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 타격·잠수함·우주전력으로 본 한국 군사력의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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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군사력은 비핵 상태에서 장거리 타격·잠수함·우주전력을 묶어 중견국 상위권 수준까지 올라온 단계에 와 있다.

현무-5와 장거리 순항미사일, SLBM, 정밀유도 폭탄은 북한의 핵·미사일 시설과 지휘부, 중요 인프라를 겨냥한 고위력 재래식 타격 능력을 보여 준다. KSS-III급 잠수함과 향후 핵추진잠수함 논의는 그 타격력을 바다 속에서 오래·멀리 유지하려는 시도다. 누리호와 아리랑 7호, 천리안·중형위성(CAS500)으로 대표되는 우주·정찰 인프라는 이 모든 전력을 서로 연결하는 눈과 신경망 역할을 한다.

동시에 한국은 여전히 비핵 국가로서 NPT와 동맹 구조 안에 있으며, 핵무장과 ICBM 보유는 아직 선택하지 않은 정치·전략적 옵션으로 남아 있다. 장거리 타격·잠수함·우주전력의 성숙도와 한계를 냉정하게 짚어 보는 것이 현재 좌표를 이해하는 출발점이다.

쿠루에서 쏘아 올릴 아리랑 7호, 한국 초고해상도 위성의 능력과 한계
누리호·핵잠·ICBM, 진짜 ‘강대국 세트’인가
장거리 타격·잠수함·우주전력으로 본 한국 군사력의 현재

최종 업데이트 2025-12-01

비핵 강군이라는 전제: 한국 군사력의 좌표

한국 군사력을 논할 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전제는 “핵무장은 하지 않은 비핵 강군”이라는 점이다. 한국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 안에서 미국의 확장억제, 이른바 핵우산에 기대어 억지 구조를 설계해 왔다. 북한이 수십 기의 핵탄두와 ICBM·SLBM을 공개적으로 과시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재래식 전력의 강도를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균형을 맞추고 있다. 방공·미사일 방어·전자전·사이버 능력을 포함한 합동 전력 구조는 이미 동아시아에서 상위권 수준이며, 첨단 재래식 전력과 동맹 기반 억지를 결합한 독특한 모델을 형성하고 있다.

이 구조 속에서 장거리 타격, 잠수함, 우주전력은 서로 단절된 세트가 아니라 하나의 체계로 엮인다. 장거리 미사일과 공군 전력은 전시에 북측 핵·미사일 시설을 빠르게 때리는 창 역할을 한다. 잠수함 전력, 특히 SLBM 탑재가 가능한 KSS-III급과 논의 중인 핵추진잠수함은 이 창을 보이지 않는 바다 아래에서 오래 유지하는 수단이 된다. 우주·정찰·통신 인프라는 전장에서 상황을 실시간에 가깝게 파악하고, 타격 자산에 목표 정보를 전달하며, 지휘·통제를 유지하게 만드는 기반이다. 이 세 축의 결합 수준이 곧 한국 군사력의 “어디까지 와 있는가”를 가늠하는 잣대가 된다.

한국 군사력은 비핵 전제를 유지한 채 장거리 타격·잠수함·우주전력을 하나의 체계로 엮어 가는 중견국 상위권 모델에 가까워지고 있다.

장거리 타격 전력: 현무-5, 순항미사일, SLBM

장거리 타격 전력의 상징은 현무-5다. 2024년과 2025년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현무-5는 총중량 약 36톤, 최대 8톤급 탄두를 탑재하는 초대형 지대지 탄도미사일로, 사거리는 탄두 중량에 따라 수백에서 수천 킬로미터까지 조정 가능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미사일은 북한의 깊숙한 지하시설을 관통·파괴하는 재래식 벙커버스터 개념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방호가 강한 지하 지휘소와 핵·미사일 관련 시설을 겨냥한다. 탄두는 비핵이지만, 순수 재래식 무기 중에서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고위력 체계에 속한다는 점에서 전략적 의미가 크다.

