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이 바꾼 세계사 ④ 스탠딩 록과 석유 파이프라인, 21세기 인디언의 토지·환경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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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딩 록은 21세기 인디언 토지와 물, 기후 정의 투쟁의 상징이 되었다.

다코타 액세스 파이프라인(DAPL)을 둘러싼 갈등은 단순한 ‘개발 vs 환경’ 논쟁이 아니라, 조약과 영토, 물과 성지, 기후와 금융까지 얽힌 현대 인디언 투쟁의 집약판이었다. 이 글은 스탠딩 록의 싸움이 어떻게 세계적인 연대와 정치·법·금융 지형 변화를 이끌어 냈는지를 살펴본다.

최종 업데이트 2025-11-18

읽기 경로·예상 소요 스탠딩 록과 미주리 강의 자리 → 다코타 액세스 파이프라인의 경로와 위험 → 워터 프로텍터와 2016년 캠프의 충돌 → 행정부와 법정에서 반복된 승인·중단 → 기후·금융·글로벌 연대로 확장된 의미 → 인디언이 바꾼 세계사 속 스탠딩 록의 위치 순으로 읽으면 약 15~20분이 걸린다.

인디언이 바꾼 세계사 시리즈 한 번에 보기

체로키의 눈물의 길, 1838년 강제 이주 · ② 나바호 코드 토커, 태평양 전쟁을 바꾼 언어 · ③ 버팔로가 사라진 날, 대평원의 질서가 무너진 이유 · ④ 스탠딩 록과 석유 파이프라인, 21세기 인디언의 토지·환경 투쟁 · ⑤ 우운디드 니 점거 이후 인디언 권리 운동, 20세기 인권·정치사의 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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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과 성지, 스탠딩 록이 놓인 자리

스탠딩 록 수(Sioux) 부족은 노스다코타와 사우스다코타 경계, 미주리 강과 레이크 오헤(Lake Oahe) 인근에 자리 잡고 있다. 이 지역은 19세기 포트 라래미 조약 등에서 수족의 영토로 인정되었다가, 금 광산 개발과 수력 발전, 군대 주둔 등을 이유로 여러 차례 축소와 분할을 겪었다. 오늘날 보호구역 경계는 과거 조약에서 약속된 땅의 일부에 불과하고, 강과 호수 주변의 토지는 연방 소유지와 사유지가 뒤섞여 있다.

미주리 강과 레이크 오헤는 스탠딩 록 공동체의 식수원이자, 의례와 신화, 묘지와 성지가 겹쳐 있는 공간이다. 물은 단순한 생활 기반을 넘어 조상과 후손을 잇는 존재로 여겨지고, 강과 호수 주변에는 수 세대에 걸친 장례와 기도가 쌓여 있다. 그래서 강을 가로지르는 어느 시설이든, 기술적 안전성만이 아니라 영적·역사적 의미까지 함께 검토돼야 한다는 것이 부족의 입장이다.

그러나 미국 내에서 인디언 보호구역과 연방 토지, 사유지가 뒤엉킨 구조는 이런 논의를 늘 어렵게 만든다. 한쪽에서는 ‘법적으로 보호구역 밖’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다른 쪽에서는 조약과 역사, 물길이 말하는 ‘실질적인 영토’를 강조한다. 스탠딩 록의 갈등은 바로 이 틈에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스탠딩 록에서 미주리 강과 레이크 오헤는 식수원이자 조약과 역사, 영성이 겹쳐 있는 핵심 공간이다.

다코타 액세스 파이프라인, 경로와 위험

다코타 액세스 파이프라인(Dakota Access Pipeline, DAPL)은 노스다코타 바켄 유전에서 일리노이주 파토카까지 약 1,172마일(약 1,886킬로미터)을 잇는 원유 파이프라인이다. 하루 최대 70만 배럴에 가까운 경질 원유를 수송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고, 미주리 강과 미시시피 강, 레이크 오헤 아래를 관통한다. 공식 설명에서는 철도·도로 운송보다 안전하고 경제적이라고 강조하지만, 한 번의 누출이 하류 전체의 식수와 생태계에 미치는 위험이 문제로 제기되어 왔다.

초기 계획에서 파이프라인은 노스다코타 주도 비즈마크 인근에서 미주리 강을 건너는 경로도 검토되었다. 그러나 백인 거주 지역의 식수원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자, 경로는 스탠딩 록 보호구역 경계에서 1마일 안팎으로 떨어진 레이크 오헤 인근으로 조정되었다. 이 변경은 “누구의 물과 땅이 더 보호받는가”라는 질문을 불러일으켰고, 환경 인종주의 논쟁으로 이어졌다.

스탠딩 록 수족과 다른 부족들은 파이프라인이 레이크 오헤와 미주리 강을 가로지르는 지점에서 누출·파열이 발생할 경우, 보호구역과 하류 도시들의 식수에 심각한 피해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공사 예정 구간에는 수십 곳의 묘지와 의례 장소, 유적지가 분포해 있었고, 부족은 문화재와 성지가 훼손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회사와 연방 정부는 환경평가와 안전 설계를 근거로 위험이 ‘수용 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했지만, 기준과 전제 자체를 둘러싼 논쟁은 끝나지 않았다.

