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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 차 『적대적 제휴』 비평, 한일 역사문제는 어떻게 미국 안보질서의 마찰이 됐나

형성하다2026. 7. 9.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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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 차의 『적대적 제휴』는 한일관계를 감정 싸움으로만 보지 않는다. 이 책은 한국과 일본이 서로를 불신하면서도 미국이라는 공통 동맹국, 북한과 중국이라는 안보 환경, 동북아 질서라는 구조 안에서 협력할 수밖에 없는 관계라고 설명한다.

바로 그 점에서 이 책은 중요하다. 동시에 바로 그 점에서 조심해서 읽어야 한다. 한일관계의 역사적 적대감은 지워지지 않지만, 책의 논리를 한국 독자의 자리에서 따라가다 보면 그 적대감은 한국 사회의 주권 감각이라기보다 미국의 동북아 안보질서가 관리해야 할 마찰처럼 읽히는 순간이 생긴다.

이 글은 『적대적 제휴』를 단순히 좋은 책, 나쁜 책으로 나누려는 글이 아니다. 이 책이 한일관계를 어떤 시선으로 재배치했는지, 그리고 그 시선이 왜 한국 입장에서는 불편한 질문을 남기는지 보려는 글이다.

적대적 제휴라는 말

‘적대적 제휴’라는 말은 강하다. 서로 좋아하지 않는다. 역사적 감정도 풀리지 않았다. 정치적으로도 충돌한다. 그런데 안보 구조 안에서는 같은 방향으로 묶인다. 이 모순된 상태를 빅터 차는 한미일 삼각 안보체제의 언어로 설명한다.

한국과 일본 사이에는 정식 군사동맹이 없다. 그러나 두 나라는 모두 미국과 동맹 관계를 맺고 있다. 미국은 한국을 통해 한반도 방어선을 유지하고, 일본을 통해 인도태평양 전체의 군사·해양 거점을 유지한다. 그러므로 한국과 일본은 서로 동맹은 아니지만, 미국이라는 공통의 축을 통해 간접적으로 연결된다.

이 책이 흥미로운 이유는 여기에 있다. 빅터 차는 한일관계를 단순히 “과거사 때문에 싸우는 사이”로 보지 않는다. 한일 갈등은 역사감정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의 방위공약, 동북아 안보환경, 각국의 전략 계산 속에서 움직인다고 본다. 정치학 책으로서 이 설명은 분명한 힘을 갖는다.

그러나 문제는 질문의 방향이다. 이 책은 “왜 한국과 일본은 적대하면서도 제휴하는가”를 묻는다. 한국 독자가 물어야 할 질문은 조금 다르다. “그 제휴는 누구의 언어로 설계되는가”이다.

이 책이 맞힌 것

『적대적 제휴』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이 책은 한일관계가 감정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을 잘 짚었다. 한일 갈등은 교과서, 독도, 강제동원, 위안부 문제 같은 역사 쟁점에서 폭발하지만, 그 갈등이 커지고 작아지는 방식은 국제정세와도 연결된다.

미국의 방위공약이 강하게 작동할 때 한국과 일본은 각자 미국에 기대는 방식으로 움직인다. 반대로 미국의 태도가 흔들리거나 동북아 안보환경이 불안정해지면, 한국과 일본은 서로를 완전히 무시하기 어려워진다. 불편해도 정보를 공유하고, 군사적 위험을 계산하고, 미국의 요구를 함께 받아야 하는 순간이 생긴다.

이 설명은 현실을 건드린다. 한국 사회가 일본을 싫어한다고 해서 일본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일본이 한국을 편한 이웃으로 보지 않는다고 해서 한국의 전략적 위치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두 나라는 서로 불편하지만, 북한 핵과 중국의 부상,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겹치는 순간 같은 지도 위에 놓인다.