현무 계열 장거리 순항미사일과 공군의 공대지 정밀유도 폭탄, 합동직격탄(JDAM) 계열 무장도 장거리 타격망의 중요한 축이다. 순항미사일은 산악 지형을 따라 저고도로 비행하며 특정 건물·시설을 정밀 타격하는 데 적합하고, 정밀유도 폭탄은 스텔스 전투기나 다목적 전투기가 투입할 경우 지휘소·포대·레이더 등 고가치 표적을 빠르게 제거할 수 있다. 여기에 한국형 전투기(KF-21)가 실전 배치되면, 장거리 공대지 타격 능력의 폭은 더 넓어진다. 육·해·공에 분산된 다양한 플랫폼에서 정밀 타격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은 바다에서 이루어지는 장거리 타격 축을 담당한다. KSS-III급 잠수함은 수직발사관을 통해 SLBM을 발사할 수 있는 첫 국산 플랫폼으로, 초기에는 주로 북한의 전략 표적을 겨냥한 재래식 또는 준전략급 타격 임무를 수행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SLBM 전력은 지상 기지에 비해 생존성이 높고, 작전 반경도 넓어 억지력에 추가적인 층을 더해 준다. 다만 한국의 SLBM은 핵탄두가 아닌 재래식 탄두를 쓰고 있고, 발사 수량과 작전 개념도 북측의 핵·미사일 전력을 상쇄하는 보완 축으로 이해하는 편이 현실에 가깝다.

종합하면 현무-5와 장거리 순항미사일, SLBM, 정밀유도 폭탄 등은 북한의 핵·미사일 시설과 지휘부, 중요 인프라를 겨냥한 강력한 선제·보복 능력을 제공한다. 한반도와 주변 지역에서 전면전이 발발할 경우, 한국은 핵무장을 하지 않더라도 상대의 전략 표적을 광범위하게 무력화할 수 있는 재래식 타격 역량을 갖춘 셈이다. 문제는 이 전력이 실제 억지력으로 작동하려면, 상대가 그 능력을 신뢰하게 만들 정도로 정보 공개와 시위, 연습이 병행돼야 한다는 점이다.

현무-5와 순항미사일, SLBM은 비핵이지만 북한의 전략 표적을 깊숙이 겨냥할 수 있는 고강도 재래식 장거리 타격망을 이미 형성하고 있다.

잠수함 전력과 핵추진잠수함 논의

잠수함 전력은 장거리 타격 능력의 생존성과 작전 반경을 결정짓는 플랫폼이다. KSS-III(장보고-III)급 잠수함은 배수량 3천 톤대의 디젤-전기 추진 잠수함으로, 수직발사관을 탑재해 SLBM 운용이 가능한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미 1차 배치함들이 전력화되고 있고, 2차 배치함은 수직발사관 수와 센서·사격통제 능력을 강화한 형태로 개발되고 있다. 이들은 재래식 잠수함으로서 동해·서해·남해는 물론 먼 바다까지 나가 작전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평시에 정보 수집과 감시, 유사시에는 은밀한 타격 플랫폼 역할을 수행한다.

핵추진잠수함(SSN) 논의는 이 플랫폼의 작전 반경과 체공 시간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시도다. 핵추진잠수함은 원자로를 동력원으로 사용해 사실상 연료 걱정 없이 장기간 잠항이 가능하고, 속도와 은밀성 측면에서 디젤-전기 잠수함보다 우위에 있다. APEC 2025 계기 이뤄진 한미 정상 간 합의와 뒤이은 미국 측 발표는, 한국이 최소 한 척의 핵추진잠수함에 들어갈 핵연료 공급과 원자로 기술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이 열렸음을 시사한다. 다만 필라델피아 소재 한화 Philly Shipyard의 군사용 원자력 선박 건조 역량, 원자로 설계와 검증, 운용 인력 양성, 사고 대응 체계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동시에 부각되고 있다.

