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학개미 복귀를 말할 자격을 잃은 구조
국장은 ‘응원’이 아니라 ‘신뢰’로 돌아온다. 신뢰를 깎아놓고 복귀를 요구하면 염치 논쟁이 생긴다.
개인이 국장을 외면하는 이유는 공매도 하나가 아니라, 기업·대주주 중심으로 읽힌 정책 인센티브와 반복된 희석 이벤트, 제도 예측 불가능성이 합쳐진 결과다. 공매도는 그중 일부였지만, 공정성의 상징이 되면서 불신을 압축했다. 환율 국면에서 개인 해외투자에 책임이 얹히는 듯한 커뮤니케이션은 불신을 2차로 증폭시킨다. 결국 해법은 홍보가 아니라 집행력과 일관성의 누적이다.
최종 업데이트 2026.01.16
왜 “국장으로 오라”는 말이 염치없게 들리는가
정책 당국의 메시지는 대개 “시장 선진화”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말한다. 하지만 개인이 기억하는 것은 구호가 아니라 사건이다. 사건은 손실을 남기고, 손실은 시장을 떠나는 학습을 남긴다. 이 학습이 누적된 상태에서 “돌아오라”는 말이 나오면, 개인은 설득이 아니라 동원을 느낀다. 특히 손실이 ‘내 판단 실수’가 아니라 ‘판이 기울어진 구조’로 체감될수록, 복귀 요구는 도덕적 호소가 아니라 책임 전가처럼 들린다. 염치가 없다는 말은 감정의 과장이 아니라, 순서가 뒤집혔다는 평가다.
순서는 단순하다. 먼저 룰이 공정하다는 것을 보여야 하고, 다음으로 그 룰이 실제로 집행된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그 다음에야 “참여해 달라”는 요청이 성립한다. 이 세 단계가 뒤섞이면 시장은 반응하지 않는다. 시장은 말보다 확률에 반응하기 때문이다.
복귀를 말할 자격은 홍보가 아니라, 개인이 덜 당한다는 확률을 실제로 높였을 때 생긴다.
정책 인센티브의 중심이 ‘기업 조달’에 놓일 때 생기는 비대칭
자본시장 정책은 성장, 고용, 산업 경쟁력, 금융안정 같은 거시 목표를 우선한다. 이 목표를 빠르게 달성하는 길은 기업이 자금을 쉽게 조달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문제는 이 지점에서 ‘기존 주주의 가치 보호’와 충돌이 자주 발생한다는 데 있다. 기업은 자금이 필요할 때 주식 발행, 전환성 발행, 구조 재편을 선택하고, 정책은 종종 이를 제도적으로 용이하게 만든다. 그 과정에서 비용은 분산된 주주에게 넓게 전가되고, 통제권을 가진 쪽은 의사결정의 이익을 더 쉽게 취한다.
개인이 체감하는 불리함은 여기서 시작된다. “회사가 성장한다”는 서사가 주주에게 공평하게 귀속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의심이 생기면, 개인은 미래 실적보다 ‘권리의 안전성’을 먼저 평가한다. 그 평가가 나쁘면, 저평가가 매력이 아니라 경고가 된다. 정책이 기업친화로 읽힐 때 개인이 먼저 떠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업 조달을 우선하는 정책 인센티브는 자칫 ‘통제는 집중, 비용은 분산’ 구조를 고착시킨다.
지배구조와 희석 이벤트가 만든 “학습된 불신”
개인이 국장에서 크게 다치는 순간은 단순한 하락장이 아니라 구조적 이벤트다. 유상증자, 전환사채, 물적분할, 합병과 같은 사건은 기업 입장에서는 선택지지만,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지분가치가 강제로 흔들리는 경험이 될 수 있다. 개인은 이 사건들을 몇 번 겪는 순간부터 “실적이 좋아져도 내 몫이 늘지 않을 수 있다”는 확률을 높게 잡는다. 그러면 장기투자는 투자 기법이 아니라 신념이 되어버리고, 신념은 한 번 깨지면 복구가 어렵다.
이 대목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숫자 논쟁이 아니라 신뢰 논쟁이 된다. 배당과 자사주, 소각이 늘어도 개인이 즉시 돌아오지 않는 이유도 같다. 개인은 이벤트가 아니라 루틴을 본다. 한 해의 주주환원이 아니라 여러 해의 일관된 약속이 쌓여야, 사건의 기억이 조금씩 옅어진다. 사건이 줄어드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할인도 서서히 걷힌다.
개인이 보는 것은 저평가가 아니라, 저평가가 ‘구조적’인지 ‘일시적’인지의 차이다.
제도 예측 불가능성이 장기투자를 말라버리게 한다
개인에게 치명적인 것은 세율의 높고 낮음보다 룰의 흔들림이다. 과세 체계, 거래 비용, 공매도 제도, 규제 방향이 자주 바뀔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기면, 개인은 장기 계획을 세우지 못한다. 장기 계획이 없으면 시장은 단기 수급이 지배하고, 단기 수급이 지배하면 가격은 더 흔들린다. 흔들리는 시장에서 개인은 구조적으로 더 늦게 반응하고, 늦게 반응하는 쪽이 비용을 더 부담한다.
이 악순환은 “개인이 투기적이라서”가 아니라, 예측 가능한 프레임이 부족해서 강화된다. 개인이 국장에 머물러야 할 이유가 아니라, 떠나야 할 이유가 더 자주 제공되면, 자금은 자연스럽게 다른 시장으로 이동한다. 그 이동을 막으려면 수익률을 약속하기보다, 룰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확신을 먼저 줘야 한다.