그래서 이 책은 읽을 가치가 있다. 한일관계를 도덕감정만으로 보면 놓치는 구조가 있다. 빅터 차는 그 구조를 보라고 말한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그는 구조를 보게 만들지만, 그 구조의 중심을 한국이 아니라 미국에 둔다.

워싱턴의 지도 위에 놓인 한일관계

『적대적 제휴』의 시선은 기본적으로 워싱턴의 지도 위에서 출발한다. 한국과 일본은 각각의 역사와 국민감정, 민주주의 내부의 논쟁을 가진 국가이지만, 책의 구조 안에서는 미국이 관리해야 할 두 축으로 읽힌다.

이때 한일 역사문제는 사라지지 않는다. 책은 역사적 적대감을 인정한다. 그러나 그 인정은 한국 사회가 식민지배와 전쟁 책임을 어떻게 기억하는가로 깊게 들어가기보다, 왜 그 적대감에도 불구하고 양국이 안보 협력을 하게 되는가를 설명하는 데 쓰인다.

바로 이 지점이 불편하다. 한국 입장에서 과거사는 단순한 심리적 장애물이 아니다. 식민지배는 실제 제도였고, 강제동원은 실제 노동과 생명의 문제였으며, 위안부 문제는 전쟁과 국가폭력의 문제였다. 독도는 감정적 상징만이 아니라 전후 질서와 주권의 문제다.

그런데 미국식 안보 언어 안으로 들어가면 이 문제들은 자주 “한일관계를 어렵게 만드는 변수”가 된다. 일본의 책임, 한국의 주권 감각, 피해자의 권리, 역사교육의 문제는 점점 뒤로 밀리고, 앞에는 “그래도 한미일 협력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놓인다.

이 책의 위험은 한일 적대감을 부정하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인정한다. 그러나 그 적대감을 미국이 설계한 삼각 안보체제 안에서 관리해야 할 마찰로 번역한다. 한국의 역사 감각이 미국의 동맹 관리 언어로 바뀌는 순간이다.

역사는 감정이 아니다

한일관계를 말할 때 “한국은 감정적이고 일본은 전략적이다”라는 식의 설명이 자주 나온다. 이것은 매우 편리한 말이다. 한국의 반발을 감정으로 낮추고, 일본과 미국의 요구를 전략으로 높인다. 그러나 한국의 역사 문제는 감정만이 아니다.

식민지배의 기억은 단지 오래된 상처가 아니다. 그것은 법적 책임, 배상 문제, 교육 문제, 영토 문제, 외교 문서, 사법 판단, 국가 정체성과 연결되어 있다. 한 사회가 과거의 지배와 폭력을 어떻게 기억하느냐는 그 사회가 지금의 주권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와 맞닿아 있다.

그러므로 한국이 일본과 협력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단순하지 않다. 협력할 수 있다. 협력해야 할 때도 있다. 그러나 협력의 필요성이 역사 문제를 무효로 만들지는 않는다. 안보 협력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식민지배의 책임이 작아지는 것도 아니다.

『적대적 제휴』의 틀은 이 대목에서 조심해야 한다. 이 책은 한일 간 적대가 있음에도 제휴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한국 입장에서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그 제휴가 한국의 역사와 주권을 지우지 않는 방식으로 가능한가.

일본은 미국에게 더 넓게 배치되는 동맹이다

빅터 차의 한미일 삼각 안보체제를 이해하려면 미국의 우선순위를 봐야 한다. 미국에게 한국은 반드시 필요한 동맹이다. 북한을 억지하고,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고, 동북아 전진 배치를 유지하는 데 한국은 빠질 수 없다.

그러나 미국의 더 넓은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일본은 다른 성격을 갖는다. 한국은 한반도 방어와 북핵 억지가 동맹의 중심 임무로 남아 있는 반면, 일본은 미일동맹과 주일미군 재편 속에서 인도태평양 전체의 해양·후방·작전 거점으로 더 넓게 배치된다.

