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군대, 사람부터 모자란다: 인구 절벽 속 상비군·예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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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군대는 지금 ‘사람부터 모자란다’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병력 자원은 줄어드는데, 전력 구조 개편은 여전히 구호에 그치고 있다. 인구 절벽 속에서 상비군과 예비군을 어떻게 재설계할지가 한국 안보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현재 구조를 유지하면 2030년대 중반부터 전방 사단을 채울 병력이 모자라게 된다. 단순히 복무 기간을 늘리는 문제를 넘어, 어떤 형태의 군대와 사회 시스템을 만들지 결정해야 하는 시점이다.

최종 업데이트 2025-11-19

 

인구 절벽이 군대에 먼저 닥친다

대한민국의 출생아 수는 2024년 기준 23만 명대에 머물렀다. 지금 18세~20세의 남성 인구는 약 25만 명이지만, 2030년대 초반에는 18만 명 수준으로 줄어든다. 병역 면제자·보충역 비율을 감안하면 실제 징집 가능 인원은 15만 명도 채 되지 않는다. 현재 병력 구조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상비군 50만 명 체계를 2035년 이후엔 물리적으로 유지할 수 없다. 이는 단순한 병력 부족이 아니라, 군사 조직의 근본적인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적 한계다.

2035년 이후, 상비군 50만 체계는 인구 구조상 지속 불가능하다.

 

상비군: 줄어드는 인원, 그대로인 구조

현역 병사는 약 48만 명, 장교·부사관을 포함하면 약 55만 명 규모다. 이 중 절반 이상이 육군이며, 공군과 해군은 상대적으로 소규모다. 문제는 인구 감소가 가장 빠르게 반영되는 곳이 바로 병사 계급층이라는 점이다. 군은 복무 기간 단축(18개월→21개월)을 유지하며 부족한 인원을 예비군·부사관 확충으로 보완하겠다고 하지만, 재정과 여건 모두 뒷받침되지 않는다. 장비 현대화 속도가 빨라질수록 숙련된 인력이 필요하지만, 단기 복무 위주의 병제 구조에서는 이를 감당할 수 없다.

결국 ‘인원 감소를 장비로 대체한다’는 논리가 흔히 등장하지만, 정찰·방공·보급·정비 분야는 여전히 사람이 필요하다. 첨단화와 자동화는 속도를 늦출 뿐 인력 문제를 없애지 않는다.

병력 감소는 기술로 늦출 수 있지만, 대체할 수는 없다.

 

예비군: 숫자는 많지만 실전성은 낮다

예비군은 약 280만 명으로 세계 최대 규모지만, 실질적 전투력은 낮다는 평가가 많다. 훈련은 연간 1~3일 수준이며, 예비전력의 장비·통신·지휘체계가 현역과 단절돼 있다. ‘동원은 빠르지만 통제는 어렵다’는 구조적 문제가 누적되어, 실질적 전력보다는 상징적 체계로 남아 있다. 국방부는 ‘예비군 현대화 프로젝트’를 내세워 지휘통제망과 훈련시설을 개선하겠다고 하지만, 예산은 매년 1% 안팎 증가에 그치고 있다.

향후 계획상 예비군은 단순한 동원 병력이 아니라, 지역 기반의 방위부대·무인체계 운용인력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그마저도 제도 설계와 예산 배분이 미비하다. 예비군 개편의 핵심은 ‘누가 지휘하고, 어떤 장비로 싸울 것인가’라는 문제인데, 이 부분에 대한 구체적 해답이 아직 없다.

280만 명의 예비군 중 실제 전투 가능한 인력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인구 절벽 이후의 시간표

통계청 중위 시나리오에 따르면, 2030년대 중반부터 20세 남성 인구는 20만 명대 아래로 떨어지고, 2040년에는 15만 명 안팎으로 수렴한다. 이 추세가 유지되면 2040년대에는 상비군 30만 명조차 유지하기 어렵다. 현재 속도로 복무 기간을 유지하면 병력 공급은 매년 5~6만 명 이상 부족해진다. 결국 병력 수급을 조정하거나 제도 자체를 바꿔야 한다.

대체 시나리오는 세 가지다. 첫째, 상비군을 줄이고 기동화·무인화를 가속화하는 구조 개편. 둘째, 예비군을 실질적 전투력으로 전환하는 ‘준상비군화’. 셋째, 모병제 또는 혼합제 도입이다. 그러나 세 가지 모두 인력의 질·비용·정치적 부담에서 갈등이 크다. 군은 이 세 가지 중 어느 것도 공식적으로 택하지 않은 채, ‘부분 개편’을 반복 중이다.

2040년, 현행 징병제 구조는 물리적으로 지속 불가능하다.

 

재설계 옵션: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

첫째, ‘기동형 소규모 정예군’ 모델이다. 병력은 30만 명 수준으로 줄이되, 장비·지휘통제·정찰능력을 고도화해 고속 대응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둘째, ‘예비군 강화형 혼합제’다. 병 복무 기간을 단축하되, 퇴역 후 5년간 실제 전투훈련 중심의 지역 방위조직에 소속시키는 형태다. 셋째, ‘모병제·준모병제’로의 전환이다. 안정적 복무 환경과 장기 복무 중심의 직업군 체계를 확대해, 복무 효율을 높이는 방안이다. 마지막으로 논의되는 여성 복무 또는 선택형 의무복무제도 인력 절벽의 대안으로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어떤 제도든 사회적 합의 없이는 작동하지 않는다. 병역제도는 군사 정책인 동시에 사회 계약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복무 기간을 늘리는 방식은 저항을 불러오고, 정치적 비용이 크다. 결국 해답은 “국가가 얼마나 명확한 안보 비전을 제시하느냐”에 달려 있다.

병역 제도 개편은 선택이 아니라 국가 시스템의 생존을 위한 결단이다.

 

한국의 다음 과제

앞서 한국·일본·대만 군사력: 위협은 커지는데 증강 계획은 모호하다에서 다뤘듯, 장비와 예산의 확대만으로는 안보를 유지할 수 없다. 진짜 위기는 ‘사람이 줄어드는 속도’다. 인구 절벽은 국방·경제·사회 모두를 동시에 흔드는 구조적 변수이며, 군대는 그 중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다. 결국 한국이 해야 할 일은 병력 유지가 아니라, ‘국가 방위 모델’을 새로 설계하는 것이다.

지금의 병역제도는 20세기 산업화 시대의 산물이다. 더 이상 “모두가 일정 기간 복무한다”는 단순한 논리로는 지속되지 않는다. 첨단 전력, 사이버·우주전, 인공지능 지휘체계로 가는 전환 속에서 병역 제도는 국민적 합의와 과학적 인력 계획에 기반해 완전히 다시 짜야 한다.

인구 절벽 시대의 안보는 병역 유지가 아니라, 제도와 사회의 전면적 재설계에서 시작된다.

 

참고·출처

병력 구조·예비군 통계는 국방백서(2024), 통계청 장래인구추계, 국회 예산정책처 자료, 한국국방연구원(KIDA) 보고서를 기반으로 정리하였다. 병역제도 개편 논의와 모병제·혼합제 연구는 국방개혁위원회·국회 국방위원회 청문 자료, 각 정당 정책 보고서 및 주요 언론 분석을 참조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