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공항 1,200m 약속, 왜 1,500m로 흔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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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공항 논란은 1,200m와 1,500m의 선택이 아니라, 전제를 바꾸며 책임을 흩뜨린 ‘부처 핑퐁’의 결과다. 50석 전제로 시작해 80석 논리가 들어오자 안전 논쟁이 뒤따랐고, 그 사이 세금사업의 계약문이 흐려졌다.

최종 업데이트 2026.01.10

울릉공항의 출발점은 ‘1,200m와 50석’이라는 계약문이었다

울릉공항은 처음부터 ‘무슨 공항을 만들 것인가’가 핵심이었다. 정부와 공공기관은 1,200m급 활주로와 50인승 이하 취항을 전제로 사업을 설명해 왔다. 이 전제는 단순 홍보가 아니라, 예산과 주민 수용성을 묶는 계약문이었다. 한국공항공사 사업소개에는 2015.04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 2015.11 기본계획 고시, 2017.12 기본설계 완료가 정리돼 있다. 이후 2019.05.08 총사업비가 5,755억원에서 6,633억원으로 조정됐고, 2020.11 Airside 공사가 착공 단계로 들어갔다.

문제는 공사가 진척되는 동안 “운영 전제”가 같은 속도로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공항은 준공일이 아니라 운항 첫날에 평가가 시작된다. 섬 공항은 기상 변수가 크고 결항이 곧 신뢰로 이어진다. 그래서 전제는 설계도만큼이나 운영 문서로 잠겨 있어야 한다. 그 문서가 흔들릴 때 갈등은 구조적으로 커진다.

1,200m 전제는 길이가 아니라 동의가 붙은 계약문이다.

80석 논리가 들어온 순간, 사업은 ‘다른 공항’으로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80석 논리는 ‘더 좋은 공항’처럼 포장되기 쉽다. 좌석이 늘면 효율이 좋아 보이고, 노선 유지가 쉬워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항에서 좌석 수 확대는 곧 운영 모델 확장이다. 운영 모델이 커지면, 안전 여유와 시설 기준이 따라 움직인다. 이때부터 1,200m 전제는 “조건부 운항”이라는 단서가 붙기 시작한다.

국토교통부는 2024.06.03 보도자료에서 소형항공운송사업 국내선 좌석 제한을 최대 80석으로 완화한다고 밝혔다. 그 이전부터 감사원 감사 결과 보도에서는 2022.05 무렵 국토교통부가 ‘수익성 증대’를 이유로 좌석 상한 확대 기조를 추진하면서도 울릉공항 활주로는 1,200m로 유지하는 흐름이 이어졌다고 지적한다. 제도 변화와 사업 전제가 동시에 흔들리면, 국민이 느끼는 것은 단순한 정책 조정이 아니다. “처음 계약문을 바꿔치기 한다”는 감각이 생긴다. 이 감각은 설명으로 풀리지 않고 문서로만 풀린다.

80석은 ‘기재 선택’이 아니라 사업 범위 확대의 신호다.

감사원 지적은 기술 논쟁이 아니라 ‘전제 붕괴’를 숫자로 드러냈다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날카로운 이유는 감정이 아니라 숫자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부산지방항공청은 1,200m에서 이착륙이 가능하도록 승객 수와 화물량을 제한하는 기준을 마련했다. 그런데 감사원 검증 결과 이륙 가능한 승객 수가 최대 7명 과다 산정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더 나아가 우천 시 제동거리가 15퍼센트 늘어나는 조건을 반영하면, 승객이 없을 때도 착륙이 불가능하다는 결과가 확인됐다고 전해졌다.

이 지점에서 논쟁은 단숨에 윤리로 이동한다. 애초부터 조건이 붙을 수밖에 있었다면, “된다”는 말에는 반드시 조건이 함께 공개돼야 한다. 조건을 뒤로 미루고 가능성만 앞세우면, 개항 후 리스크는 주민의 일상으로 전가된다. 공항은 ‘가끔’이 아니라 ‘항상 관리’돼야 하는 기반시설이다. 감사원은 수요 산정의 과다 가능성도 함께 지적했고, 이는 수익성 논리의 토대를 흔든다.

숫자가 흔들리면, 정책의 도덕성이 먼저 무너진다.

