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장 이야기 2: 김부장이 바라보는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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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부장의 눈으로 보면 회사는 일터가 아니라 승진과 생존이 걸린 긴 전쟁이다.

JTBC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에서 김낙수는 부하와 가족의 눈에 중년 가장이지만, 스스로에게 회사는 자신이 살아온 시간과 자존심이 모두 걸린 전장이다. 그는 임원 승진과 명예퇴직 사이에서 매일 숫자와 눈치를 계산하며, 회사를 떠나면 자신이라는 존재도 함께 사라질 것 같은 공포를 안고 움직인다. 이 글은 김 부장의 시점에서 회사를 바라볼 때 드러나는 한국식 대기업 구조와 감정의 층위를 차분히 들여다본다.

최종 업데이트 2025-11-29

김 부장의 머릿속에서 회사는 무엇인가

김낙수에게 회사는 단순한 직장이 아니라 삶 전체를 증명하는 무대다. 스물몇 살에 입사해 수십 년 동안 승진을 거듭해 대기업 부장이 되었다는 사실은, 그에게 세상 모든 평가를 이길 수 있는 최종 증거처럼 박혀 있다. 조직의 로고와 직함, 명함에 찍힌 회사 이름은 그동안 버틴 야근과 눈치, 상사의 폭언과 거래처의 갑질까지 모두 의미 있는 희생으로 만들어 주는 장치다. 그래서 그는 회사를 떠나는 순간 자신의 인생이 통째로 무효 처리될 것 같은 불안을 느끼며, 마지막까지 ‘회사 사람’으로 남으려 한다.

그의 시선에서 회사는 사람과 사람들이 아닌, 숫자와 계단으로 이루어져 있다. 실적과 평가, 인사와 보직이 모든 인간 관계의 앞자리에 놓이고, 동기는 경쟁자가 되고 후배는 잠재적 대체 인력이 된다. 회사 밖의 세계는 늘 흐릿하게 보인다. 퇴사 후 삶을 상상하면 “어디 가서 이만한 회사 또 있겠느냐”라는 말이 먼저 떠오르고, 다른 선택지는 모두 실패나 강등처럼 느껴진다. 이런 인식 속에서 김 부장은 회사를 떠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회사를 떠날 수 없게 된다.

김 부장의 세계에서 회사는 월급을 주는 곳이 아니라 삶 전체를 인정해 주는 유일한 심판대다.

승진과 명퇴 사이, 계단 끝에 선 중간관리자

김 부장의 시야에는 항상 계단이 보인다. 신입사원에서 대리, 과장, 차장을 거쳐 부장까지 올라온 인생은 한 칸씩 밟아 올린 계단 구조로 기억된다. 그는 그 위에 임원이라는 마지막 칸이 있다고 믿고, 그 칸에 오르지 못하면 지금까지의 계단이 모두 허공으로 사라질 것 같다고 느낀다. 그래서 임원 승진 발표 날은 단순한 인사 통보가 아니라, 자신이 살아온 인생 전체에 대한 판결처럼 다가온다. 승진 실패는 곧 후퇴이고, 후퇴의 끝에는 명예퇴직과 재취업의 불안이 기다리고 있다.

부하가 보지 못하는 부분에서, 김 부장은 매일 숫자와 분위기를 계산한다. 상무의 눈빛과 회의실 공기, 사내 소문과 인사팀의 작은 표현들이 모두 자신의 계단 위치를 가늠하는 지표가 된다. 회식 자리에서 웃는 얼굴 뒤로, 그는 언제 명퇴 카드가 자신에게도 돌아올지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한다. 이런 긴장 속에서 부하의 실수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자신의 계단을 흔드는 위험 요소로 느껴지고, 그 때문에 그는 더 과도한 질책과 관리로 반응한다. 승진과 명퇴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중간관리자의 공포가, 결국 부하에게는 폭력과 압박으로 전달된다.

승진과 명퇴 사이 계단 끝에 선 김 부장은 매일 자신의 공포를 부하 관리와 통제로 번역하며 버틴다.

회사에서만 통하는 정의와 도덕의 기준

김 부장의 입에서 나오는 정의와 도덕은 대부분 회사 안에서만 통하는 규칙이다. 그는 ‘회사 사람’으로서 약속을 지키고, 거래처와 동료에게 신뢰를 잃지 않는 것을 중요한 미덕으로 여긴다. 그러나 그 미덕은 대부분 회사의 이익과 직결될 때에만 발동된다. 계약을 따내기 위해 무리한 요구를 감수하고, 실적을 맞추기 위해 부하에게 과도한 업무를 떠넘기면서도, 그는 “우리 팀과 회사가 살기 위한 당연한 희생”이라고 스스로 설득한다. 회사 밖에서 보면 모순된 선택이, 그의 눈에는 ‘직장인으로서 어쩔 수 없는 책임’으로 포장된다.

그는 고객과 상사의 신뢰를 지키기 위해 부하의 사정을 종종 희생시키고, 조직 논리를 따르기 위해 누군가를 정리해야 할 때도 결국 그 결정을 수행한다. 이런 순간에도 그는 자신을 나쁜 사람으로 상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누군가 해야 할 일을 내가 떠안았다”는 의무감에 가까운 감정이 앞선다. 회사라는 좁은 세계에서 만들어진 정의와 도덕의 기준이, 그를 스스로의 선택에서 자유롭게 만들고 동시에 책임으로부터도 멀어지게 만든다.