이 차이를 보지 않으면 한미일 안보협력은 늘 아름다운 삼각형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 삼각형은 균등하지 않다. 미국은 일본을 통해 더 넓은 판을 짜고, 한국에는 한반도 방어와 북핵 억지, 그리고 필요할 때마다 일본과의 협력을 요구한다.

이때 한국은 묻게 된다. 이 협력은 한국의 생존전략인가, 아니면 미국의 동북아 관리전략인가. 두 답은 겹칠 때도 있지만 항상 같지는 않다. 『적대적 제휴』가 보여주는 구조의 핵심도 여기에 있다.

적대감은 누구의 비용인가

빅터 차의 틀에서 한일 간 적대감은 설명해야 할 퍼즐이다. 왜 두 나라는 같은 미국 동맹망 안에 있으면서도 계속 갈등하는가. 왜 어떤 시기에는 갈등이 줄고, 어떤 시기에는 커지는가. 정치학적으로는 좋은 질문이다.

하지만 한국 독자는 다른 질문을 해야 한다. 그 적대감은 누가 만들었는가. 그것은 단순한 상호 오해인가. 아니면 식민지배와 전쟁, 냉전과 미국의 전후 처리, 일본의 책임 회피, 한국의 안보 의존이 겹쳐 만든 구조인가.

한일 적대감을 그냥 “협력의 장애물”로만 보면 책임의 방향이 흐려진다. 일본의 과거 책임과 한국의 역사 감각이 같은 크기의 감정 문제처럼 놓인다. 미국은 중재자처럼 등장하지만, 사실 미국도 이 구조의 밖에 있지 않다. 전후 동아시아 질서에서 미국은 일본을 빠르게 재건하고, 한국을 냉전의 전초로 세우며, 두 나라를 각각 다른 방식으로 묶었다.

그러므로 한일관계의 적대는 한국과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이 만든 전후 질서, 냉전 동맹, 일본의 재편입, 한국의 분단과 전쟁이 함께 만든 문제다. 그런데 미국 전략가의 글에서는 이 복잡한 비용이 자주 “협력을 방해하는 양국 간 마찰”로 줄어든다.

제휴는 필요할 수 있다

이 글은 한일 안보협력을 무조건 거부하자는 글이 아니다. 북한 핵과 미사일, 중국의 군사력 증강, 러시아의 동북아 재등장, 대만해협의 불안정성을 보면 한국이 일본을 완전히 무시하고 살 수는 없다. 정보 공유, 해상교통로, 미사일 탐지, 후방기지, 공급망 안정성은 모두 현실의 문제다.

하지만 필요하다는 말과 정당하다는 말은 다르다. 필요하다는 말과 무조건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도 다르다. 한국은 협력할 수 있다. 그러나 협력의 조건, 범위, 비용, 역사 문제의 처리, 국내 민주적 동의는 한국 스스로 따져야 한다.

『적대적 제휴』의 프레임이 위험해지는 순간은 여기다. 한일 협력이 구조적으로 필요하다는 설명이 한국 사회의 질문을 밀어낼 때다. “미국 전략상 필요하다”는 말이 “한국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로 바뀌는 순간, 책의 분석은 현실정치의 압박 논리로 변한다.

한국은 일본과 협력할 수 있다. 그러나 협력은 기억상실을 뜻하지 않는다. 한국은 미국과 동맹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동맹은 전략 판단의 위임장이 아니다. 이것이 『적대적 제휴』를 한국 독자가 비판적으로 읽어야 하는 이유다.

빅터 차의 위치

빅터 차는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배경 때문에 한국 독자에게 묘한 인상을 준다. 한반도를 아는 사람처럼 보이고, 한국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처럼 보인다. 그러나 『적대적 제휴』의 시선은 한국 사회 내부의 언어가 아니다. 이 책은 미국 국제정치학과 동맹이론의 언어로 한일관계를 읽는다.

그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미국 학자가 미국의 전략적 시야에서 한미일 관계를 분석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문제는 한국 독자가 그 시선을 한국 내부자의 시선으로 착각할 때 생긴다. 한국계라는 배경은 한국의 이해를 보증하지 않는다.

