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중 갈등 격화, 대만·동중국해·한미일 안보 지형까지 흔들다
일중 갈등, 대만과 동북아 안보 지형을 재편하는 중장기 리스크
대만 문제와 센카쿠 열도 분쟁, 역사 인식이 겹쳐지면서 일본과 중국의 갈등이 외교·경제·군사 전 영역으로 번지고 있다. 이 갈등은 한·미·일 대 중국·러시아·북한의 블록 구도를 굳히고, 한국과 대만의 안보·경제 전략에도 장기적인 압박을 남긴다.
최종 업데이트 2025-11-19
일중 갈등의 직접적인 방아쇠와 최근 상황
최근 일본 총리가 중국의 대만 무력 침공을 가정하며 일본의 군사 대응 가능성을 언급한 뒤, 중국은 주일 대사 초치와 대일 비판 성명을 연달아 내며 강경하게 반응했다. 이어 중국 정부는 자국민에게 일본 여행 자제를 권고하고, 단체 관광과 일부 유학·문화 교류를 사실상 중단하는 조치를 취했다. 일본에서는 중국인 관광객 비중이 높은 항공·면세·리테일 업종의 주가가 빠르게 하락하며 경제적 충격이 가시화되고 있다. 중국 해경선과 드론이 센카쿠 열도 인근에 잇따라 출현하면서, 외교 갈등은 곧바로 해상 안보 위협으로 이어졌다. 일본 정부는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해 고위 외교 관료를 베이징에 보내면서도 기본 입장은 바꾸지 않고 있다.
총리 발언을 계기로 잠복해 있던 일중 갈등이 외교·경제·군사 전선을 따라 한꺼번에 수면 위로 떠오른 상황이다.
센카쿠와 대만, 하나의 작전 공간이 된 동중국해
센카쿠 열도는 일본이 실효 지배하지만, 중국과 대만이 각각 댜오위다오, 댜오위타이로 부르며 역사적 권리를 주장해 온 분쟁 지역이다. 이 해역은 중국 연안과 오키나와 사이 해상 교통로에 놓여 있고, 어장과 해저 자원 가능성 때문에 전략적 가치가 크다. 중국이 대만 주변에 전개하는 군사훈련과 센카쿠 주변 해경 활동이 동시에 증가하면서, 일본 방위 전략에서는 두 지역이 사실상 하나의 작전 공간으로 다뤄지고 있다. 일본은 남서 도서 지역에 장거리 미사일과 요격 자산을 단계적으로 배치하고, 주민 대피 계획까지 공개하며 대만 유사시 전면 대응 시나리오를 준비해 왔다. 중국 입장에서는 일본이 미국과 함께 대만 문제에 직접 개입하는 ‘제3자 위협’으로 부각되고 있고, 이는 추가적인 군사 시위를 부르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대만과 센카쿠를 잇는 동중국해는 이제 일중 양국이 서로의 ‘레드라인’을 시험하는 단일 안보 공간으로 수렴하고 있다.
중국의 경제 보복 카드와 일본의 디리스킹 전략
중국은 일본과 갈등이 고조될 때마다 관광·수입 규제·문화 교류 중단 같은 경제 수단을 반복적으로 사용해 왔다. 이번에도 중국 항공사들이 일본행 항공권 환불과 노선 중단을 잇따라 발표하면서, 수십만 건에 달하는 예약 취소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일본 수산물과 콘텐츠에 대한 각종 제한 조치도 점진적으로 확대되고 있어, 양국의 상호 불신은 경제 영역에서도 깊어지는 흐름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와 기업들은 이미 반도체, 배터리, 핵심 광물 공급망에서 미국과 협력하며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디리스킹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의 선택적 보복은 단기 타격을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주변국들이 중국 리스크를 더 빨리 제거하도록 밀어붙이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
중국의 경제 보복은 일본을 압박하는 동시에, 역내 국가들의 탈중국화와 공급망 재편을 가속하는 역풍을 만들고 있다.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와 한국의 전략적 딜레마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 아래에서 일본과 한국을 축으로 한 삼각 안보 협력을 제도화했고, 정상회의와 연합훈련을 통해 이를 상시 체제로 발전시키고 있다. 최근 한반도 주변에서 실시된 대규모 연합 공해·공중 훈련은 북핵 억제뿐 아니라, 동중국해와 대만해협까지 염두에 둔 억지력 과시라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은 안보와 첨단 기술 분야에서는 미국·일본과 긴밀히 연대하지만, 무역·관광·콘텐츠에서 중국 비중이 여전히 높아 갈등 확전 시 부담이 크다. 일본이 대만 유사시 개입 의사를 분명히 할수록, 중국은 한국을 미군 및 연합군의 후방 거점으로 간주하며 외교적 경계 수준을 높일 수 있다. 한국 입장에서는 안보 동맹을 강화하면서도, 경제 보복과 여론 분열을 최소화할 수 있는 세밀한 메시지 관리와 정책 조합이 필요하다.