김 부장의 정의감은 회사 안에서만 통하는 규칙에 묶여 있어, 타인의 희생마저 의무와 책임으로 착각하게 만든다.

부하와 상사 사이에서 매일 갈라지는 마음

김 부장은 위로는 상무와 회사, 아래로는 과장과 대리 사이에 끼어 있다. 상사는 숫자와 성과만을 요구하고, 부하는 인간적인 이해와 보호를 기대한다. 그는 두 방향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 사이에서 매일 줄타기를 시도한다. 상사의 요구를 조금이라도 누그러뜨리기 위해 회의실에서 버티다가, 회의가 끝나면 결국 그 부담을 팀원에게 나누어준다. 부하에게 미안함을 느끼면서도, “나도 이렇게 버텨 왔다”는 말로 스스로를 설득하며 자신의 선택을 정당화한다.

부하가 힘들다는 말을 할 때, 그는 마음 한편에서는 공감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요즘 세대는 버티는 힘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이 이중적인 감정은 그가 두 세대 사이, 두 구조 사이에 끼어 있다는 증거다. 그는 자신이 당했던 것만큼은 후배에게 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결국 숫자와 실적 앞에서 같은 방식으로 부하를 몰아붙이는 스스로를 발견한다. 그때마다 그는 “그래도 나는 덜했다”는 말로 스스로를 위로하며, 언젠가 자신도 회사에 의해 같은 방식으로 버려질 것이라는 예감을 애써 외면한다.

상사와 부하 사이에 선 김 부장은 공감과 냉정 사이를 오가며, 결국 자신도 한때 두려워했던 상사의 얼굴을 닮아간다.

회사 밖을 상상하지 못하는 사람의 공포

김 부장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실직 그 자체라기보다, 회사 밖에서의 자신을 상상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명예퇴직 제안과 전기처럼 스치는 재취업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그는 ‘어디 가서 내 경력을 알아줄까’라는 질문에 갇힌다. 회사에서의 직함과 실적은 퇴사와 동시에 힘을 잃을 수 있고, 서울 자가 아파트와 퇴직금으로 버텨야 하는 오랜 시간을 떠올리면, 그는 자신이 ‘회사 사람’이 아니라면 무엇으로 불려야 할지 모르게 된다. 이 정체성의 공백이 그를 더 집요하게 회사에 매달리게 만든다.

그가 부하에게 “밖에 나가면 더 힘들다”라는 말을 자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것은 후배를 위한 조언이라기보다, 스스로에게 들려주는 주문에 가깝다. 회사 안에서 버티는 고통이 아무리 크더라도, 회사 밖의 세계가 더 두렵다고 믿는 한, 그는 어떤 모순과 부당함도 감내하려 든다. 이 공포는 결국 자신과 부하 모두를 얽어매는 족쇄가 되어, 조직을 떠나 다른 삶을 상상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점점 좁혀 간다.

회사 밖의 자신을 상상하지 못하는 공포가 김 부장을 회사에 붙잡아 두고, 부하에게도 같은 두려움을 전염시킨다.

맺음말, 상사의 눈을 통해 드러나는 한국 대기업의 얼굴

장부장의 눈으로 회사를 바라보면, 한국 대기업이라는 구조의 얼굴이 보다 또렷해진다. 회사는 누군가에게 단순한 조직이 아니라 존재를 증명하는 심판대이자, 승진과 명퇴가 동시에 걸린 전쟁터다. 김 부장은 그 한 가운데에서 승자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언제든 교체 가능한 중간관리자일 뿐이다. 그의 고집과 집착, 폭력과 배려, 냉정함과 죄책감은 모두 이 구조가 만들어낸 감정의 결과물이다. 드라마는 한 사람의 실패담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상사의 눈에 비친 회사가 어떤 풍경인지 세밀하게 포착한다.

부하 직원의 시선에서 본 김 부장이 한국 직장 문화의 폭력을 드러냈다면, 김 부장의 시선에서 본 회사는 조직이 개인에게 요구하는 순응과 자기희생의 깊이를 보여준다. 이 두 개의 시선이 겹치는 지점에서, 드라마는 상사와 부하를 가르는 선을 흐릿하게 만들고, 모두가 같은 구조 속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상처를 주고받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회사를 떠나지 못하는 상사와 회사를 떠날 준비를 해야 하는 부하가 서로를 바라보는 이 복잡한 구조가, 결국 한국 대기업 문화의 가장 솔직한 자화상일지도 모른다.

상사의 눈으로 본 회사는, 살아남기 위해 서로를 몰아붙일 수밖에 없는 한국 대기업 문화의 날것 그대로를 비춘다.

서울 자가 김 부장 연속 리뷰는 김부장 이야기 1: 부하 직원의 눈으로 본 김 부장, 한국식 대기업 중간관리자의 초상, 김부장 이야기 2: 김부장이 바라보는 회사, 김부장 이야기 3: 상무의 눈으로 보는 김부장, 김부장 이야기 4: 가족의 눈으로 보는 김부장, 김부장 이야기 5: 서울 자가 김 부장과 형, 김부장 이야기 6: MZ·청년 노동자의 눈으로 보는 김 부장 까지 여섯 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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