핵추진잠수함 2025년 시점의 구체적인 카드와 산업·외교적 구조는 별도 글인 핵추진잠수함 2025: 필리 조선소(Philly Shipyard) 카드의 실체와 한국의 다음 선택에서 자세히 정리돼 있다. 또 핵연료 허용 요청 문제와 이재명 대통령·트럼프 대통령 회담의 맥락은 핵추진 잠수함 핵연료 허용 요청 2025 — 이재명·트럼프 회담의 배경과 파장이 다루고 있다. 핵추진잠수함이 실제 전력화 단계로 나아간다고 해도, 한국은 여전히 “핵추진 비핵잠수함”이라는 독특한 위치를 택할 가능성이 크다. 핵탄두를 탑재하지 않는 이상, 전략핵잠수함(SSBN)과는 법적·군사적 위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잠수함 전력의 현실을 종합하면, KSS-III급은 이미 핵·미사일 전력과 연계된 재래식 SLBM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핵추진잠수함은 아직 산업·외교·예산의 불확실성이 큰 장기 과제지만, 승인·연료 문제를 둘러싼 논의를 통해 “한국이 원하면 언제든지 장기 잠항 능력을 가진 잠수함을 확보할 수 있다”는 신호를 주변국에 보내는 효과도 있다. 실제 건조와 전력화가 어떤 속도로 진행될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국내 건조와 해외 건조, 원자로 설계 권한을 둘러싼 논쟁이 어떻게 정리될지는 향후 10년대 한국 해군 전략의 핵심 변수다.

KSS-III급은 이미 SLBM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고, 핵추진잠수함은 승인과 연료를 둘러싼 긴 협상을 거쳐야 하는 장기 과제로 남아 있지만, 한국 잠수함 전력의 작전 반경을 바꿀 잠재력을 갖고 있다.

우주·정찰·지휘통제 전력: 누리호와 위성군

장거리 타격과 잠수함 전력을 지탱하는 또 하나의 축은 우주·정찰·지휘통제 인프라다. 누리호는 2025년 4차 발사를 통해 10기 이상 위성을 한 번에 쏘아 올리며, 한국이 중형급 위성을 자체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을 입증했다. 이로써 한국은 발사체 기술 측면에서 “위성을 설계한 뒤 타국 발사체에 의존하는 국가”에서 “자체 발사 옵션을 가진 국가”로 올라섰다. 정지궤도 116도 슬롯을 지켜 온 역사와 누리호 4호의 의미는 누리호 4호 발사와 잃어버릴 뻔한 궤도, 대한민국의 116도 이야기에서 별도로 짚었다.

정찰·감시 측면의 변화는 더 가시적이다. 아리랑 7호는 0.3미터급 초고해상도 전자광학 카메라를 탑재한 국산 지구관측 위성으로, 한반도와 주변 지역의 작은 구조물과 시설 변화를 세밀하게 포착할 수 있다. 이 위성이 본격 임무를 시작하면, 북한의 발사장·기지·공단·항만 등 전략 표적에 대한 시계열 영상이 훨씬 촘촘해진다. 기상·환경·해양 감시는 천리안 위성이 맡고, 중형급 광학·레이더 위성(CAS500 시리즈와 향후 레이더 위성)이 국토·도시·산림·해양 정보의 공백을 채운다. 아리랑 7호의 기술적 위치와 한계는 쿠루에서 쏘아 올릴 아리랑 7호, 한국 초고해상도 위성의 능력과 한계가 자세히 다루고 있다.

지휘통제·통신 측면에서는 군 위성통신체계, 전술 데이터 링크, 합동지휘통제체계(KJCCS 등)가 계속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위성을 통한 통신망과 지상 C4ISR 체계를 통해, 육·해·공·우주 전력을 하나의 상황 그림 안에서 동시에 운용하는 능력이 조금씩 확대되는 중이다. 다만 미국·일본에 비하면 여전히 위성 수와 군사 전용 채널, 데이터 처리·배포 속도에서 격차가 존재한다. 저궤도 정찰 위성군이 아직 충분히 구축되지 않았다는 점도, 24시간 상시 감시·추적 능력에서 한계를 만든다.