제도 불확실성은 개인에게 ‘수익률 할인’이 아니라 ‘참여 자체의 회피’로 이어진다.
환율 프레임과 “서학개미 탓”이 만드는 2차 불신
환율은 다요인 변수다. 미국 금리, 위험회피 심리, 무역수지, 자본유출입, 지정학이 겹쳐 움직인다. 그런데 정책 커뮤니케이션은 복잡한 원인을 길게 설명하기보다, 설명 가능한 요인을 앞세우기 쉽다. 이때 개인의 해외투자 수요가 달러 수요를 키운다는 설명이 전면에 오면, 개인은 쉽게 책임 전가로 받아들인다. 개인에게 해외투자는 도덕적 일탈이 아니라 위험 회피이자 신뢰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특히 국장 신뢰가 낮은 상태에서 이런 프레임이 나오면, 개인은 “구조를 고치지 않고, 떠난 사람을 탓한다”는 결론으로 빠르게 이동한다. 그 순간 “국장으로 오라”는 말은 설득이 아니라 질책이 된다. 질책은 복귀를 만들지 못하고, 오히려 이탈을 정당화한다.
환율 설명에서 개인을 전면에 세우면, 신뢰 회복이 아니라 불신의 정당화가 강화된다.
공매도는 작은 부분이지만, 상징이 된 이유가 있다
공매도는 이 글의 전부가 아니다. 다만 개인이 “극복 불가능”으로 느끼는 대표 사례가 된 이유는 분명하다. 공매도는 단순히 하락을 만드는 장치가 아니라, 대차 접근성, 비용 구조, 파생과의 결합, 그리고 무엇보다 불법 방지와 집행력 문제를 한꺼번에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공매도는 규모가 아니라 상징성으로 커진다. 공정성에 대한 의심이 커질수록, 공매도는 ‘기울어진 경기장’의 이름이 된다.
정책이 공매도 금지와 재개를 반복해도, 개인이 원하는 것은 방향이 아니라 결과다. 불법이 기대수익이 아니라 기대손실이 되는 시장, 위반이 빠르게 드러나고 일관되게 제재되는 시장, 그 결과가 누적될 때 상징은 약해진다. 공매도는 작은 부분이지만, 신뢰의 바로미터가 되어버렸다는 점에서 무시할 수 없다.
공매도의 본질은 하락이 아니라 ‘같은 룰이었는가’라는 공정성 질문을 한 번에 불러오는 상징성이다.
자격을 회복하는 최소 조건은 “캠페인”이 아니라 “집행”이다
정부가 시장에 “오라”고 말할 자격을 회복하려면, 먼저 떠날 이유를 줄여야 한다. 불법 공매도 방지 체계가 문서가 아니라 실무로 작동하고, 탐지와 제재가 빠르고 일관되어야 한다. 지배구조 이슈에서 소액주주가 실제로 방어 가능한 권리가 작동해야 하며, 구조 재편과 자본조달 과정에서 공정성 기준이 시장 표준으로 고정되어야 한다. 세제와 규제는 유불리 논쟁보다 예측 가능성을 우선해야 장기자금이 돌아온다.
이 조건들은 개인에게 혜택을 달라는 요구가 아니다. 시장 신뢰가 무너지면 할인되고, 할인된 시장은 기업의 자본비용을 높인다. 자본비용은 결국 투자와 고용, 성장의 비용이 된다. 신뢰 회복은 감정 치료가 아니라 자본비용을 낮추는 구조 개혁이다. 그래서 정책의 핵심은 호소가 아니라 집행의 누적이어야 한다.
신뢰는 구호로 생기지 않고, 사건이 줄어드는 시간의 누적으로만 회복된다.
결론: 시장은 약속이 아니라 기억으로 움직인다
개인은 국장을 살릴 의무가 없다. 개인의 의무는 생존이며, 더 예측 가능한 시장을 고르는 것은 합리적이다. 정부가 “돌아오라”고 말하기 전에 해야 할 일은, 개인이 떠난 이유를 제거하는 것이다. 떠날 이유가 줄어들면 복귀는 도덕이 아니라 계산으로 일어난다. 계산 가능한 시장은 결국 돈이 돌아오게 되어 있다.
이 글의 핵심은 단순한 분노가 아니다. 국장을 바꾸는 것은 감정적 호소가 아니라 구조의 개선이다. 구조가 개선되면 공매도도, 환율 프레임도, 코리아 디스카운트도 동시에 약해진다. 반대로 구조를 그대로 두고 메시지만 키우면, 염치 논쟁만 커진다. 시장은 말이 아니라 경험으로만 설득된다.
국장을 살리는 길은 개인을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덜 불리한 시장을 만드는 것이다.
참고·출처
공매도 전면 금지의 결정과 거래 적용 시점, 제도 개선 취지는 금융위원회 영문 보도자료(2023.11.05, 2024.06.13)를 참고했다. 공매도 전면 재개(2025.03.31)와 무차입 공매도 방지 전산·내부통제 요건, 중앙 모니터링(NSDS) 관련 내용은 금융위원회 영문 보도자료(2025.03.24) 및 한국자본시장연구원 2025.04.01 보고서 내용을 확인했다. 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은 금융위원회 2024.02.26 발표 및 후속 자료(2024.05.02)를 참고했다. 2026.01 전후 원화 약세 국면에서 해외 증권투자 수요가 달러 수급 요인으로 언급되는 흐름과 당국 발언은 Reuters 보도(2026.01.02, 2026.01.15)와 Financial Times 보도(2026.01.16)를 참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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