DAPL 경로 변경은 ‘어디의 물과 성지가 더 쉽게 희생되는가’라는 질문을 남겼고, 환경 인종주의 논쟁을 촉발했다.

워터 프로텍터의 캠프, 2016년 세계가 본 충돌

2016년 봄, 스탠딩 록 인근에는 ‘세이크리드 스톤 캠프(Sacred Stone Camp)’가 세워졌다. 스탠딩 록 주민과 주변 부족, 환경 운동가들이 모여 파이프라인 공사를 막고 의례를 이어 가기 위한 자리였다. 이들은 자신들을 단순한 시위대가 아니라 ‘워터 프로텍터(Water Protectors, 물을 지키는 사람들)’라고 불렀고, 라코타어 구호 ‘므니 위초니(Mní Wičhóni, 물은 생명이다)’가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여름과 가을이 되면서 캠프는 인디언 공동체와 비원주민 지지자, 전 세계 연대자들이 모이는 공간이 되었다. 한때 수천 명이 상주하며 기도와 회의를 이어 갔고, 북미 여러 부족 대표와 국제 시민단체, 종교인과 예술가들이 연이어 방문했다. 소셜 미디어와 생중계 영상은 경찰과 민간 경비, 워터 프로텍터 사이의 대치 장면을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전달했고, #NoDAPL 해시태그는 국제적인 캠페인으로 번졌다.

그러나 캠프는 곧 강경 진압과 충돌의 공간이 되기도 했다. 사설 경비가 개와 최루 스프레이를 동원해 시위대를 해산시키는 장면, 경찰이 고무탄과 물대포, 체포 작전을 동원하는 장면이 잇따라 촬영되었다. 추운 날씨에 물대포를 맞고 부상을 입은 사례, 체포·구금 과정에서의 인권 침해 의혹도 제기되었다. 이 장면들은 인디언 권리와 경찰력, 에너지 인프라를 둘러싼 미국 내부의 긴장을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워터 프로텍터”라는 이름과 “물은 생명이다”라는 구호는, 스탠딩 록을 인디언·환경·인권이 교차하는 세계적 현장으로 만들었다.

행정부와 법정, 승인과 중단이 반복된 파이프라인

법정에서도 싸움은 이어졌다. 스탠딩 록 수족과 환경 단체는 미 육군 공병단(Army Corps of Engineers)이 파이프라인 허가를 내면서 충분한 환경영향평가와 부족과의 협의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2016년 9월 첫 가처분 신청은 기각되었지만, 같은 날 미 법무부·내무부·육군이 공동 성명을 내고, 레이크 오헤 인근 연방 토지에서의 공사를 일시 중단하고 추가 검토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2016년 12월, 오바마 행정부 하의 미 육군 공병단은 레이크 오헤 하부 구간에 대한 통과 허가를 보류하고, 대체 경로를 포함한 환경영향평가 보고서(EIS)를 새로 작성하겠다고 밝혔다. 워터 프로텍터와 연대자들은 이를 중요한 승리로 받아들였지만, 정권 교체를 앞둔 상황에서 이 결정이 얼마나 오래 유지될지는 불확실했다. 2017년 1월 새로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파이프라인 심사를 ‘신속히 진행하라’는 대통령 각서를 발표했고, 곧바로 공병단은 통과 허가를 승인했다.

DAPL은 2017년 6월부터 원유 수송을 시작했다. 그러나 2020년 3월, 워싱턴 D.C. 연방법원은 공병단이 환경 위험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며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하라고 판결했다. 이어 7월에는 레이크 오헤 구간 통과를 허용한 허가를 취소하고, 파이프라인을 일시 중단하라는 판결까지 나왔지만, 항소 법원은 가동 중단 명령은 뒤집고 추가 검토만 유지하도록 했다. 2020년대 중반 현재, 파이프라인은 여전히 가동 중이지만 허가의 적법성을 둘러싼 법적 공방은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스탠딩 록의 싸움은 한 번의 승리나 패배로 끝나지 않았다. 행정부와 법원, 기업과 부족, 주정부와 연방정부가 서로 다른 속도로 움직이면서, 파이프라인의 운명은 지금도 ‘완결’이 아닌 진행형으로 남아 있다.

DAPL은 완공·가동 이후에도 환경영향평가와 허가 적법성을 둘러싼 소송이 이어지는, 끝나지 않은 사건으로 남아 있다.

토지·환경 투쟁에서 기후와 금융 싸움으로

스탠딩 록의 싸움은 곧 기후와 에너지, 금융의 문제로 확장되었다. 워터 프로텍터와 환경 단체들은 DAPL이 단지 지역 환경을 위협하는 시설이 아니라, 화석연료 인프라를 고착시키는 프로젝트라고 비판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새로운 대형 송유관 대신 재생에너지와 수요 감축에 투자해야 한다는 논리가 제기되었고, 파이프라인 건설에 자금을 대는 은행과 연기금, 보험사를 겨냥한 ‘디베스트(투자 철회)’ 캠페인이 펼쳐졌다.

