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방 4도 분쟁과 독도 문제: 미·일 동맹과 한국
북방 4도와 독도, 그리고 미국·일본이 짜 놓은 동북아 영토 구도의 민낯을 정리한다.
러시아와의 북방 4도 분쟁, 한국과의 독도 갈등, 중국과의 센카쿠 문제는 모두 일본이 만든 영토 정치의 한 세트다. 미국은 이 구조 위에 미·일 동맹을 얹으면서도 독도 문제를 가볍게 취급해 한국에만 ‘인내와 양보’를 요구해 왔고, 그 과정에서 오바마 행정부의 선택은 한국 사회에 깊은 불신과 굴욕의 기억을 남겼다.
최종 업데이트 2025-11-19
북방 4도와 독도, 같아 보이지만 완전히 다른 두 분쟁
북방 4도는 사할린 남쪽, 홋카이도 동북쪽 앞바다에 위치한 에토로후, 구나시리, 시코탄, 하보마이 군도 네 섬을 가리킨다. 2차 대전 종전 직전 소련군이 점령한 뒤 러시아 행정구역으로 편입되었고, 일본은 전후 일관되게 자국 영토라고 주장해 왔다. 실효 지배는 러시아가 행사하고 있지만, 일본이 헌법과 정책에서 ‘고유 영토’로 적시하면서 양국 간 평화조약 체결을 가로막는 핵심 쟁점으로 남아 있다. 반대로 독도는 일제 강점 이전부터 조선·대한제국에 편입된 섬으로, 현재도 한국이 행정·경비·거주까지 모두 담당하는 명백한 실효 지배 대상이다.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독도를 분쟁 지역인 것처럼 호명하는 순간, 실효 지배국인 한국만 불필요한 부담을 떠안게 되는 비대칭 구조가 만들어진다.
북방 4도는 러시아 실효 지배와 일본의 영유권 주장 사이 분쟁지이고, 독도는 한국 실효 지배 위에 일본이 인위적으로 ‘분쟁’ 프레임을 씌운 경우다.
패전국 일본의 영토 정치, 동맹과 비동맹을 가리지 않는다
일본은 패전 이후 군사력 행사에 제약을 받는 대신, 영토와 역사 문제를 ‘국가 의지’를 드러내는 상징 자산으로 삼아왔다. 북방 4도는 러시아, 센카쿠는 중국, 독도는 한국과 연결되지만, 일본 보수 정치의 언어에서는 모두 “전후 체제의 부당함을 바로잡아야 할 영토 문제”라는 한 문장으로 묶인다. 이때 상대가 동맹인지, 비동맹인지, 과거의 가해·피해 관계가 무엇이었는지는 뒷순위로 밀린다. 중요한 것은 “한 치도 양보하지 않는 일본”이라는 이미지이고, 내각과 여당은 이를 통해 보수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방위비 증액과 군사력 정상화를 정당화한다. 북방 4도, 독도, 센카쿠는 각각 다른 역사와 국제법 문제를 안고 있지만, 일본 정치 안에서는 하나의 영토 민족주의 패키지로 소비되며 반복적으로 선거와 여론전에 동원된다.
일본에게 북방 4도·독도·센카쿠는 서로 다른 분쟁이 아니라, 동맹과 비동맹을 가리지 않고 내부 결집에 쓰는 ‘영토 정치’ 카드 묶음이다.
미국의 시야: 미·일 동맹이 설계도, 한국은 조정 대상
미국이 동북아를 보는 기본 설계도는 중국·러시아 견제라는 1차 목표 위에 미·일 동맹을 앵커로 박아 두는 구조다. 2차 대전 이후 일본을 점령·재건한 경험, 거대한 경제 규모와 해군력, 안정적인 보수 정권, 미군 기지 밀집도까지 고려하면 일본을 중심축으로 삼는 것이 미국 입장에서는 가장 비용이 적게 드는 선택이었다. 한국과의 동맹은 이 앵커 옆에 놓인, 북한과 중국·러시아를 동시에 바라보는 전진 기지이자 보완 재원 역할에 가깝다. 이 위계가 굳어지면, 일본과의 관계를 흔드는 사안보다 한국의 불만을 달래는 사안이 항상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쉽다. 독도·역사 문제에서 미국이 “동맹 전체 안정”을 이유로 애매한 중립과 자제를 요구하는 태도는, 이런 설계도의 그림자라고 보는 편이 현실에 가깝다.
미국에게 동아시아의 기본 축은 미·일 동맹이고, 한국은 그 위에 얹혀 조정되는 파트너라서 영토·역사 문제에서는 늘 후순위로 밀리기 쉽다.
