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6천776억원 GIS 입찰 담합, 8개 법인·11명 기소가 던진 경고
한전 가스절연개폐장치(GIS) 입찰 담합 사건은 ‘시장 점유율 상위 업체들이 물량 배분과 투찰가 공유로 경쟁을 제거했다’는 구조가 형사 기소로까지 확인되며, 공공조달·전기요금 원가·손해배상 소송까지 한꺼번에 흔드는 사례가 됐다.
최종 업데이트 2026.01.20
2015년 3월부터 2022년 9월까지 한전 GIS 입찰 145건에서 낙찰자와 가격을 사전 합의한 혐의로 법인 8곳과 임직원 11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1. 사건 개요: 6천776억원대 입찰 145건, 법인 8곳·임직원 11명 기소
검찰은 2015년 3월부터 2022년 9월까지 한국전력공사(한전)가 발주한 가스절연개폐장치(GIS) 입찰 145건에서 낙찰자와 투찰 가격을 사전에 담합해 경쟁을 제한한 혐의로, 관련 법인 8곳과 개인 11명을 재판에 넘겼다. 보도 기준으로 2026년 1월 9일 2명이 먼저 구속기소 됐고, 2026년 1월 20일 추가로 개인 9명과 법인 8곳이 기소되면서 ‘11명·8개 법인’ 구도가 완성됐다.
검찰 판단의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관련 업체들이 시장의 약 90퍼센트 수준을 점유한 상태에서 낙찰 물량을 회사별로 미리 합의했다는 점. 둘째, “정해진 업체가 높은 가격으로 낙찰받도록” 투찰 가격까지 공유해 입찰을 사실상 형식화했다는 점이다. 검찰은 총 6천776억원 규모의 담합이 최소 1천600억원 안팎의 부당이득으로 이어졌다고 본다.
중요한 전제는 무죄추정 원칙이다. 기소는 ‘혐의가 법정에서 다퉈질 단계로 넘어갔다’는 의미이며, 최종 결론은 법원의 판단으로 확정된다.
2. GIS는 무엇이고, 왜 이 시장이 ‘담합’에 취약했나
GIS는 발전소나 변전소에서 과도한 전류를 신속히 차단해 전력계통을 보호하는 핵심 설비다. ‘보호장치’이자 ‘계통 안정’과 직결되는 장치이기 때문에 품질·신뢰성·납기 관리가 중요하고, 공급사 전환이 쉽지 않다.
공정당국 브리핑에 따르면 한전의 GIS 구매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신규 설치는 입찰로 구매하는 반면, 증설·대체는 기존 설치 업체와 수의계약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있다. 이 구조에서는 경쟁입찰의 낙찰가가 단발성 가격이 아니라, 이후 수의계약 가격 형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유인이 생긴다. 즉 ‘입찰 한 번’이 ‘다음 계약들의 기준점’이 될 가능성이 높아, 담합의 기대수익이 커지는 구조가 된다.
또한 공정위가 합의 대상으로 특정한 제품군은 170킬로볼트급 GIS다. 공급 가능한 업체 풀이 제한되기 쉬운 전력기기 특성상, 참여자가 소수일수록 담합은 더 쉬워지고 적발은 더 어려워지는 경향이 있다.
3. 담합의 작동 방식: 물량 배분, 투찰가 공유, ‘총무’ 중심의 연락 구조
공정위 브리핑에서 가장 구체적으로 제시된 메커니즘은 ‘대기업군과 중소기업군’의 물량 배분 합의다. 초기에는 대기업군 4개사와 중소기업 동남이 87 대 13 비율로 물량을 나누는 방식으로 시작했고, 이후 중소기업의 가담이 늘면서 60 대 40, 55 대 45로 조정됐다. 합의는 낙찰 순번을 정하고, 그 순번의 업체가 높은 가격으로 낙찰받을 수 있도록 투찰 가격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실행됐다.
특히 ‘직접 회동을 최소화하고 창구를 단일화’하는 형태가 강조된다. 대기업군과 중소기업군이 각각 ‘총무’ 역할을 두고, 개별 회사들은 상대 기업군 전체와 접촉하지 않고 총무와만 연락하는 방식으로 흔적을 줄였다는 설명이다. 2018년 6월 이후에는 중소기업군이 조합 대행 형태로 입찰에 참여하며 실행 구조가 더 정교해졌다는 언급도 나온다.