수익성은 한쪽이, 안전성은 다른 쪽이 말하는 순간 책임은 증발한다

공공사업에서 수익성과 안전은 경쟁하는 가치가 아니다. 한 문서에서 동시에 정리돼야 하는 필수 조건이다. 그런데 한쪽이 수익성을 들고 80석을 말하면, 다른 쪽은 안전을 들고 1,500m를 말하기 쉽다. 이 구도가 반복되면 결론을 통합해 서명할 주체가 사라진다. 결국 어느 부처도 “내가 바꿨다”라고 말하지 않고, 국민만 “추가가 필요하다”는 통보를 받는다.

이때 가장 위험한 장치가 매몰비용이다. 공정이 쌓일수록 “여기까지 했는데”가 결정을 대신한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2025.10 말 기준 울릉공항 공정률은 68.7퍼센트로 설명됐고, 정부는 2027년 말 공사 완료 뒤 2028년 초 운항을 목표로 언급했다. 같은 보도에서 국토교통부는 활주로 연장 시 사업비 1조원 이상 증가와 공사기간 3년 이상 증가 가능성을 언급했다. 진척이 빠를수록, 전제 변경은 더 큰 정치가 된다.

부처 핑퐁은 비용을 키우고 책임을 얇게 만든다.

1,500m 연장은 ‘보완’이 아니라 ‘재승인’의 문제다

1,500m는 300m를 더 까는 수준이 아니다. 특히 해상 매립 공항은 길이 연장이 공법과 구조물, 안전구역, 시설 기준을 연쇄적으로 바꾼다. 그래서 1,500m 요구는 ‘더 좋은 공항’이 아니라 ‘다른 공항’의 제안으로 봐야 한다. 다른 공항이라면 총사업비, 공기, 환경과 안전 평가가 다시 따라야 한다. 재승인이 없는 전제 변경은 민주적 정당성을 약화시킨다.

보도에서는 연장 시 케이슨 철거와 재시공, 더 깊은 해역 매립 난이도 같은 기술적 부담도 거론된다. 이런 부담이 사실이라면, 연장 논의는 감정이 아니라 ‘대가의 공개’로 시작돼야 한다. 비용과 기간이 늘어나는 이유, 기술적 위험, 그리고 그 위험을 누가 책임지는지를 먼저 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논쟁은 길이 싸움으로 남고, 책임은 다시 흐려진다.

1,500m는 연장이 아니라 사업 정의의 변경이다.

긍정적 대안, 1,200m 유지와 안전 강화 패키지라는 길이 있다

해법이 오직 연장만인 것은 아니다. 1,200m 전제를 유지하되, 안전시설과 운영 규정을 패키지로 강화하는 방식이 있다. 이 대안의 핵심은 “될 수도 있다”를 “관리된다”로 바꾸는 것이다. 1,200m에서 무리한 기종 욕심을 접고, 그 전제에 맞춘 조건을 처음부터 공개하는 방식이다. 조건을 공개하면, 이용자는 예측 가능성을 얻고 분쟁은 줄어든다.

우선 운영 문서가 먼저 잠겨야 한다. 개항 시점 투입 기종을 특정하고, 우천과 강풍에서 탑승 제한과 운항 중지 기준을 명시해야 한다. 동시에 활주로 표면 배수와 마찰 관리, 말단 안전구역의 설계 적정성, 조명과 표지의 가시성, 기상 관측과 난기류 대응 체계 등 “사고 확률을 낮추는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구조소방과 응급 대응 체계는 기종 규모에 맞춰 상시 운영 가능 수준으로 확보돼야 한다. 이런 조합이 갖춰질 때 1,200m는 단순히 짧은 활주로가 아니라, 통제된 운영 모델이 된다.

1,200m를 유지하려면 안전시설과 운영 규정을 한 덩어리로 잠가야 한다.

전투기 전진기지 기대가 생기는 이유와, 현실에서 부딪히는 벽

울릉공항을 동해 상공 비행의 거점으로 기대하는 시선은 이해할 수 있다. 지리적으로 울릉도는 동해 중심부에 가깝고, ‘전진 배치’라는 단어는 상징성이 크다. 그러나 전투기 운용은 이착륙만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급유, 정비, 예비부품, 통신 보안, 방호시설, 경계, 탄약 취급 같은 기지 패키지가 필요하다. 민항 공항을 상시 전투기 운용에 맞추려면, 사실상 군 기지 수준의 인프라와 규정을 새로 얹어야 한다.

