비수급 빈곤층 문제가 반복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의료급여 부양비는 실제 지원 여부와 무관하게 가족이 도와줄 것이라고 가정하고 수급자의 소득에 가상의 금액을 더해 온 장벽이었다.
2. 2026년 1월부터 무엇이 달라지나: ‘부양비’ 항목 자체가 사라진다
보건복지부는 2025년 12월 9일 제3차 중앙의료급여심의위원회를 열고, 2026년 의료급여 예산과 함께 “26년 만의 의료급여 부양비 폐지”를 공식 발표했다. 정부 설명에 따르면 1999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시행되면서 도입된 부양비 제도가 2026년 1월 1일부로 전면 폐지된다.
가장 큰 변화는 수급자 선정 시 더 이상 ‘간주 부양비’를 소득으로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의료급여 대상자를 판단할 때 지금까지는 수급자의 실제 소득·재산에 부양비를 더해 소득인정액을 계산했지만, 앞으로는 수급자 본인의 소득과 재산을 중심으로 기준 중위소득 40% 이하인지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복지부는 2026년 의료급여 예산을 9조 8천억 원 규모로 편성하며, 전년보다 1조 2천억 원을 증액해 역대 최대 수준이라고 밝혔다. 예산 증액분에는 부양비 폐지로 인한 수급자 확대뿐 아니라 정신과 외래 상담료 확대, 급성기 정신질환자 초기 집중치료 수가 인상, 요양병원 중증 입원환자 간병비 지원 확대, 과다 외래 이용자 본인부담 차등제 시행 등도 함께 포함되어 있다.
정부는 이번 조치를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를 위한 첫 단추”로 설명하고 있다. 특히 부양비 제도가 사라짐으로써 실제로는 가족에게 생활비를 받지 못하는데도 ‘받는 것’으로 간주되어 탈락했던 이들이 제도권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 길을 여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2026년 1월부터 의료급여 선정 과정에서 부양비 항목이 완전히 사라지면서, 기준 중위소득 40% 이하 여부를 수급자 본인의 소득과 재산 중심으로 보게 된다.
3. 수급자와 가족에게 생기는 변화: 어떤 사람이 새로 문턱을 넘나
가장 직접적인 변화는 그동안 부양비 때문에 수급에서 탈락했던 ‘비수급 빈곤층’의 일부가 새로 의료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언론 보도와 정부 추산을 종합하면, 자녀와 연락이 끊겼거나 실질적인 부양을 받지 못하는 고령층·장애인 가구 등을 중심으로 약 5천 명 규모의 신규·확대 수급이 예상된다.
예를 들어, 1인 가구 고령자가 실제 소득은 기준 중위소득 40% 이하인데 자녀 소득 때문에 의료급여를 받지 못했던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자녀 소득을 기준으로 부양능력이 ‘미약’으로 판단되면, 일정 비율의 부양비를 수급자의 소득으로 간주해 합산하면서 소득인정액이 기준을 넘기게 되는 구조였다. 부양비 폐지 이후에는 이 간주 소득이 사라져 실제 소득만으로 다시 심사를 받을 수 있다.
또 다른 예로는 가족 간 갈등이나 단절로 실질적으로 부양을 거부당한 경우다. 법적으로는 부양의무 관계이지만, 장기간 연락이 끊기거나 실질적인 지원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도 지금까지는 부양의무자의 소득과 재산 때문에 의료급여 수급에서 탈락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부양비 폐지는 이처럼 ‘제도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만 부양비 폐지가 곧바로 의료급여 문턱을 크게 낮춘다는 뜻은 아니다. 수급자의 소득과 재산이 기준 중위소득 40% 이하인지 여부는 여전히 엄격하게 심사되며, 부양의무자 기준은 고소득·고재산 부양의무자에 대해서는 계속 적용된다. 제도의 방향은 완화이지만, 신청 과정에서 소득·재산 입증과 조사 절차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부양비 폐지로 실제로 가족 도움을 받지 못하면서도 서류상 가족 소득 때문에 탈락했던 비수급 빈곤층 일부가 새로 의료급여 수급자로 편입될 수 있다.
4. 무엇이 남았나: ‘부양의무자 기준 전면 폐지’와는 다른 이야기
이번 조치를 두고 정부는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의 첫 단추”라고 설명하지만, 시민단체와 빈곤당사자 운동 진영에서는 “간주 부양비 폐지는 곧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가 아니다”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부양의무자의 소득과 재산을 보는 구조 자체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부양의무자 기준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첫째, 부양의무자가 없거나 소재 불명인 경우, 둘째, 부양의무자가 있어도 부양능력이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 셋째, 부양능력이 ‘있음’ 또는 ‘미약’이라고 판단되는 경우다. 생계급여의 경우 2017년 이후 단계적 완화를 거쳐 2021년에야 사실상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되었지만, 의료급여에서는 이번에 ‘부양비’만 먼저 떼어낸 셈이다.
따라서 고소득·고재산을 가진 부양의무자가 있는 경우에는 앞으로도 의료급여 수급에서 제외될 수 있다. 부양비라는 간주 소득 항목이 사라졌을 뿐, “부양의무자 소득·재산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수급자 선정에서 배제하는 구조”는 유지된다. 이런 이유로 인권·복지 단체들은 여전히 부양의무자 기준 전면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제도 설계 측면에서 보면, 이번 부양비 폐지는 ‘가족이 실제로 주지도 않는 돈을 허구의 소득으로 보는 가장 불합리한 층’을 걷어낸 조치에 가깝다. 그러나 의료급여가 온전히 개인의 권리로 자리 잡았다고 보기에는 아직 거리가 있으며, 특히 가족 관계가 복잡한 가구, 재산은 적지만 소득이 들쭉날쭉한 가구에서 여전히 사각지대가 남을 수 있다.