오바마 행정부의 선택: 센카쿠는 보호, 독도는 ‘분쟁’, 위안부는 봉합
오바마 행정부 시기, 이 위계 구조는 몇 차례 상징적인 장면으로 드러났다. 오바마 대통령은 도쿄 연설에서 센카쿠 열도가 미·일 안보조약의 적용 대상이라는 점을 명확히 언급하며, 중국과의 분쟁에서 일본 손을 공개적으로 들어 주었다. 반면 독도에 대해서는 미국 정부가 전통적으로 사용해 온 중립적 지명을 유지하고, “한·일이 자제해야 할 분쟁 지역”이라는 뉘앙스를 반복했다. 실효 지배국인 한국 입장에서는, 일본이 근거 없이 주장하는 섬을 미국이 분쟁 지위로 격상해 줌으로써 한국만 추가 방어·외교 비용을 떠안게 되는 결과가 되었다.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과정에서도 미국은 피해자 인권과 역사적 정의보다 한·미·일 안보 협력을 우선하며, 한국 정부에게 국내 여론이 감당하기 어려운 ‘최종적·불가역적 해결’ 문구가 담긴 합의를 서두르게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기억은 한국 사회에 “미국은 일본과의 큰 그림을 위해서라면 한국의 굴욕적 타협 정도는 감수하라고 요구할 수 있는 나라”라는 불신을 깊게 남겼다.
영토 분쟁의 구조가 한국 정치와 정권의 운명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2015년 위안부 합의 이후의 흐름을 정리한 글 오바마가 설계한 화해, 한국이 치른 대가: 위안부 합의와 촛불·탄핵에서 함께 살펴볼 수 있다.
오바마 시기의 센카쿠·독도·위안부 처리 방식은, 미국이 필요하다면 한국에게 굴욕적 양보도 요구할 수 있다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었다.
한국이 미국에 ‘올인’할 수 없는 구조적 이유
이런 경험들이 쌓이면서 한국에서는 “미국에 올인했다가, 일본을 위해 필요하면 언제든 버릴 패가 될 수 있다”는 불안이 구조적으로 생기게 되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중국·러시아와 맞닿은 지리, 반도체와 배터리 같은 전략 산업을 생각하면 한국이 한·미 동맹에서 이탈하는 선택지는 현실성이 거의 없다. 그러나 동시에, 미·일 동맹을 중심으로 짜인 전후 질서 속에서 한국이 항상 우선순위 높은 파트너도 아니라는 냉정한 인식 역시 피할 수 없다. 그 결과 한국 외교의 기본 전략은 “안보는 미국과 공조하되, 일본 축에 종속되지 않도록 거리 조절을 하고, 중국·러시아와는 최소한의 경제·외교 채널을 유지하며, 자체 군사력과 산업 기반을 키우는” 다층 구조로 수렴할 수밖에 없다. 동맹에 기대되지만, 동맹에 올인하지도 못하는 애매한 위치가 아니라, 스스로의 무게 때문에 버리기 어려운 파트너가 되는 것이 장기 과제다.
한국은 미국에 올인하지 못하는 나라가 아니라, 버리기에는 비용이 너무 큰 나라가 되어야만 하는 위치에 서 있다.
버릴 패가 되지 않기 위한 한국의 선택
첫째, 독도와 북방 4도, 센카쿠를 동일 선상에 놓는 일본·미국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각각의 역사·국제법적 지위를 명확히 구분해 설명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독도는 실효 지배와 역사 자료가 겹겹이 쌓인 한국 영토이며, 북방 4도와 센카쿠는 패전과 전후 조약, 냉전 구도가 복잡하게 얽힌 분쟁지라는 사실을 반복적으로 상기시켜야 한다. 둘째, 워싱턴과 도쿄의 정책 네트워크 속에서 한국의 서사를 전달할 수 있는 연구자·변호사·로비·언론 채널을 늘려, 독도와 위안부, 일제 강점기 문제를 단순한 ‘한·일 갈등’이 아니라 동맹의 정당성을 시험하는 정의 문제로 인식시키는 노력이 요구된다. 셋째, 국내적으로는 “미국이 언젠가 우리 편을 들어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와 “언제든 버릴 것”이라는 체념 모두를 경계하고, 동맹이 감당하지 못하는 부분을 채울 자주적 군사·경제 역량을 차분히 키워야 한다.
한국이 할 일은 미국과 일본을 신뢰하거나 증오하는 것이 아니라, 둘의 설계도 위에서 결코 쉽게 잘려 나갈 수 없는 독자적 무게를 만들어 가는 일에 가깝다.
참고·출처
북방 4도와 사할린, 쿠릴 열도의 역사와 법적 지위는 러일전쟁 이후 포츠머스 조약, 2차 대전 종전과 소련의 점령,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 관련 국제법 연구를 바탕으로 정리하였다. 일본의 영토·역사 문제 활용 방식은 일본 내각부와 외무성의 북방 영토·다케시마·센카쿠 관련 공식 자료, 야스쿠니·교과서 논쟁을 다룬 일본 현대정치 연구를 참고했다. 오바마 행정부 시기 센카쿠가 미·일 안보조약 적용 대상임을 확인한 도쿄 연설과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과정에서 미국 정부가 보인 태도는 당시 백악관·국무부 자료와 주요 국제·한국 언론 보도를 종합해 서술했다. 한국의 대미 불신과 ‘버릴 패’ 인식은 위 사례들이 국내 여론과 외교 담론에 남긴 흔적을 분석한 국내외 학술·정책 보고서를 바탕으로 정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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