수치가 보여주는 효과도 명확하다. 공정위 조사 기준에서 담합 기간 평균 낙찰률은 96.2퍼센트였고, 합의 종료 후 실시된 입찰의 평균 낙찰률은 73.6퍼센트로 하락했다. 경쟁이 작동하면 자연스럽게 낙찰률이 내려가는데, 담합은 그 하락을 ‘구조적으로 막아버린다’는 점을 이 수치가 압축한다.
별도로 지역제한 입찰에서도 담합이 있었다는 것이 공정위 설명이다. 전남 나주시에 공장을 둔 중소기업 대상의 지역제한 물량 범위 안에서, 2019년 3월부터 2021년 10월 사이 발주된 11건을 두고 동남·디투엔지니어링·인텍전기전자 3개사가 낙찰을 균등 분배하는 합의를 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4. 공정위 제재와 검찰 기소: 왜 ‘형사 사건’이 되면 무게가 달라지나
이 사건은 ‘공정위 제재’와 ‘검찰 수사’가 같은 사실관계를 두고도 서로 다른 층위를 건드린다. 공정위는 2024년 12월 29일 브리핑에서 10개 사업자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391억원을 부과하고, 그중 6개 사업자를 고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단계는 행정제재가 중심이다.
반면 검찰 수사는 개인 책임을 정면으로 세운다. 법인 처벌(양벌)과 별개로, 실제 담합을 기획·조율한 개인에게 형사책임을 묻는 순간 사건의 리스크는 급격히 커진다. 구속 수사, 압수수색, 공소 유지 과정에서 확보되는 증거는 이후 민사 손해배상과 행정소송에서도 ‘사실인정의 기준점’으로 작동하기 쉽다.
실제로 언론 보도에서는 검찰이 공정위 고발 이후 강제수사에 착수한 뒤 비교적 짧은 기간 내 추가 증거를 확보했고, 담합으로 가장 큰 경제적 이익을 얻은 상위 업체 임직원 신병 확보에 나섰다는 취지가 전해졌다. 법원도 2026년 1월 중 증거인멸 우려 등을 이유로 일부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5. 피해는 어디로 갔나: 한전 원가, 전기요금, 그리고 손해배상 소송
담합의 직접 피해자는 발주기관인 한전이다. 낙찰가가 인위적으로 높아지면 설비투자 및 유지 비용이 상승하고, 이는 전력 생산·공급의 원가에 반영된다. 검찰이 “전기 생산 비용 증가와 전기료 상승으로 국민에게 피해가 전가될 수 있다”는 취지로 언급한 것도 이 연결고리 때문이다.
민사 영역도 이미 움직였다. 보도에 따르면 한전은 담합 관련 업체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내부적으로 손해액을 1천688억원 규모로 추산하면서도 법원 감정 등 입증 절차를 고려해 초기 청구액을 낮게 잡고 이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한 정황이 전해졌다. 형사사건에서 담합의 성립과 범위, 각 사의 가담 정도가 어느 수준으로 인정되는지가 민사 손해배상에서도 핵심 변수가 된다.
6. 이 사건이 ‘구조적으로’ 중요한 쟁점
1. 경쟁이 작동하지 않는 구간이 길수록 담합의 기대수익은 커진다. 전력기기처럼 납품 이후 유지·증설·대체로 거래가 이어지는 시장은 한 번의 담합이 여러 계약의 기준을 올릴 수 있다.
2. 참여자가 적고 기술·인증 장벽이 높은 시장은 담합이 쉽다. 특정 전압급 제품군에서 공급사가 제한될수록 담합 탐지의 난이도는 상승한다.
3. ‘총무’ 중심 연락 구조는 담합의 고도화 신호다. 직접 접촉을 줄이고 창구를 단일화하면, 내부 문서만으로는 합의의 전모가 드러나기 어렵다.
4. 대기업군과 중소기업군이 서로 다른 이유로 담합에 ‘합리성’을 부여하는 순간, 시장 전체가 동조하게 된다. 저가수주 방지와 물량 안정 확보라는 명분은 담합의 내부 결속을 강화한다.
5. 행정제재만으로는 개인 책임의 공백이 생긴다. 형사 수사가 시작되면 조직의 의사결정 라인과 실행 라인까지 드러나며, 억제력의 질이 달라진다.