몇몇 대형 금융기관은 스탠딩 록 투쟁 이후 신규 파이프라인이나 타르샌드, 북극권 시추 등 특정 화석연료 프로젝트에 대한 대출과 투자를 제한하겠다고 발표했다. 물론 모든 자금이 끊긴 것은 아니고, 정책의 범위와 실효성을 둘러싼 논쟁도 계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인디언 공동체의 토지·물 투쟁이 글로벌 금융과 기후 정책의 변화를 촉발하는 계기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국제 사회에서도 여러 유엔 특별보고관과 인권 기구가 스탠딩 록 사태를 주목했다. 이들은 파이프라인 승인 과정에서의 사전 동의 부족과, 시위 진압 과정에서의 과도한 폭력 가능성을 지적했다. 스탠딩 록의 이름은 이제 미국 국내 문제를 넘어, 전 세계 토착민과 지역 공동체의 권리, 환경 정의, 기후 정의를 이야기할 때 빠지기 어려운 사례가 되었다.

스탠딩 록의 투쟁은 강과 묘지를 지키는 싸움에서, 화석연료 인프라와 금융·기후 정책을 흔드는 국제적 쟁점으로 확장되었다.

인디언이 바꾼 세계사, 강을 지키는 투쟁의 의미

체로키의 눈물의 길, 1838년 강제 이주가 영토와 조약을 깨뜨린 19세기 국가 폭력을 보여 주고, 나바호 코드 토커, 태평양 전쟁을 바꾼 언어가 억압받던 언어가 전쟁과 기술의 방향을 바꾼 장면을 보여 주며, 버팔로가 사라진 날, 대평원의 질서가 무너진 이유가 생태와 경제, 건강 격차의 뒤집힌 운명을 드러낸다면, 스탠딩 록의 싸움은 21세기 인디언이 토지와 물, 기후와 금융을 둘러싼 세계 질서에 어떻게 개입하는지를 보여 준다. 이곳에서 인디언은 더 이상 과거의 희생자가 아니라, 에너지 정책과 기후 정의 논의를 뒤흔드는 행위자로 등장한다.

스탠딩 록의 워터 프로텍터들은 파이프라인 공사를 지연시키고, 전 세계의 시선을 끌어냈으며, 금융기관과 정치 지도자들의 언어를 바꾸도록 압박했다. 파이프라인은 완공되었지만, 그 과정을 통해 인디언과 연대자들은 “어떤 인프라가 누구의 동의 위에 세워져야 하는가”, “기후위기 시대에 어떤 프로젝트에 자본과 공권력이 동원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세계 의제 위에 올려놓았다.

“인디언이 바꾼 세계사”라는 시리즈의 눈으로 볼 때, 스탠딩 록은 단지 한 부족의 투쟁이 아니라, 조약과 영토, 언어와 전쟁, 생태와 경제로 이어져 온 인디언의 이야기가 21세기 기후·에너지 전환 논쟁과 만나게 되는 지점이다. 이 강가에서 벌어진 캠프와 기도, 행진과 체포의 장면들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토착민 권리와 환경 정의를 말할 때 인용될 장면으로 남을 것이다.

스탠딩 록의 싸움은 인디언이 21세기 기후·에너지 전환의 규칙을 다시 쓰는 데 참여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한 장면이다.

참고·출처

다코타 액세스 파이프라인의 경로와 길이, 수송량, 레이크 오헤·미주리 강 횡단 구간 등 기본 정보는 파이프라인 프로젝트를 정리한 공식 자료와 에너지·환경 관련 데이터베이스, 환경 단체의 설명 자료를 바탕으로 정리했다. 파이프라인이 스탠딩 록 보호구역 경계에서 약 1마일 떨어진 지점에서 레이크 오헤 하부를 통과한다는 점 역시 이들 자료와 환경단체 보고서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된다.

2016년 스탠딩 록 캠프와 #NoDAPL 시위, “워터 프로텍터”라는 명칭과 “Mní Wičhóni(물은 생명이다)” 구호, 사설 경비와 경찰의 강경 진압 장면, 연방기관의 공사 중단 발표와 2016년 12월 환경영향평가 재검토 결정, 2017년 새 행정부 출범 이후 허가 재승인 과정 등은 당시 언론 보도와 인권·환경 단체 보고서, 관련 소송 문서를 바탕으로 서술했다.

2020년 연방법원의 환경영향평가 재실시 명령과 레이크 오헤 구간 허가 취소, 항소심에서의 가동 중단 명령 취소와 추가 검토 유지 등 법적 경과는 미국 연방법원 판결문과 법률 해설 자료를 참고했다. 금융기관의 파이프라인 투자 제한 발표와 ‘디베스트’ 캠페인의 전개, 유엔 특별보고관 등 국제 인권 기구의 우려 표명은 각 기관의 공식 성명과 보고서, 기후·인권 단체의 정리 자료를 종합해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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