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베네수엘라 정세 2막: ‘서던 스피어’와 육상 작전 예고

글목록보기

카리브해 해상전의 뒤에는 베네수엘라 영토를 둘러싼 육상 개입 논쟁이 기다리고 있다.

2025년 9월 이후 미군은 카리브해와 동태평양에서 21차례 공습으로 최소 83명을 사살하며 ‘마약과의 전쟁’을 군사작전으로 끌어올렸다. 11월 중순 작전명 ‘서던 스피어’가 공식화되고 항모 제럴드 R. 포드 전단이 투입되면서, 목표는 단순 선박 격파를 넘어 베네수엘라 정권의 현금줄과 권력 핵심을 겨냥하는 국면으로 이동했다. 추수감사절 트럼프 대통령의 ‘육상에서 곧 막겠다’는 발언은, 이제 논쟁의 중심이 전력 규모가 아니라 인권·국제법·레짐 체인지의 정당성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드러낸다.

최종 업데이트 2025-11-29

업데이트된 전개 상황: ‘서던 스피어’의 2막

2025년 8월 말부터 시작된 미 해군의 카리브해 증강은 이제 이름이 붙은 작전, 즉 ‘오퍼레이션 서던 스피어’로 정리되었다. 미 국방부는 카리브해와 동태평양에서 진행 중인 마약조직 타격을 하나의 작전으로 묶고, 합동 태스크포스 서던 스피어를 통해 장기 캠페인 체제로 전환했다. 11월 중순에는 포드급 초대형 항공모함 제럴드 R. 포드가 카리브해에 진입해, 이 지역에서 수십 년 만에 가장 큰 규모의 미 해군 전개가 완성되었다. 포드 전단에는 다수의 이지스 구축함과 핵잠, 전투기·정찰기·지원기 70여 대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며, 명목상 ‘마약 차단 작전’의 스케일을 훌쩍 넘어섰다는 평가를 낳고 있다.

해상 타격의 강도도 수치로 가시화되었다. 2025년 9월 1일 첫 공습 이후, 미군은 카리브해와 동태평양에서 의심 선박을 상대로 21차례 공습을 감행했다. 공습 대상은 베네수엘라 범죄조직 ‘트렌 데 아라과’와 콜롬비아 무장조직 ELN 등이 운영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선박들로 제시되었지만, 구체적 증거는 공개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미 정부는 이번 캠페인을 1989년 파나마 침공 이후 이 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실제 화력 사용’이라고 규정하며 국내 여론을 자극하고 있다. 반면 유엔과 국제 인권단체들은 이 수치를 “사법 절차 없는 집단 살해”로 보고, 피해자 신원과 법적 근거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한편 이번 해상 작전은 이미 베네수엘라 군·정 엘리트의 경제 네트워크를 직접 압박하고 있다. 미 정부는 마약 운송선만이 아니라, 정유·밀수·현금 운반에 쓰이는 소형 선박까지 함께 겨냥하고 있다는 신호를 반복적으로 내고 있다. 카리브해 해상로와 동태평양 밀수 루트에 군사적 리스크가 붙으면서, 베네수엘라와 인근 국가들의 비공식 교역·달러 유입 통로는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해상 타격이 단기간 대규모 마약 차단 효과를 거두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베네수엘라 정권의 ‘해상 기반 현금줄’을 끊으려는 의도만큼은 점점 더 노골화되는 모습이다.

‘서던 스피어’ 2막은 마약 단속을 넘어서, 베네수엘라 정권의 해상 현금줄을 겨냥한 장기 압박 국면으로 전환되었다.

법·정치 프레임: 마약, 테러, 그리고 국제법

워싱턴은 이번 작전을 단순한 마약 단속이 아니라 ‘비국제적 무력충돌’로 규정하며 법적 프레임을 끌어올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월 초 의회에 약칭 보고를 보내, 카리브해 일대 마약조직을 상대로 미국이 무력충돌 상태에 들어갔다고 통보했다. 동시에 이들을 ‘불법 전투원’으로 규정하며, 테러와의 전쟁 때 사용된 논리를 재활용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군부 고위층이 연루된 것으로 지목되는 ‘카르텔 데 로스 솔레스’는 외국 테러조직으로 지정되어, 향후 보다 광범위한 군사·재정 제재의 법적 발판이 되었다. 이로써 마약조직은 경찰 대상이 아니라, 군사력으로 제거해도 되는 전쟁 상대라는 논리가 재차 정당화되는 셈이다.