빅터 차의 책은 바로 이 착시를 보여준다. 그는 한일관계의 적대성을 인정하지만, 그 적대성을 한국의 역사정의 문제로 끝까지 밀고 가지 않는다. 대신 그 적대성을 미국이 관리해야 할 삼각 안보체제의 변수로 재배치한다.

그래서 『적대적 제휴』는 한 권의 책을 넘어선다. 이 책은 이후 한미일 안보협력을 말할 때 반복되는 하나의 언어를 미리 보여준다. 한국과 일본은 싫어도 협력해야 한다. 미국은 그 협력을 조정해야 한다. 한국은 역사 문제를 말하되, 결국 안보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 익숙한 문장의 중요한 이론적 출발점 가운데 하나가 이 책이다.

한국 독자는 무엇을 읽어야 하나

한국 독자가 『적대적 제휴』에서 읽어야 할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현실이다. 한일관계는 감정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미국의 동맹 구조, 북한 핵, 중국의 부상, 일본의 군사적 재편, 한국의 안보 의존이 함께 얽혀 있다. 이 현실을 외면하면 한국의 외교는 구호가 된다.

다른 하나는 위험이다. 현실을 본다는 이유로 미국의 시선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미국의 지도 위에서 한국과 일본은 동맹망의 두 축이지만, 한국의 지도 위에서 일본은 식민지배의 기억과 현재의 안보 협력이 동시에 걸린 상대다. 이 두 지도는 같지 않다.

그래서 이 책은 좋은 참고서이면서 동시에 경계해야 할 책이다. 미국이 한미일 관계를 어떻게 보는지 이해하려면 읽어야 한다. 그러나 한국이 자기 전략을 세우려면 이 책의 결론을 그대로 가져오면 안 된다.

한국의 질문은 미국의 질문과 달라야 한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을 어떻게 함께 움직일 것인가”를 묻는다. 한국은 “일본과 협력하더라도 한국의 역사와 주권, 안보 자율성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적대적 제휴 이후의 질문

『적대적 제휴』라는 말은 현실을 잘 잡아낸다. 한국과 일본은 적대하면서도 묶여 있다. 완전히 떨어질 수도 없고, 편하게 하나가 될 수도 없다. 미국은 이 불편한 관계를 동북아 안보체제 안에서 계속 조정하려 한다.

그러나 한국은 그 말에 갇히면 안 된다. 적대적 제휴라는 이름은 한일관계의 모순을 설명하지만, 그 모순의 비용이 누구에게 쌓이는지는 충분히 말하지 않는다. 역사 문제를 뒤로 미루는 비용은 한국 사회가 치른다. 일본의 책임을 흐리는 비용도 한국 사회가 치른다. 미국 전략에 맞춰 움직이는 비용 역시 한국의 안보 현실 위에 놓인다.

빅터 차의 『적대적 제휴』는 그래서 비판적으로 읽어야 할 책이다. 이 책은 미국의 동북아 전략이 한국과 일본을 어떤 방식으로 묶어 보는지 잘 보여준다. 동시에 한국의 역사와 주권 감각이 그 안에서 얼마나 쉽게 관리 대상이 되는지도 보여준다.

한일 협력은 필요할 수 있다. 한미일 안보협력도 현실의 일부다. 그러나 한국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단순하다. 제휴가 필요하다는 말이 적대의 원인을 지우지는 않는다. 미국의 전략이 필요하다는 말이 한국의 판단을 대신하지도 않는다.

『적대적 제휴』의 진짜 문제는 한일 협력을 말한다는 데 있지 않다. 한일 역사문제와 한국의 주권 감각을 미국의 삼각 안보체제 안에서 관리 가능한 변수로 바꾸는 데 있다. 한국이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미국이 한국을 어떻게 보는지 알기 위해서, 그리고 그 시선이 한국의 시선과 같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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