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아시대의 모험
바다를 표류하는 소설들을 향해
증기 호각이 아침을 깨운다
지도의 경계는 색연필로 굵어지고
바다는 철의 이빨을 달고 달린다
전보가 먼저 도착하고
사람이 나중에 따라온다
소문이 길을 낸다
보물섬은 점 하나로 찍힌 X의 심장
짐 호킨스가 기울인 몸만큼 세계가 기운다
은빛 다리의 해적은 법보다
이야기의 편에 서고
성장은 한쪽 눈을 감고도
항해하는 법을 배운다
열구의 바람, 풍선의 그림자
땅속으로 내려가는 사다리와
바다 밑으로 미끄러지는 강철의 폐
복수는 장부처럼 두껍고
보물은 검은 점 하나로 표시된다
고래의 눈이 하늘을 한번 뒤집어 본다
영웅은 이름보다 좌표가 먼저 알려지고
모험은 귀환의 다른 이름이 된다
그 귀환이 때로는 더 먼 출항이 되듯
열다섯 소년은 표류라는 긴 방학을 얻고
불침번과 밥과 꿈을 교대로 맡는다
두 해가 한 장의 여름처럼 말라갈 때
우정은 고래처럼 느리게 숨 쉬며
육지의 시간을 다시 발명한다
종이 지도 가장자리에 잉크가 번진다
여기 괴물이 산다, 라고
누군가 비밀처럼 적어두었다
사분의와 육분의, 해가 시간을 긋고
경도는 아직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다
시곗바늘은 파도에 젖어 무거워진다
로빈슨의 섬은 한 사람이 한 문장으로 선 벼랑
불씨를 지키는 손이 시간의 맞춤법을 고친다
금요일이라는 요일이 이름이 될 때
외로움은 언어의 최초 항해가 된다
유배된 섬이 한 사람의 세계가 되고
나침반은 북쪽보다 배고픔을 가리킨다
해골 깃발은 이야기의 또 다른 표지
여행기는 설교를 달고 떠난다
표류는 신앙처럼, 생존은 문장처럼
하루치 물과 문장을 나눠 마신다.
돌아오면 항구가 조금 낯설다
모험은 진실을 가져오지 않는다
진실이 모험을 만들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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