그러나 이 같은 법적 재구성은 국내외에서 강한 반론을 부르고 있다. 미국 내 여론조사에서는 ‘마약 운송선을 격침해도 된다’는 추상적 질문에는 과반이 동의하지만, 사법 절차 없이 해외 마약 용의자를 살해해도 되느냐는 질문에는 반대가 더 높게 나온다. 유엔 특별보고관과 주요 인권단체들은, 이번 공습이 실제로는 ‘마약과의 전쟁’ 간판 아래 이뤄지는 초법적 처형에 가깝다고 지적한다. 구체적 증거와 표적 선정 기준을 공개하지 않은 채, 행정부의 재량만으로 폭격 버튼을 누를 수 있게 만든다면, 향후 다른 분쟁 지역에서도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유럽의 일부 언론과 싱크탱크는 이번 캠페인이 “마약이 아니라 베네수엘라 정권 교체를 위한 우회 공격”이라는 분석을 노골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와 그 우방국들은 이런 법적 프레임에 정면으로 반발하며, ‘주권 침해’와 ‘제국주의적 개입’ 담론을 강화하고 있다. 카라카스는 미국이 카르텔 서사를 과장해, 군·정 엘리트를 통째로 범죄자 취급하려 한다고 비판한다. 범죄학 연구기관 인사이트 크라임조차, ‘카르텔 데 로스 솔레스’라는 이름이 실제 조직이라기보다 군·관료의 부패 네트워크를 가리키는 편의적 표현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미국이 이 표현을 공식 테러조직 이름처럼 사용하는 순간, 향후 표적 제재와 군사행동의 범위는 크게 넓어질 수밖에 없다. 마약·테러·부패가 뒤섞인 이 법적 프레임은, 결국 베네수엘라 권력 핵심을 어디까지 ‘합법적 표적’으로 볼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수렴되고 있다.

마약과 테러 레토릭의 결합은, 표적이 범죄조직에서 베네수엘라 권력 핵심으로 확장될 수 있는 법적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내부와 카리브해 주변의 변화

해상 공습의 충격은 베네수엘라 북동부 수크레 주와 카리브 연안 지역에서 먼저 드러나고 있다. 공습 이후 이 지역에서는 군·경찰·정보기관·친정부 민병대의 검문과 순찰이 급격히 늘어났다는 증언이 잇따른다. 타격 선박의 희생자 가족들은 가택 수색과 미행, 발언 통제에 시달리고 있지만, 정부는 공식 사망자 집계나 조사 계획을 거의 내놓지 않고 있다. 카리브해 섬나라 트리니다드토바고와의 비공식 해상 교역에 의존해온 항구 도시들은, 해상 통제와 경제 봉쇄로 생계 자체가 흔들리는 상황을 맞고 있다. 단기간에 ‘마약 루트 차단’이라는 효과를 얻기 위해, 취약 계층의 생활 기반을 함께 날려버리는 부작용이 더 크게 쌓이는 셈이다.

공중에서도 긴장감은 높아지고 있다. 미국 연방항공청은 푸에르토리코 인근 특정 공역에 대한 비행 제한을 발령했고, 베네수엘라 상공 비행에도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GPS 간섭과 군용 장비 운용으로 항로 안전이 악화되자, 국제선 항공사들은 잇달아 베네수엘라 노선 운항을 중단했다. 카라카스는 이들을 ‘미국의 압력에 동조했다’고 비난하며, 복귀 요구에 응하지 않은 일부 항공사의 운항 허가를 취소했다. 카리브해는 마약 단속과 정권 압박, 민간 항공과 상선 운항이 얽힌 복합적 긴장 공간으로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바깥 지원을 끌어들이려는 시도도 가속화되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러시아로부터 판치르·부크 계열 방공 시스템을 도입하며 방공망 강화를 시도하고, 중국·이란에도 군사장비와 기술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은 러시아 제재 대상 유조선의 항로를 차단해, 베네수엘라 중질유 수출용 희석제 공급을 방해하는 등 에너지·금융 채널까지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 한편 베네수엘라 지상군은 전면전 상황에서의 게릴라식 방어와 장기 저항을 대비하는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다. 이 모든 움직임은, 해상 타격이 단독으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지역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해상 타격 위주의 초기 국면은 앞선 글 미국 베네수엘라 정세 현황: 항공모함 전개·병력 집계·해상 타격에서 이미 정리한 바 있다. https://rensestory44.tistory.com/495 미국 베네수엘라 정세 현황: 항공모함 전개·병력 집계·해상 타격 출처: https://rensestory44.tistory.com/495 [장르없음:티스토리]

수크레 주 감시 강화와 항공·에너지 제재는, 해상 공습이 베네수엘라 사회 전체를 조이는 다층 압박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트럼프의 ‘육상 작전’ 발언과 가능한 시나리오

