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 구조 1편] 양극화와 고용 붕괴, 1997년 이후의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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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외환위기는 대한민국 현대사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꾼 사건입니다. 이 위기는 단순한 금융 위기를 넘어, 국가 경제 전반과 고용, 사회 계층, 자산 분배 시스템, 그리고 국민의 삶의 방식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파장을 남겼습니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 사회는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양극화의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소득과 자산의 격차는 점차 벌어졌고, 고용 기반은 무너졌으며, 한때 사회의 중추였던 중산층은 불안정과 불확실성의 그림자 아래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외환위기 직후 정부와 재계, 그리고 국제기구가 합의한 구조조정은 ‘효율’과 ‘유연성’을 명분으로 노동시장의 근본적 재편을 추진하였습니다. 그 결과 대량 해고가 일상화되었고,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진 자리에 비정규직, 임시직, 계약직 등 다양한 형태의 불안정 고용이 급속히 확산되었습니다.

 

1996년 기준 6.6%에 불과하던 비정규직 비율은 불과 몇 년 만에 25%를 넘어서게 되었으며, 2024년 현재 공식 통계로 약 34%에 달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정규직 채용을 최소화하고, 인력의 유연한 운용을 표방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수도권과 비수도권, 남성과 여성 등 다양한 계층·지역·성별 간의 불평등 구조가 심화되었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는 외환위기 이전 1.3배 수준에서 최근 1.8배까지 확대되었고, 상위 10%의 자산 점유율 역시 1995년 43%에서 2022년 66%로 크게 증가하였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경제 지표의 변동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잃어버리고 상하 간의 고착화된 불평등 구조에 갇히게 되었음을 의미합니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는 청년 세대, 여성, 고령자, 신중년 등 다양한 사회집단을 장기적 저임금과 불안정 일자리로 내모는 근본적 원인이 되었습니다. 특히 청년층의 고용 환경은 악화 일로를 걷고 있습니다. 2023년 기준 공식 청년 실업률은 6% 내외이지만, 체감 실업률은 23%를 넘어섭니다. 첫 일자리 1년 내 퇴사율이 40%에 이르며, 청년 비정규직의 60% 이상이 “계약 만료와 실직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한편, 플랫폼 노동과 단기계약직 등 새로운 고용 형태는 일시적 생계 유지는 가능하게 했지만, 사회적 안전망의 사각지대를 더욱 확대시키고 있습니다. 이처럼 불안정한 일자리와 소득구조,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청년 세대의 결혼, 출산, 주거, 소비 결정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쳐 사회 전체의 활력을 약화시키고 있습니다.

 

이러한 양극화와 고용 붕괴의 구조적 기저에는 제도적·정책적 한계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 정부는 비정규직 보호, 최저임금 인상, 청년고용정책, 복지지출 확대 등 다양한 대책을 내놓았으나, 근본적인 노동시장 이중화 해소에는 실패하였습니다.

 

특히 사회안전망 강화와 복지정책 확대는 OECD 평균에 크게 미치지 못했고,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지원 역시 일시적·선별적 성격에 그쳤습니다. 결과적으로 자산 불평등의 세습 구조는 더욱 공고해졌고,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계층이 늘어났습니다.

 

중산층 붕괴와 청년·신중년의 사회적 고립, 저출산 심화, 사회 신뢰의 약화 등은 단순히 경제적 지표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지속 가능성에 심각한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제 한국 사회가 직면한 양극화와 고용 붕괴는 일시적 현상이나 일과성 위기가 아닙니다. 이는 노동시장 구조, 자산 분배 체계, 사회안전망 설계 등 국가 시스템 전반에 걸친 구조적 문제입니다.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 복지 확대, 교육·주거·고용의 선순환이 이뤄지는 구조 개혁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양극화와 고용 불안은 앞으로도 더욱 심화될 것입니다.

 

1997년 외환위기가 가져온 패러다임 전환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며, 이 구조적 전환의 파장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한국 사회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한 미래를 담보할 수 없게 됩니다.

 

다음 글에서는 ‘무주택 청년 세대의 현실과 그 배경’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주거와 자산 불평등이 어떻게 구조적으로 고착되고 있는지, 청년들이 겪는 현실적 어려움이 사회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구체적으로 분석할 예정입니다.


[한국사회 구조 해부 시리즈 바로가기]
1편: 양극화와 고용 붕괴, 1997년 이후의 한국 (현재 글)
2편: 무주택 청년 세대의 현실과 그 배경 (예정)
3편: 외국인 노동자 의존과 탈제조업 실패 (예정)
4편: 기형 구조가 출산율에 미치는 영향 (예정)
5편: 이중 사회의 형성과 정책의 한계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