섬 공항의 기상 변수도 작전 신뢰도를 흔든다. 민항에서 결항은 불편이지만, 군 운용에서 결항과 우회는 곧 임무 계획의 불확실성이 된다. 또한 전투기 운용이 상시화되면 소음과 안전, 그리고 표적화 우려 같은 사회적 비용이 급격히 커진다. 기대가 크더라도, 이런 비용 대비 효과가 문서로 설득되지 않으면 정책은 지속되기 어렵다. 현실적인 역할은 ‘상시 전진기지’보다는 제한적 분산훈련, 긴급 분산 착륙, 상황별 임시 사용 같은 범주에 가까워진다.

전투기 운용은 활주로가 아니라 기지 체계가 좌우한다.

군용 활주로 병행사용, 단독사용, 중간기착은 어디까지 가능한가

군용 활주로는 길이가 같아도 민항 공항과 운영 체계가 다르다. 민항은 여객 보안검색과 수하물 처리, 상시 구조소방, 항공정보 제공과 관제 절차가 한 세트로 굴러간다. 군 시설은 작전 우선과 보안 통제가 기본이라, 민항의 정시성과 상업 운항을 상시 담보하기 어렵다. 그래서 “군용으로 같이 쓰면 된다”는 말은 현실에선 협정과 투자 없이는 성립하기 어렵다. 단독사용은 더 어렵고, 사실상 새로운 군 시설 구축에 가깝게 커진다.

비상착륙은 원칙적으로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것은 계획된 운항의 상시 대체공항과는 성격이 다르다. 대체공항으로 기능하려면 접근 절차와 기상 정보, 구조소방 대응과 활주로 점유 조정이 제도적으로 정리돼 있어야 한다. 급유 목적의 중간기착은 문턱이 더 높다. 연료 품질과 저장, 급유 설비와 지상조업, 보안과 비용 정산까지 갖춰져야 정기적으로 굴러간다. 결론적으로 비상착륙은 가능한 시나리오가 될 수 있으나, 급유 기착은 체계와 협정이 전제다.

비상착륙은 가능할 수 있으나, 급유 기착은 인프라와 협정이 필요하다.

결론, 1,200m 안전 강화냐 1,500m 재승인이냐를 문서로 선택하라

울릉공항은 이제 “좋은 말”이 아니라 “결정 문서”가 필요한 단계다. 1,200m 고정을 선택한다면, 투입 기종과 탑승 제한, 우천과 강풍 기준, 예상 결항률과 산출 가정, 안전시설 강화 계획을 한 문서로 확정해야 한다. 이 문서가 있어야 개항 뒤 논쟁이 규정 안에서 관리된다. 반대로 1,500m 전환을 선택한다면, 총사업비와 공기, 공법 변경, 환경과 안전 재평가를 포함한 재승인 절차로 다시 동의를 받아야 한다. 재승인 없는 전제 변경은 국민의 신뢰를 구조적으로 훼손한다.

울릉공항 논란은 지역 갈등이 아니라 행정의 품질 문제다. 부처가 수익성과 안전을 나눠 말하면, 국민은 결정의 주체를 잃는다. 결정 주체가 사라진 세금사업은 늘 “추가 필요”로 끝난다. 공항이 아니라 국가 운영이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남는 질문은 하나다. 누가 어떤 전제를 선택했고, 그 선택에 책임을 지는가.

전제 변경은 설명이 아니라 재승인으로만 정당화된다.

참고·출처

한국공항공사 울릉신공항 사업소개 사업개요 페이지에 정리된 추진 경과와 총사업비 조정 기록을 참고했다. 국토교통부는 2019.05.01 정책브리핑 자료에서 울릉공항을 50인승 이하 소형항공기 취항과 1,200m급 활주로로 설명한 바 있다. 국토교통부는 2024.06.03 보도자료에서 소형항공운송사업 국내선 좌석 제한을 최대 80석으로 완화한다고 밝혔다. 감사원 지방공항 건설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다룬 2025.09.23 경향신문과 2025.09.23 MBC 보도에서 우천 시 제동거리 15퍼센트 반영 시 착륙 곤란, 승객 수 과다 산정, 수요 과다 산정 지적의 취지를 확인했다. 2025.11.10 뉴시스 보도와 2025.11.10 매일신문, 2025.11.10 조선비즈 보도에서 공정률 언급과 활주로 연장 시 비용과 기간 증가 설명을 참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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