추수감사절 계기 미군과의 화상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던진 한 문장은 국면 전환의 신호처럼 받아들여졌다. 그는 “바다에서 이미 마약의 대부분을 막고 있으며, 아주 가까운 시점에 육상에서 베네수엘라 마약 조직을 멈출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공습은 공해상 선박만을 겨냥한다는 점을 강조해 왔지만, 이 발언은 영토 내 시설과 인물을 향한 직접 타격 가능성까지 열어둔 것이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과 마이애미헤럴드 등은, 미 정부가 ‘마약조직과 마두로 정권의 접점에 있는 군사·경제 시설’을 구체적 표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미 정부가 카르텔 데 로스 솔레스를 외국 테러조직으로 지정한 뒤 이 같은 발언이 나온 만큼, 육상 작전은 더 이상 이론상의 옵션만은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가능한 시나리오는 대략 세 갈래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는 1989년 파나마식 전면 침공이지만, 미군의 부담과 국제정치적 반발을 감안하면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둘째는 특수부대와 공군을 활용한 제한적 표적 타격으로, 항만·활주로·창고 등 ‘마약·부패의 결절점’을 외과수술식으로 타격하는 방식이다. 셋째는 공식 군사행동 대신 CIA와 특수전 부대를 통한 은밀한 작전 비중을 높이는 형태로, 이미 언론 보도를 통해 여러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어떤 선택이 이뤄지든, 베네수엘라 지상에서의 충돌은 마약 단속을 넘어 정권 존립과 지역 질서를 흔드는 정치적 사건이 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미국 내부의 정치적 계산도 작용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통적 ‘테러와의 전쟁’ 프레임과 국경·마약·이민 이슈를 결합해, 강경 이미지를 강화하려는 유인을 갖고 있다. 반대로 유권자 다수가 해외에서의 초법적 살해에 부정적이라는 여론조사 결과는, 육상 작전의 강도와 범위에 정치적 제약으로 작용할 것이다. 공화·민주 양당 내부에서도, 행정부의 전쟁권한 확대를 두고 논쟁이 격화될 수 있다. 육상 작전은 군사적 선택지이자, 동시에 국내 정치와 국제 규범 사이에서 줄타기를 요구하는 고위험 카드다.

‘육상 작전’은 베네수엘라 영토가 전쟁터가 될지, 아니면 고강도 위협을 통한 협상 카드로 남을지를 가르는 정치·군사적 분기점이다.

정리: 숫자의 전쟁에서 정당성의 전쟁으로

2025년 가을까지의 미국·베네수엘라 국면은, 겉으로 보면 전력과 숫자의 문제처럼 보인다. 항모 전단의 규모, 공습 횟수와 사망자 수, 테러조직 지정과 제재 리스트의 폭이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상 타격이 누적될수록, 논쟁의 중심은 점차 ‘얼마나 세게 치느냐’가 아니라 ‘어떤 법적·도덕적 선을 넘고 있는가’로 이동하고 있다. 마약과 테러를 명분으로 한 초법적 처형이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 특정 정권의 교체를 사실상 목표로 삼은 군사행동이 국제 규범과 양립할 수 있는지라는 질문이 남는다. 카리브해에서 시작된 서던 스피어는, 결국 21세기 이후 미국의 무력 사용 원칙을 다시 시험대에 올려놓고 있다.

베네수엘라 입장에서도 선택지는 좁다. 해상·항공·재정·에너지 압박이 겹치는 상황에서, 정권은 러시아·중국·이란 등 외부 후원자를 더 깊이 끌어들이거나, 장기 저항을 전제로 한 ‘요새 국가’ 전략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이는 국내 경제 회복과 사회 통합의 가능성을 더욱 멀어지게 만든다. 카리브해 주변 국가들과 항공사, 해운업계는 미·베네수엘라 간 대결이 길어질수록 안보 리스크와 경제 손실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 한다. 결국 이 국면을 이해하는 핵심은, 해상 타격이라는 전술적 장면 뒤에서 움직이는 정치·법·경제의 구조를 함께 보는 데 있다.

앞선 글이 항공모함 전개와 병력 집계, 해상 타격의 규모를 중심으로 ‘1막’을 그렸다면, 이번 글은 그 뒤에 이어진 법적 재구성과 육상 작전 예고라는 ‘2막’을 정리했다. 앞으로는 실제 육상 작전이 현실화되는지 여부, 공습의 법적 근거와 피해자 정보가 어느 수준까지 공개되는지, 베네수엘라 내부 권력 구조에 어떤 균열이 생기는지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동시에 미국 안팎에서 ‘마약과의 전쟁’을 둘러싼 피로감과 회의가 어떻게 누적되는지도 함께 지켜볼 필요가 있다. 해상과 영토, 마약과 테러, 주권과 인권이 겹쳐지는 만큼, 이 국면은 어느 한쪽의 승리로 간단히 마무리되기보다는 복잡한 후유증을 남길 가능성이 크다.

카리브해 공습에서 베네수엘라 영토 논쟁으로 이어지는 서던 스피어 2막은, 미국의 무력 사용 원칙과 중남미 질서를 함께 시험하는 장기 과제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