7. 재발 방지 처방: 공공조달 관점의 실무형 개선 방향
첫째, ‘낙찰률’과 ‘가격 분포’의 이상징후를 상시 모니터링하는 데이터 감시 체계를 고도화해야 한다. 담합은 종종 낙찰률의 비정상적 고착으로 나타난다.
둘째, 입찰 설계를 담합에 불리하게 바꿔야 한다. 물량을 더 잘게 쪼개거나(로트 세분화), 낙찰자 결정 방식과 평가 요소를 조합해 ‘순번 게임’의 효용을 낮추는 설계가 필요하다. 단, 전력기기는 품질·납기 리스크가 커서 단순 최저가 경쟁으로 회귀하면 다른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므로, 기술평가와 가격평가의 균형을 정교화하는 접근이 현실적이다.
셋째, 조합 대행 같은 제도는 취지와 달리 담합 실행 플랫폼으로 악용될 수 있다. 조합 참여 방식이 경쟁 제한으로 작동하는 순간이 있었는지, 내부 통제 장치와 투명성 요건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넷째, 담합 적발 이후의 후속조치가 중요하다. 손해배상 청구, 입찰 참가 제한, 준법감시 체계의 실효성 점검이 결합돼야 ‘걸리면 끝’이 아니라 ‘걸리면 회복 불가능’이라는 억제력이 생긴다.
8. 자주 묻는 질문
Q1. “과징금 391억원”인데, 검찰은 왜 “부당이득 1천600억원”을 말하나
과징금은 법령상 산정 규칙과 감경 요소가 반영되는 행정제재 금액이다. 부당이득 또는 손해액은 담합으로 인해 가격이 얼마나 왜곡됐는지에 대한 추정치로, 산정의 전제가 다를 수 있다. 민사 손해배상에서는 법원 감정 등 별도의 입증 절차가 필요해 금액이 달라질 수 있다.
Q2. 왜 공정위 제재 뒤에 검찰 수사가 본격화됐나
공정위 고발은 형사 수사의 출발점이 된다. 또한 형사 수사는 개인 책임을 겨냥해 강제수사(압수수색 등)를 통해 증거를 더 폭넓게 확보할 수 있어, 행정조사 단계에서 드러나지 않던 구조가 추가로 확인되는 경우가 있다.
Q3. 전기요금과 정말로 연결되나
직접적으로는 한전의 설비 조달 비용이 상승한다. 전기요금은 연료비, 정책요금, 투자비, 규제·정책 판단 등 다양한 요소로 결정되지만, 원가를 구성하는 설비·조달 비용이 올라가면 장기적으로 부담이 누적될 수밖에 없다.
9. 정리
한전 GIS 입찰 담합 사건은 ‘담합의 전형’이면서도, 전력기기 시장 특유의 구조 때문에 파급이 크다. 참여자가 제한된 핵심 설비 시장에서 물량 배분과 투찰가 공유가 수년간 반복되면, 피해는 발주기관을 넘어 원가와 공공요금의 신뢰로 확장된다. 이번 기소는 그 구조를 형사 법정에서 가리겠다는 단계다. 법원 판단이 확정되는 과정에서, 공공조달 설계와 사후 제재의 설계가 함께 재정렬될 가능성이 높다.
참고·출처
2026년 1월 20일 뉴시스 보도(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 법인 8곳·개인 9명 기소 및 앞선 2명 구속기소 언급)를 바탕으로 기소 내용과 규모를 정리했다.
2024년 12월 29일 대한민국 정책브리핑에 공개된 공정거래위원회 브리핑 속기자료를 바탕으로 170킬로볼트급 GIS, 일반경쟁·지역제한 입찰 구조, 10개 사업자 구성, 물량 배분 비율 변화, 평균 낙찰률(96.2퍼센트 및 73.6퍼센트), 조합 대행과 총무 구조를 정리했다.
2025년 12월 23일 서울경제 영문판 보도 및 2026년 1월 12일 뉴시스 보도 등을 바탕으로 주요 피의자 신병 확보 흐름과 법원의 구속 사유(증거인멸 우려) 보도 내용을 반영했다.
2026년 1월 중 보도된 복수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한전의 손해배상 소송 제기 및 손해액 추정(1천688억원) 관련 언론 보도 내용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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