한국은 한미일 안보 축과 대중 경제 의존 사이에서, 안보 이익과 경제 리스크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복합 과제를 떠안고 있다.
대만과 동북아 질서에 남는 장기 리스크
일본의 태도 변화는 대만 입장에서는 안보 심리적 지지이지만, 중국의 군사·외교적 반발을 불러 대만 주변 긴장을 한층 높이고 있다. 대만해협 위기가 현실화될 경우, 미·일 동맹과 중국·러시아의 간접 지원, 북한의 동시 도발 가능성이 겹치며 동북아 전체가 다중 전선으로 변할 수 있다. 이러한 시나리오에서는 한국과 동남아 국가들이 어느 정도까지 제재와 후방 지원에 참여할지, 각국의 선택이 국제 질서에서 새로운 선을 그리게 된다. 이미 문화·자본·기술 네트워크가 촘촘히 얽힌 시대이기 때문에, 갈등이 격화될수록 정치와 안보뿐 아니라 일상적인 여행, 유학, 플랫폼 이용까지 영향을 받는다. 이는 문화와 경제가 세계를 잇는 방식이 어떻게 정치적 경계에 의해 다시 재조정되는지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이러한 흐름은 앞서 다룬 글 세계가 다시 연결되는 방법: 문화라는 조용한 힘에서 분석한 문화 네트워크의 변화와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대만해협과 동중국해의 장기 불안은 군사 충돌 위험뿐 아니라, 동북아 전반의 이동성·투자·문화 교류 규칙을 다시 짜게 만드는 구조적 변수다.
한국이 점검해야 할 최소한의 체크포인트
첫째, 한국은 대만 유사시 자국 역할과 한미일 공조 수준을 둘러싼 정치적 합의를 국내에서 미리 정리할 필요가 있다. 단순한 원칙 선언을 넘어, 정보 공유와 후방 지원, 제재 참여 범위를 시나리오별로 나누어 논의해야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둘째, 반도체와 배터리, 핵심 광물과 같은 전략 품목에서 중국 의존도를 줄이되, 갑작스러운 단절이 국내 산업과 물가에 미칠 충격을 완충할 단계적 로드맵이 중요하다. 셋째, 혐오와 선동에 기반한 반일·반중 여론의 파도를 관리하면서, 냉정한 정보와 장기적 국익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어질 수 있는 공론장 설계가 요구된다. 감정의 방향과 상관없이, 돌이킬 수 없는 외교·경제 비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와 언어를 정교하게 갖춰야 한다.
한국의 선택은 한미일 동맹과 대중 관계의 균형, 그리고 향후 대만해협 위기에서 동북아 질서를 조정할 여지를 얼마나 남길지 결정하게 된다.
대만·동중국해를 둘러싼 일중 갈등이 실제 위기로 번질 경우 한국이 어떤 역할과 비용을 요구받게 될지는 이어지는 글 대만을 위한 전쟁은 없다, 그러나: 일중 갈등 속 ‘후방 기지’가 된 한국의 선택과 비용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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