부양비는 사라지지만, 부양의무자의 소득·재산을 보는 기준 자체는 남아 있어 ‘부양의무자 기준 전면 폐지’와는 다른 단계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5. 신청·심사 과정에서 체크해야 할 점
의료급여는 원칙적으로 가구 단위 소득과 재산을 기준으로, 기준 중위소득 40% 이하인지를 따져 수급자 여부를 결정한다. 예를 들어 2025년 기준으로 1인 가구는 월 약 95만 원, 2인 가구는 월 약 157만 원 수준이 의료급여 선정 기준이다. 2026년에도 기준 중위소득과 함께 선정 기준 금액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거주지 읍·면·동 주민센터나 시·군·구 홈페이지에서 해당 연도 기준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부양비 폐지 이후에는 수급자 본인의 소득·재산을 중심으로 이 기준 이하인지가 핵심이 된다. 근로소득·연금·재산소득·각종 수당 등 대부분의 소득이 포함되며, 예금·부동산·자동차 등 재산은 일정 방식으로 소득으로 환산해 계산한다. 다만 고령자·장애인 등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재산·자동차 기준을 완화하거나 추가 공제를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실무적으로는 부양비 폐지가 곧바로 ‘심사 없이 의료급여’라는 뜻은 아니다. 부양의무자 관련 서류 제출 부담은 일부 줄어들 수 있지만, 가구원 구성과 소득·재산 확인을 위한 조사 절차는 그대로 유지된다. 특히 부양의무자가 고소득·고재산인 경우에는 여전히 부양의무자 기준이 적용될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적용 여부는 거주지 지자체의 사례관리 공무원과 상담하면서 판단해야 한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의료급여 내부의 구조 변화다. 정신과 외래 상담치료 지원 횟수 확대, 급성기 정신질환자의 초기 집중치료 수가 인상, 요양병원 중증 입원환자 간병비 지원 확대, 과다 외래 이용자 본인부담 차등제 시행 등은 단순한 수급자 확대를 넘어 ‘어디에 예산을 더 쓰고, 어디에는 이용을 조정할 것인지’를 보여주는 신호다. 의료급여를 이용하는 당사자 입장에서도 진료 패턴과 본인부담 변화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부양비 폐지 이후에도 의료급여는 여전히 기준 중위소득 40%와 가구의 소득·재산을 기준으로 심사되며, 부양의무자 기준과 본인부담 구조 변화까지 함께 살펴야 제도의 실제 변화를 이해할 수 있다.
6. 정리: ‘간주 부양비’는 사라지지만,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의료급여 부양비 폐지는 단순한 기술적 개편이 아니라, “가난을 가족 책임으로 돌릴 것인가, 국가 책임으로 옮길 것인가”라는 오랜 논쟁 속에서 나온 조정 결과다. 실제로는 가족에게 도움을 받지 못하는데도 ‘도움을 받는 것’으로 간주하던 허구의 소득 항목을 없앴다는 점에서, 제도의 현실성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조치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의료급여에서 부양의무자 기준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고소득·고재산 부양의무자를 둔 저소득층, 가족 관계가 끊어졌지만 이를 증명하기 어려운 이들, 소득과 재산 구조가 복잡한 가구는 여전히 사각지대에 남을 수 있다. 생계급여에서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가 60년 만의 변화였듯, 의료급여에서도 비슷한 수준의 구조 개편이 이뤄지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
지금 시점에서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두 가지다. 하나는 부양비 폐지로 새로 의료급여 문턱을 넘을 수 있는 대상자가 실제로 제도에 접근할 수 있도록, 현장 안내와 신청 지원을 촘촘히 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남아 있는 부양의무자 기준과 의료급여 내부의 이용 구조를 계속 점검하며, 제도가 “빈곤층 개인의 의료권”을 중심으로 설계되는 방향으로 한 걸음씩 더 나아가도록 감시하는 일이다.
의료급여 부양비 폐지는 가족에게 받지도 않는 돈을 소득으로 간주하던 가장 거친 장벽을 걷어낸 조치지만, 의료급여를 온전히 개인의 권리로 만들기 위한 제도 개편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참고·출처
보건복지부의 2025년 12월 9일자 보도자료 ‘26년 만에 의료급여 부양비 폐지’와 2026년 의료급여 예산안 설명, 2021년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관련 정부 자료,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부양의무자 기준을 정리한 법령·해설 자료, 그리고 여러 언론의 의료급여 부양비 폐지 관련 분석 기사와 시민단체 성명 등을 종합해 서술하였다.
'생활 정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전세·월세·매매 사기 안 당하는 법 (0) | 2025.12.13 |
|---|---|
| 독거노인 비상벨 무료 설치 방법 총정리: 부모님 119 응급벨 신청 조건과 절차 (0) | 2025.12.12 |
| 사망보험금 연금화, 해지·대출과 뭐가 다른가 (0) | 2025.11.18 |
| 제헌절을 다시 공휴일로 하는 이유와 사례 (0) | 2025.11.18 |
| 헷갈리는 나이 계산, 쉽게하는 규칙 (0) | 2025.1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