한국의 우주·정찰 전력은 “없던 것을 새로 만드는 단계”를 넘어, 이제는 “이미 올라간 위성과 발사체를 어떻게 묶어 연속성과 탄력성을 만들 것인지”를 고민해야 하는 국면에 들어섰다. 아리랑 7호 이후 동일급 또는 더 높은 성능의 위성이 제때 이어지지 않으면, 초고해상도 영상의 시계열이 끊기고 인력과 경험도 줄어든다. 누리호 역시 연속 발사와 상용화를 통해 발사 간격과 비용을 낮추지 못하면, “한 번 성공한 발사체”에 머물 위험이 있다. 우주·정찰 인프라는 전장 전체를 이어 주는 기반이라는 점에서, 전투기나 미사일 못지않게 연속 투자와 장기 전략이 중요하다.

누리호와 아리랑 7호, 천리안·CAS500은 한국이 장거리 타격과 잠수함 전력을 지탱할 우주·정찰·지휘통제 인프라를 본격적으로 쌓아 올리는 단계에 들어섰음을 보여 준다.

종합 평가: 어디까지 왔고, 무엇이 남았나

장거리 타격·잠수함·우주전력의 세 축만 놓고 보면, 한국 군사력은 “비핵 재래식 전력 기준 중견국 상위권”이라는 평가가 타당하다. 현무-5와 SLBM, 장거리 순항미사일, 정밀유도 폭탄으로 구성된 타격망은 북한의 핵·미사일 시설과 지휘부, 중요 인프라를 실질적으로 위협할 수 있는 수준에 접근했다. KSS-III급 잠수함과 향후 핵추진잠수함 논의는 이 타격력을 바다 속에서 장기간 유지하는 플랫폼 옵션을 제공한다. 누리호와 아리랑 7호, 천리안·CAS500은 이런 전력을 서로 연결하고, 전장 상황을 입체적으로 파악하는 기반을 마련하는 단계에 있다.

그러나 이 구성이 곧바로 “한국이 사실상 핵강국”이 되었다는 뜻은 아니다. 한국은 여전히 비핵 국가이며, 핵무장과 ICBM 보유 여부는 선택하지 않은 전략 옵션으로 남아 있다. 현무-5는 사거리·중량 면에서 ICBM급에 근접하지만, 비핵 벙커버스터로 설계되었고 재진입체·다탄두·핵탄두 통합 같은 요소는 별개의 기술 축이다. 핵추진잠수함도 추진 방식이 핵일 뿐, 핵탄두를 탑재하지 않는 이상 전략핵잠수함과는 다른 범주에 속한다. 우주·정찰 인프라 역시 미국·중국·러시아 같은 우주 강국과 비교하면 아직 초기 단계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몇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장거리 타격 전력의 실전 운용 능력과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일이다. 탄약 비축, 표적 정보 체계, 실사격 훈련과 동맹 연합훈련이 모두 포함된다. 둘째, 잠수함 전력과 핵추진잠수함 프로그램의 방향을 산업·외교·전략 측면에서 정교하게 조정하는 일이다. 셋째, 우주·정찰 인프라에 대한 장기 로드맵을 세우고, 위성·발사체·지상국·데이터 처리 체계를 하나의 패키지로 설계하는 일이다. 이 세 가지가 맞물려 돌아갈 때, 한국 군사력은 비핵 강군 모델 안에서 지금보다 한 단계 높은 안정성과 억지력을 확보할 수 있다.

한국 군사력은 비핵 재래식 전력 기준 중견국 상위권에 도달했지만, 장거리 타격의 실전 운용, 잠수함·핵추진잠수함의 방향 설정, 우주·정찰 인프라의 연속성 확보가 다음 단계 과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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