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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토의 주인 : '우리'라는 이름의 함정 - 하나의 땅, 갈라진 목소리들

형성하다2025. 7. 3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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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의 주인 2부: '우리'라는 이름의 함정 - 하나의 땅, 갈라진 목소리들

 

1편, 그 후의 이야기

지난 1부에서는 영토의 진정한 주인이 '지금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라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낡은 지도나 강대국의 논리보다, 그 땅에 뿌리내린 이들의 살아있는 목소리가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였죠. 많은 분들이 고개를 끄덕이셨을 겁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가 보면 어떨까요? 만약 그 '사람들'의 목소리가 하나가 아니라면 어떻게 될까요? '우리'라고 믿었던 공동체 안에, 또 다른 언어와 신념, 다른 역사를 가진 '그들'이 함께 존재한다면 말입니다.

 

오늘 2부에서는 '주민의 의지'라는 아름다운 원칙이 마주하는 가장 복잡하고도 아픈 현실, 바로 **'하나의 땅, 갈라진 목소리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하나의 강물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지류가 섞여 흐릅니다.


## '단일 민족', '하나의 주민'이라는 아름다운 환상

우리는 종종 '국민', '주민'이라는 말을 하나의 덩어리처럼 사용합니다. 하지만 현실 세계의 거의 모든 영토는 단일한 색으로 칠해진 곳이 아닙니다. 그것은 서로 다른 색깔과 질감을 가진 조각들이 아슬아슬하게 붙어있는 모자이크에 가깝습니다.

 

하나의 국가 안에는 다른 언어를 쓰고, 다른 신을 믿으며, 다른 역사를 기억하는 소수자들이 공존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주민의 뜻'이라는 것은 자칫 '다수의 뜻'으로 둔갑하기 쉽습니다. 그리고 그 다수의 결정이 소수에게는 폭력이자 억압이 될 수 있다는 딜레마가 시작됩니다.


## 균열의 시작점 - 무엇이 '우리'를 갈라놓는가?

하나의 땅에 사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갈라지는 지점은 다양합니다.

  • 1. 종교와 민족: 가장 오래고 깊은 균열 역사적으로 가장 많은 피를 부른 균열입니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에서는 세르비아계(정교회), 크로아티아계(가톨릭), 보스니아계(이슬람)가 수백 년간 함께 살았지만, 결국 끔찍한 내전을 겪었습니다. 북아일랜드의 분쟁 역시 영국계 신교도와 아일랜드계 가톨릭 신자라는 정체성의 대립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이들에게 "당신들은 같은 땅의 주민"이라는 말은 공허하게 들릴 뿐입니다.
  • 2. 정치적 이념: 보이지 않는 국경선 같은 언어를 쓰고 같은 민족이라도, 서로 다른 정치적 이념은 그들을 원수로 만들 수 있습니다. 냉전 시대의 동독과 서독이 그랬고,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내전은 대부분 이념의 대립에서 출발합니다.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라는 보이지 않는 국경선이 사람들의 마음을 가릅니다.
  • 3. 역사적 경험과 기억: 누구의 역사를 기억할 것인가? 한쪽에게는 '해방'의 역사가 다른 쪽에게는 '점령'의 역사일 수 있습니다. 한쪽에게는 '영웅'이 다른 쪽에게는 '학살자'일 수 있습니다. 식민 지배를 겪은 국가들 내부에서 옛 지배층의 후예와 피지배층의 후예가 같은 땅에 살아갈 때, 그들은 결코 같은 역사를 공유할 수 없습니다.

하나의 땅 위에도 수많은 균열이 존재합니다.


## '다수의 목소리'가 폭력이 될 때: 쿠르드족의 눈물

이 딜레마를 가장 비극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는 바로 쿠르드족입니다. 약 3천만 명에 달하는 거대한 민족이지만, 그들은 터키, 이란, 이라크, 시리아 4개국에 흩어져 어느 나라에서도 주류가 되지 못한 채 소수민족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만약 '주민 자결권' 원칙에 따라 각 나라에서 투표를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들은 언제나 '다수'인 터키인, 페르시아인, 아랍인에 의해 그들의 독립 의지가 묵살될 것입니다. 다수의 민주적 결정이 소수 민족의 생존과 정체성을 위협하는 '합법적 폭력'이 되는 순간입니다. 이는 '땅의 주인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라는 1부의 명제가 얼마나 복잡하고 아픈 질문인지를 되묻게 합니다.


그렇다면, 답은 없는가?

하나의 땅, 여러 개의 목소리. 이 복잡한 현실은 우리를 절망하게 합니다. 하지만 바로 그 지점에서 우리는 새로운 해답의 실마리를 찾아야 합니다.

 

어쩌면 영토의 주인은 단순히 '다수결'로 결정되는 승자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진정한 주인은 서로 다른 목소리들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규칙'과 '존중'을 만들어내는 모두일 것입니다.

그래서 현대 국가는 연방제(Federalism), 고도의 자치권(Autonomy), 권력 공유(Power-sharing)와 같은 제도를 통해 소수자의 목소리를 보호하고, 다수의 횡포를 막으려 노력합니다. '하나의 정답'을 강요하는 대신, '여러 개의 해답'이 공존할 수 있는 그릇을 만드는 것입니다.

 

결국 영토의 미래는 "누가 이기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에 달려 있습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지난한 과정이야말로, 갈라진 땅 위에서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진짜 역사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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